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기가 만든 걸작, 송네 피오르드

[무작정 떠난 러시아-유럽여행 36] 노르웨이 송네피오르드

등록 2007.06.08 10:15수정 2007.06.0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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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절경, 뮈르달-플롬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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뮈르달-플롬 구간의 사철열차 ⓒ 강병구

노르웨이 등의 북유럽과 캐나다 등에 분포한다는 피오르드. 빙하기가 끝나면서 지상을 덮고 있던 큰 얼음들이 녹아 급격히 바다 쪽으로 흐르면서, 깎아지른 듯 한 절경을 만들었다. 그것을 피오르드라고 배운 것은 고등학교 세계지리 시간이었다. 당시엔 당장의 시험 때문에 정신없이 외우기만 했고, 그것이 정말 어떤 것일지 생각해 보지 않았다.

다만 '무슨 이름이 이렇게 어려워? 피오르드? 이거 주관식 답 잘못 쓰는 거 아니야?'하는 걱정만 했었다. 그렇게 시험이 끝나고 당연히 잊어버린 피오르드라는 이름을, 배운지 근 10년 만에 직접 눈으로 보게 되었다. 멀고도 먼 노르웨이까지 와서 말이다.

베르겐의 민박집에서 아침 일찍 서둘러 역으로 향했다. 오전8시40분 차를 타고 뮈르달로 향했다. 아침 일찍이었지만, 피오르드 절경을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얼마 걸리지 않아 뮈르달에 도착했다. 산의 중턱 정도에 있는 뮈르달은 플롬으로 가는 피오르드열차의 시작점이다. 열차를 갈아탈 시간이 15분 정도라는 사전정보에 빨리 서둘러야 될 것 같은 급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서둘지 않아도 충분히 다 탈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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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롬으로 내려가는 길에 본, 협곡사이의 마을 ⓒ 강병구

자리 잡기는 좀 어려웠는데, 이미 단체로 예약을 하고 온 손님들에게 미리 자리를 배정해 둔 탓에 예약되지 않은 곳으로 가야했다. 그렇다고 예약석이 특별히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좀 신경이 쓰였다.

뮈르달에서 플롬으로 향하는 송네피오르드의 첫 번째 코스는 피오르드 협곡의 위쪽에서 아래로 내려가며 절경을 구경하는 곳이다. 약 20km 정도의 산길을 1시간 정도에 걸쳐 천천히 내려간다. 끊이지 않는 멋진 풍경을 사진기에 담는 것이 포인트이므로 열리는 창가에 앉는 것이 좋고(열리지 않는 창도 있다), 중간에 몇 번의 정차 시 내려서 자세히 구경해 볼 수도 있다.

초반에 정차한 기차역에서 본 폭포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대단한 유량으로 엄청난 소리를 내며 흐르는 폭포가 마치 북유럽의 전설 속 어느 장면 같은 모습이었다. 한데 이런 생각이 나만 한 것이 아니라는 듯, 특별한 퍼포먼스도 있었다. 마치 북유럽 신화에 나올 듯 한 모습의 여성이 폭포 옆에서 노르웨이 특유의 선율인 듯한 음악을 틀고 무용을 하고 있었다. 어찌 보면 유치해 보일 수도 있었지만, 장쾌한 폭포 소리와 압도적인 분위기와 꽤나 어울렸다.

기차와 배가 만나는 플롬 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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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중간에 정차하여 구경한, 장관인 폭포 ⓒ 강병구

폭포와 절경의 뮈르달-플롬 구간 열차를 1시간 정도 가다보면 협곡의 한 가운데 위치한 작은 마을이 나온다. 이곳이 바로 플롬으로 배를 타고 피오르드를 흐르는 강을 따라가며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대략 낮 12시경에 플롬에 도착했지만 이곳에서 탈 배는 오후 3시에 출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보니 앞에서 탄 열차구간 중 중간 중간의 간이역에 내려 좀 더 천천히 관광을 하고 왔어도 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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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더욱 맛있게 만들어준 기타 치던 외국인 ⓒ 강병구

플롬역에 함께 있는 여행 안내소에서 다음 목적지인 구드방겐 행 배편을 예매하고 나니 특별히 할 일이 없었다. 점심시간이 되었으므로 밥을 먹어야 했는데, 역 옆의 레스토랑은 가격이 비싸보였다. 그래서 역 뒤에 있는 슈퍼에서 빵과 우유 등을 사가지고 간단히 해결하기로 했다.

기차역 앞의 벤치에 앉아 햇살을 받으며 점심을 먹었다. 특별한 만찬이 아니었지만, 멋진 자연풍경과 여유로움이 충분히 맛있는 식단으로 만들어주었다. 또 옆 벤치에 앉아 자그마한 기타를 연주하던 사람 덕분에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오후2시쯤 도착한 두 번째 열차에서는 내가 타고 온 기차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내렸다. 다들 경쟁이라도 하듯이 역 옆의 여행안내소로 가 배표를 끊으려 했다. 그런 것을 보고나니 미리와 예약한 것이 천만다행인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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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고 가다 본 노르웨이 마을 ⓒ 강병구

이 기차에는 예상대로 한국인 관광객들도 많았다. 아마도 내일 벌어질 노르웨이 축구경기를 관전하려고 노르웨이에 들렸다가 여기까지 온듯 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한국 사람들과 인사도 주고받고 사진도 서로 찍어주며 배 출발을 기다렸다.

이윽고 오후3시 배가 출발했다. 강을 사이에 두고 우뚝 솟은 협곡을 지나가는 것이 참 특별한 느낌이었다. 특히 완만한 등성이에 동화 속 마을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는 노르웨이의 마을들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서로 더 좋은 풍경을 보려고 갑판 위에서 신경전을 벌이던 사람들이 얼마가지 않아 선실로 들어가 버렸다. 서늘한 날씨에 배가 이동하니 꽤 찬바람이 불어, 갑판에 오래도록 머물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상당수 반팔차림의 사람들은 부리나케 선실로 들어갔고, 다른 사람들도 오래지 않아 갑판에서 사라졌다. 좋은 풍경이긴 했지만, 준비가 철저하지 않으면 관광이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외길을 버스로 오르는 아찔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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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드방겐에서 보스로 가는 버스를 타려는 관광객들 ⓒ 강병구

구드방겐에 도착해서는 정말 정신을 차려야했다. 배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이 서로 다음 목적지로 가기위한 버스에 오르려고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첫 버스를 타고 출발할 수 있었다.

구드방겐에서 보스까지의 코스는 가파른 외길을 버스로 오르는 것이었다. 바로 옆 낭떠러지를 두고 구불구불 이어진 길을 올라가는 것이 참 아찔하면서도, 협곡들의 절경을 마음껏 볼 수 있는 곳이었다. 한 20분 정도를 올라가던 버스가 중간에 정차했다. 10여 분간 쉬면서 구경을 하라고 말하는데 처음엔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들었다. 버스에 탄 지 얼마나 됐다고, 쉬어간다니?

한데 사람들을 따라 건물 뒤편으로 가보고는 깜짝 놀랐다. 오늘 관광에서 가장 멋진 장면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은 스탈헤임이라는 호텔이 있는 곳으로, 여기의 풍경이 워낙 유명해 피오르드를 대표하는 엽서 등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곳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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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곡사이의 폭포 ⓒ 강병구

사람들과 나는 경치에 탄성을 지르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러시아 여행할 때도 느낀 것이지만, 엄청난 자연이 만든 걸작 앞에서는 경외로운 마음이 든다. 몇 만 년 전에는 이 골짜기에 얼음이 가득 차 있었고, 또 그것이 녹아 내려 이런 절경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사람으로선 감탄 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멋진 피오르드 관광은 보스에 도착하여 다시 베르겐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좀 더 여유가 있었다면 더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감상해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계속 들었다.

하지만 다시 베르겐에서 오슬로로 가는 야간열차를 탄 저녁에는, 다시금 내일 있을 대표팀의 평가전에 대한 기대가 가득했다. 이미 한 번 겪어 봤지만, 의자에 앉아 밤새 달려가는 일은 여전히 어려웠다. 하지만 내일 만날 태극전사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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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헤임 호텔 뒤편의 송네피오르드를 대표하는 절경 ⓒ 강병구



[여행팁 24] 송네피오르드

▲ 플롬 역과 여행안내소 모습
ⓒ강병구
가장 일반적인 관광루트는 내가 다녀온, 뮈르달~플롬~구드방겐~보스로 이어지는 루트다. 이 루트를 하루만에도 다 돌아볼 수 있는데, 오슬로에서 출발한다면 베르겐으로 가는 밤차를 이용해야한다. 밤을 꼬박 새는 불편한 의자에 앉아, 힘든 몸을 이끌고 피오르드를 구경하는 것은 그다지 좋을 것 같지 않다.

뮈르달까지 가는 기차는 유레일패스로 그냥 탈 수 있는 구간이다. 뮈르달에서 플롬으로 가는 사철구간은 유레일패스를 제시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으니, 역에서 유레일패스를 꼭 보여주도록 하자. 플롬에서 구드방겐으로 향하는 배는 플롬 역과 함께 있는 여행안내소에서 표를 끊을 수 있다. 그리고 구드방겐에서 보스로 향하는 버스도 현장에서 기사에게 표를 살 수 있다.

그러므로 사전에 표를 예매해도 괜찮지만, 현장에서도 무리 없이 예매할 수 있으므로 너무 걱정하지는 말자. 그리고 가능하면 피오르드 구간에서 1박을 하는 것도 고려해보자. 그냥 한 번에 돌기에는 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 강병구

덧붙이는 글 | 지난 2006년 4월 21일부터 7월 28일까지 러시아와, 에스토니아, 유럽 여러 국가를 여행했습니다. 약 3개월간의 즐거운 여행 경험을 함께 나누고자 올립니다. 다음 기사는 6월 15일(금요일)에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지난 2006년 4월 21일부터 7월 28일까지 러시아와, 에스토니아, 유럽 여러 국가를 여행했습니다. 약 3개월간의 즐거운 여행 경험을 함께 나누고자 올립니다. 다음 기사는 6월 15일(금요일)에 이어집니다.
#북유럽 #노르웨이 #송네피오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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