항아리 속에서 발견한 작은 우주

'야생초 박사' 서용하 교감을 만나다

등록 2007.05.29 10:02수정 2007.05.2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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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하 교감이 자식처럼 여기는 수생 식물을 보여주고 있다. ⓒ 송상호

그가 관심 가지는 것은 화려한 꽃이 아니다. 그렇다고 수수한 들꽃도 아니다. 우리 들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들풀'이다. 이름하여 '야생초'다. 그것도 우리 조상들이 실제로 먹고 살았던 식용 식물(약재와 차 재료, 음식 재료)들이 대부분이다. 우리 조상들은 배가 고파서 먹은 것이지만, 지금에 와선 우리의 몸을 깨끗하게 해주는 진짜배기 음식들로 드러난 것들을 말하는 게다.

그래서 그런지 그를 만나면 화려함이라곤 찾아 볼 수 없다. 그 흔한 접대용 '미소'도 별로 베풀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처음 그를 만난 사람은 차가운 사람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그것은 그를 잘 몰라서 하는 오해일 뿐 그와 5분만 이야기하다 보면 그런 생각은 싹 가시게 된다. 그의 인품엔 흙의 따사로움이 늘 배어 있다. 그의 영혼에는 우리의 어머니인 대지의 아늑함이 흐르고 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 그만큼 대화가 재미있다는 말이다.

"요즘 사람들이 자기의 것이 없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죠. 다들 많이 배우고 많이 아는 거 같지만, 땅과 자연을 제대로 알지 못하니 자기의 것을 말하는 사람이 드물죠. 아이들에게도 자연을 제대로 가르쳐주면 자기의 것을 말합니다. 자기의 주관, 자기의 생각, 자기의 창의력, 자기의 영혼이 형성되는 거죠. 표절이니 모방이니 하는 것도 자연을 제대로 모르는 데서 오는 결과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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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교감의 정성이 들어간 수생 식물들이 예쁜 항아리에 자리 잡고 있다. ⓒ 송상호

그가 처음 산평초등학교에 오던 2003년 3월에서부터 지금까지 학교의' 야생초 가꾸기'는 쭉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학교 예산의 도움 없이 순전히 그의 노력으로 이어져 왔다니 놀라운 일이다. 화단 구성을 돈으로만 하는 요즘 세대에게 보여주는 좋은 귀감이 아닐 수 없다.

지금도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치고 있지만, 이미 준비된 '야생초 박사'이기에 그의 집념은 꺾일 줄 모른다. 오죽하면 경북 문경에다가 20년 넘게 자비를 들여 생태공간을 이루어 오고 있을까.

"꽃밭 하나 이루는 것도 살아 있는 생태계를 고려해야 합니다. 그냥 꽃만 들입다 심는다고 해서 살아 있는 곳이 아니죠. 칼로 무 자르듯 사람들 보기에만 좋게 구성한 꽃밭엔 생태계가 제대로 형성되기가 어렵습니다. 그냥 자연스럽게(사람들이 보기엔 무질서해 보여도) 식물을 심고 가꾸어야 거기에 먹이사슬이 살아 있는 생태계가 형성되지요. 그래야 아이들도 진짜배기 생태계 관찰을 할 게 아니겠어요."

"자연을 아는 사람이 '평등'도 알고 자신의 소중함도 알게 됩니다. 내면의 힘이 생긴다는 거죠. 주관도 뚜렷해지고 자신감도 생기는 것이죠. 조상들이 자연에서 배웠다는 호연지기를 익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에게도 이런 교육이 살아 있는 교육이 아닐까요. 기본적인 기초학력은 꼭 갖추어야 할 것이고, 그 바탕 위에 '자연체험과 독서'라는 양 기둥을 세워야 제대로 된 전인적인 인간이 형성될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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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산평초등학교는 '뫼뜨락(산평의 우리말)'답게 산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 송상호

그는 지역주민들과도 늘 같이 호흡해오고 있다. 학교가 있는 지역이 그 어느 곳보다 '족두리풀'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낸 것은 바로 서 교감이다. 일본에서는 차 재료로 쓰이는 것으로 일본 국내에선 구하지 못해 안달인 '족두리풀' 집산지가 바로 학교 인근 지역이라는 것을 알아내 지역주민들의 수입원에도 한 몫을 해낸 셈이다.

지역 주민들과의 동행은 곧 바로 매주 금요일(저녁 8시~10시30분)에 이루어지는 '금요 스토리텔링 클럽'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오는 이들은 콩밭 메는 할머니, 약초 캐는 할아버지, 논농사 짓는 아저씨, 살림하는 주부 등이며 거기서 이야기 되는 것은 교실에서는 도저히 들을 수 없는 것으로서 우리의 산과 들에서 터득한 소박한 시골사람들의 생생한 체험담이다.

이미 선진국에선 보편화되고 있는 이런 형태의 모임을 서 교감은 2년째 지역주민들과 해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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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우주가 담겨 있다는 항아리 수면에는 연잎이 떠 있고 수면 아래에는 올챙이 부족들이 살고 있다. ⓒ 송상호

"한 가지 정말 아쉬운 것은 외국인들이 우리 산야에 있는 식물들을 탐내고 있다는 겁니다. 외국인들이 우리의 산야에 있는 야생초들을 가져가서 연구하여 자기네 것으로 만들고 있다는 거죠.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산야에 서식하는 야생초들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생태 조화가 잘 된 탄탄한 식물이기 때문이죠. 정작 우리는 우리의 산야에 있는 야생초에 무관심한데 말입니다.'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것'은 여기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셈이죠."

야생초들을 키우다 보면 거기에는 꼭 곤충이나 벌레들이 절로 서식하게 되고, 수생 야생초 등에는 수생동물(올챙이, 소금쟁이 등)이 저절로 서식하는 것을 보면서 항상 감탄하게 된다는 그가 들려준 메시지는 가슴에 두고두고 남는 것이라 하겠다.

"항아리(수생식물 재배용) 하나 갖다 놓았을 뿐인데 그 안에 작은 우주가 들어 있더라고요."

덧붙이는 글 | - 이 인터뷰는 지난 28일 산평초등학교 교무실과 교정에서 했다.

- 경기 안성 서운면 산평리에 자리 잡은 산평초등학교는 3명의 시인 (교장, 교감, 교사)과 2명의 예비시인(교사 중)이 있을 만큼 정서적이고 전인적인 교육이 살아 있는 학교다. 그래서 그런지 한 때 50명이었던 학생 수가 지금은 85명으로 늘어난 모범적인 시골초등학교로 자리매김해왔다.

산평초등학교 홈페이지는 http://www.sanpyung.com/ 이다.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28일 산평초등학교 교무실과 교정에서 했다.

- 경기 안성 서운면 산평리에 자리 잡은 산평초등학교는 3명의 시인 (교장, 교감, 교사)과 2명의 예비시인(교사 중)이 있을 만큼 정서적이고 전인적인 교육이 살아 있는 학교다. 그래서 그런지 한 때 50명이었던 학생 수가 지금은 85명으로 늘어난 모범적인 시골초등학교로 자리매김해왔다.

산평초등학교 홈페이지는 http://www.sanpyung.com/ 이다.
#서용하 교감 #산평초등학교 #야생초 #족두리풀 #수생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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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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