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절경 타이후 덮친 녹조 공포

물에서 악취 진동, 빨래조차 할 수 없어... 산업화가 불러온 환경 재앙

등록 2007.06.01 10:04수정 2007.06.0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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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녹조 현상이 타이후를 덮쳤다. 타이후의 물을 식수원으로 하는 우시 주민들은 식수난으로 심리적 공황에 빠졌다. ⓒ <인민일보>


"평생 이 물을 마시고 이걸로 밥 짓고 음식 만들고 얼굴 씻고 양치질하고 했는데, 지금은 도저히 마실 수 없고 빨래조차 할 수 없습니다. 물에서 너무 지독한 악취가 납니다."

지난 며칠 사이 중국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시 주민들은 수도관에서 나오는 썩은 물로 인해 공황상태에 빠졌다. 우시 남서쪽에 접해있는 호수 타이후(太湖)가 녹조로 뒤덮여 이를 수돗물로 사용하는 우시에 큰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5월 31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최근 들어 타이후의 수위가 2.97m로 50년 이래 가장 낮아지고 기온마저 최고치를 갱신하면서 4월부터 타이후의 부영양화가 심해져 호수 연안에 심각한 녹조 현상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CCTV는 "5월 중순 들어 우시 주민들 사이에는 '당신네 수돗물에서도 냄새가 나느냐'라는 아침 인사가 오고 갔다"면서 "(5월) 29일에는 우시 전체 가정의 70%에서 썩는 냄새가 진동하고 변색한 수돗물이 나와 밥 짓고 음식을 만들기는커녕 세수도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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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부터 우시 전체 가정에선 악취가 진동하고 변색한 수돗물이 나오고 있다. ⓒ 중국정부넷


아름다운 타이후에 몰아닥친 녹조 공포

장쑤성과 저장(浙江)성 사이에 걸쳐 있는 타이후는 전체 면적이 2425㎢에 달하는 중국에서 세 번째로 큰 호수다. 타이후는 옛날에는 바다였으나 양쯔강 어귀의 삼각주가 발달하면서 담수호가 되었다. 호수 주위에는 72개의 작은 섬이 있고 자연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우시는 중국 15대 경제도시 중 하나로, 4650㎢ 면적에 450여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타이후를 빼고 우시를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우시는 타이후를 생명줄로 하여 발전해왔다. 타이후 주변 지역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0%, 재정수입의 16%를 차지할 정도로 발전했지만, 호수를 에워싼 공장이나 농장에서 배출되는 공업폐수와 오염물질, 비료 등 때문에 몸살을 앓아왔다.

천방주(陳邦柱) 전국정치협상회의(政協) 인구자원환경위원회 주임은 제1회 전국 강·호수 발전연구회에서 "중국 강과 호수의 70%가 오염됐다"면서 "수질 악화, 수자원 부족, 빈번한 홍수와 가뭄으로 주민의 생활이 위협받고 있다"고 밝히면서 그 대표적인 사례로 타이후를 손꼽았다.

2005년 중국 국가환경총국이 27개 호수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환경오염으로 수질이 5급 이하로 판정된 곳은 10개에 달했다. 5급 이하는 공업용수로도 쓰지 못하는 전혀 쓸모없는 물이다. 당시 조사에서도 타이후는 안후이(安輝)성 차오후(巢湖), 윈난(雲南)성 뎬츠(滇池)와 더불어 부영양화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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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에서 가장 빼어나다는 자연풍광을 자랑했던 타이후. 자자하던 명성은 환경오염으로 전설이 돼버렸다. ⓒ 서후닷컴


환경오염으로 전혀 쓸모없는 물로 변해버려

<신민만보>(新民晩報)는 "2002년부터 우시와 인접한 식수원인 우리후(五里湖), 메이량후(梅梁湖), 주산후(竺山湖)는 4, 5급 이하의 수질 상태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타이후의 수질 오염과 부영양화가 가속됨에 따라 1960년대 160종이던 어류는 60~70종으로 감소하고 회류성 어류는 자취를 감췄다"면서 "(물을 정화하는) 저층생물이 감소하고 오염균이 증가하면서 생물의 다양화를 막고 제 2의 오염원까지 낳고 있다"고 전했다.

<인민일보>는 "타이후 호수 연안은 녹조가 심해 물고기가 전혀 잡히지 않는다"면서 "연안에서 호수 안쪽으로 수 km 들어가야 어획을 할 수 있지만 잡힌 물고기에서 화공약품 냄새가 진하게 난다"고 보도했다.

후웨이핑(胡維平) 중국과학원 지리호수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녹조 현상은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다"면서 "지난 몇 년 동안 오염이 심각한 하천과 호수에서 자주 발생한 재난의 연장선일 뿐"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 몇 년 동안 가속된 부영양화에다 올해 들어 낮아진 호수 수위와 25년 이래 최고에 달한 수온으로 대규모 녹조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후 연구원은 "녹조 현상은 4월부터 기미를 보였다"면서 "효과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앞으로 5개월 동안 녹조가 계속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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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폐수와 생활폐수가 버려져 오염된 양쯔강의 한 지류. 양쯔강의 오폐수 배출량은 황허 전체 강물의 황해 유출량과 비슷하다. ⓒ 모종혁


생수 사재기에 음식 판매까지 금지... 해결 불투명

앞으로 몇 달 동안 식수를 마실 수 없다는 소문이 나돌자 우시 시민들은 생수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CCTV는 "우시의 모든 상점에선 생수를 사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면서 "한 대형 슈퍼마켓에선 평소 수백 상자 정도 판매되던 생수가 3000상자나 팔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일부 지역이긴 하나 생수 값이 폭등하고 있다"면서 "본래 5위안(한화 약 600원) 하던 생수가 30위안(약 3600원)에 팔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CCTV는 "일부 상점에서는 죽, 탕 같은 음식의 판매가 중지됐다"면서 "상하이, 난징, 쑤저우(蘇州) 등지에서 우시의 식수난을 돕기 위해 수만 상자의 생수를 급히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양웨이쩌(楊衛澤) 우시시 당 서기는 "어떠한 비용을 치르더라도 주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하겠다"면서 "양쯔강의 물을 유입해 타이후의 오염물질을 희석하겠다"고 말했다. 5월 31일엔 많진 않지만 우시에 단비가 내려 극심한 가뭄을 일부 해소했다.

타이후 오염과 녹조 현상의 해결 전망은 불투명하다. 타이후 뿐만 아니라 양쯔강 전역이 지난 수십 년 이래 최악의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데다 양쯔강의 수질 오염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작년 양쯔강에 배출되는 오폐수량은 300억톤을 넘어섰다. 이는 황허 전체 강물의 황해 유출량과 비슷한 수치다.

지금 중국은 해마다 10% 이상 급성장한 경제와 무분별한 산업화가 파괴한 자연 환경의 역습을 톡톡히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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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수개월 동안 지속될 식수난을 우려한 우시 주민들은 생수 사재기에 나섰다. 일부 지역에서는 생수 값이 폭등하고 있다. ⓒ <양쯔만보>

#타이후 #녹조 #환경 재앙 #부영양화 #양쯔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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