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볼 수 없는 내 아들, 한 번만 만나기를"

'2007 군·경 의문사 희생자 합동 추모제' 열려

등록 2007.06.06 11:17수정 2007.06.06 11:22
0
원고료로 응원
a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오후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2007 군·경 의문사 희생자 합동추모제에서 군복무 중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은 유가족들이 헌화하다 오열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a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오후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2007 군·경 의문사 희생자 합동추모제에서 군복무 중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은 유가족들이 헌화하다 오열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눈물바다.

'군·경 의문사 진상규명과 폭력근절을 위한 가족협의회'(이하 군가협) 등이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 대회의실에서 연 희생자 합동 추모제는 글자 그대로 '눈물바다'였다.

추모제가 시작된 오후 3시부터 350개의 객석에서는 곡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무대 벽면에 적힌 아들의 이름을 보자 유가족들은 울분을 토하거나 조용히 눈을 감고 기도했다. 염주, 십자가 등 두 손에 들린 물건을 각자 달랐지만, 오매불망 그리는 대상은 아들이었다.

주최측은 무대 벽면에 그동안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접수된 600명의 희생자들의 이름을 대형 현수막에 빼곡히 채워 임시 '위패'를 만들었다. 3음절의 이름들 속에서 '김훈'이라는 2음절이 눈에 띄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5명의 '무명'도 있었다.

첫 번째 순서였던 초대가수 김현성씨의 '이등병의 편지'가 끝났지만 아무도 박수를 치지 못했다. 앞에 선 가수도 조용히 무대를 내려갔다.

"아들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국가의 도리를 다 해달라"

이해동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장(목사)는 추도사 도중 눈시울을 붉혔다. 이 위원장은 "자식은 떠났지만, 못내 떠나보낼 수 없는 유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자식을 앞세운 심정을 어찌 감히 다 헤아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a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오후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2007 군·경 의문사 희생자 합동추모제에서 이해동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이 추도사를 하다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그는 "다만 할 수 있는 일을 아들들이 펴지 못한 뜻과 삶을 조금이라도 대신 살아주는 일"이라며 "저희 위원회가 하고자 하는 일도 같은 맥락에 있다, 의문사의 진상을 밝히고 잘못된 일은 바로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주종우 군가협회장은 "진상 규명을 통한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자살이라는 누명을 씌우는 군의 행위에 분개한 유족들은 장례도 못 지내고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주 회장은 "오늘도 국방부장관에게 추도사를 요청했지만,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며 군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어 "군은 더 이상 유가족들을 거리에서 방황하게 만들지 말고, 국가유공자법에 따라 고인이 편히 쉴 수 있도록 국가의 도리를 다 해달라"고 촉구했다.

추모제가 끝났어도 유가족들은 자리를 뜨지 못했다. 헌화를 하기 위해 무대에 올라온 유가족들은 손으로 '현수막 위패'에 적힌 아들의 이름을 만지며 오열했다. 이름이 높이 적혀 있어 손이 닿지 않는 이들은 국화로 대신했다.

a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오후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2007 군·경 의문사 희생자 합동추모제에서 군복무 중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은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날 추모제는 군가협 등이 주최하고, (사)천주교인권위원회가 주관했다.
#합동 추모제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이해동 #군가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윤석열 대통령, 또 틀렸다... 제발 공부 좀
  2. 2 한국에서 한 것처럼 했는데... 독일 초등교사가 보내온 편지
  3. 3 임성근 거짓말 드러나나, 사고 당일 녹음파일 나왔다
  4. 4 저출산, 지역소멸이 저희들 잘못은 아니잖아요
  5. 5 "집에 가자, 집에 가자" 요양원 나온 어머니가 제일 먼저 한 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