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육십부터, 어떻게 살아야 잘 살까?

열매는 꽃보다 숭고하다

등록 2007.05.31 09:54수정 2007.05.3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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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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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산책 ⓒ 송유미

장자가 곧 죽게 되었을 때, 제자들은 그를 성대하게 장사지내려 했다. 이에 장자는, "하늘과 땅으로써 널을 삼고, 해와 달로써 한 쌍의 구슬을 삼으며, 만물로써 제물을 삼는다. 나를 장사 지낼 기구가 어느 것이 모자라는가" 제자들은, "저희들은 까마귀나 소리개가 선생을 먹을까 두렵습니다" 장자 가로되 "땅 위에 있으면 까마귀나 소리개의 밥이 되고, 땅 밑에 있으면 땅벌레나 개미의 밥이 될 것이다. 저것에서 빼앗아 이것에 준다니 어찌 그리 편벽하느냐"고 설한다.

장자처럼 죽음에 대해 범인은 누구나 초연할 수가 없다. 죽음에 한한 인간이라면 장자의 경지를 초월할 수 없다. 인생은 찰나와 같고, 불교에서의 찰나의 시간은 겁과 맞먹고 겁은 수학적인 계산이 되지 않는 시간.

삶은 조금씩 죽음을 향해 째깍째깍 걷는 산보인데, 현대 의학의 놀라운 발달과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점점 젊음과 생명의 길이가 늘어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진시황이 꿈꾸는 불로장생이 미래에 가능할지도 모른다. 일본만화 <공각기동대>처럼 인간보다 인공지능의 사이보그 인간들이 지배하는 세계가 될지도 모른다.

인간 또한 컴퓨터 부품처럼 고장난 심장, 콩팥 등을 갈아 넣으면 수명이 연장되어 죽지 않고 영원히 살게 될지도. 하지만 지금까지 진시황이 불로장생하고 있다면, 진시황은 과연 행복할까. 이런 가정을 하면 영원히 죽지 않고 산다는 것은 그야말로 시지프스의 고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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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신문가판대, 판매원 할머니 ⓒ 송유미

아침 지하철을 타면 만나는 장산 방향 부산지하철 2호선 신문가판대 할머니는, 첫 지하철이 다니는 시각에 나온다. 5시, 6시 그 무렵부터 저녁 6시에서 7시 사이 무려 10시간씩이나 작은 유리 새시문 안에서 다리를 펴지 못하고 앉아 신문을 판다.

평소 눈인사로 낯을 익힌 사이라, 할머니의 나이를 묻자, 할머니는 여자 나이는 절대 묻는 것이 아니란다. 한방 얻어맞은 것이다. 점점 신문가판대에서 신문이 팔리지 않는 터라, 손수 새벽에 나와 신문보급소에서 무거운 신문을 싣고 온다는 말씀이다. "왜 신문을 배달해 주는 사람이 없나요?" 묻자, "배달해 주는 사람이 없다"고만 하신다.

무거운 신문 보따리를 들고, 끙끙 유난히 계단이 많은 지하철을 다니는 일이 힘들다고 웃으며 말하시지만, 할머니는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는 표정이다. "힘드신데 어떻게 해요?" 바보 같은 질문에 "집에서 놀면 병이 나서 안 돼" 하신다. 고생을 사서 하는 것이 즐거운 표정이고, 일을 하고 계신 할머니 표정은 언제나 밝다.

삶은 정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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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노인들, 장기의 삼매경 ⓒ 송유미

학교의 아동들은 줄어드는 데 반대로 노인대학 학생 수는 늘어나고 있다. 어떤 이는 굵고 짧게 살다 가는 것이 좋다고 하고, 어떤 이는 오래 장수하고 사는 것이 좋다고 한다.

어쨌거나 범인들은 죽음 앞에서 해탈이 자유롭지 못하다. 언젠가 한 번은 가야 할 유리는 살아 있는 사람들에겐 아득한 세계의 전편이다.

인생은 머물고 싶어도 오래 머물 수 없는 소풍과 같다. 유클리드 기하학의 공리는 두 개의 평행선은 영원히 만날 수 없다, 정의하기도 하지만, 비유클리드의 공리에서는 이 평행선이 어느 무한점에서 만난다고 정의하기도 한다. 인생의 죽음은 탄생과 만나고, 희비는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어느 순간 합일한다.

무조건 천냥, 채소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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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판 채소장수 할머니 ⓒ 송유미

날씨가 춥거나 덥거나 할머니는, 신시가지 아파트 입구에 늘 좌판을 편다. 상추 한 단 천원, 파 한 단 천원, 깻잎 세 묶음 천원, 미나리 한 단 천원, 부추 한 소쿠리도 천원이다. 영하의 겨울에도 의지할 천막도 없이 난로도 없이 노상에서 장사를 하신다.

이 앞을 지나칠 때마다 통과세처럼 천원짜리 푸성귀를 산다. 이 삼 년 이 앞을 다니면서 하루하루 많은 것을 가르쳐 주는 길의 스승인 셈.

요즘처럼 날씨가 좋을 때는 아파트 단지 내 할머니들도 같이 나와서, 할머니가 채소를 다듬고 파는 일을 이야기하며 거들기도 하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할머니들도 항상 보이던 비둘기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할머니에게는 그들이 곁에 있든 없든 늘 혼자인 게 익숙한 표정. 하루 얼마나 팔았나 천원짜리 지폐를 세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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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거니 뒤서거니, 가는 뒷모습 ⓒ 송유미

삶은 누구에게나 미완성이고, 살아 있는 날까지 이토록 열심히 살 수 있는, 노인이 될 수 있다면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두렵지 않을 것이다.

대문호, 카뮈지만 미구에 닥쳐올 죽음에 대해 "내게 죽음이란 닫혀버린 문과 같다"고 술회했다. 이렇듯 삶은 누구에게나 평등하지 않지만,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평등이다. 청춘은 노인이 있기에 빛나고, 삶은 죽음이 있기에 소중한 건데, 사람들은 늙어보인다는 말을 누구나 싫어한다. 그러나 젊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사느냐가 문제가 아닐까.

인생은 육십부터라지만, 육십이 되면 정년인 사회에서 삶은 정년이 없으니. 점점 건강하고 능력이 있는 노인이 많아지는 고령화 시대, 아이처럼 살다간 천상병 시인은, 노래한다.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노인 무료 급식소 #노인문제 #정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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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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