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명상이나 묵상을 해볼까 궁리 중이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 기도나 열심히 하지, 웬 명상·묵상이냐고 의아해 하는 사람들도 있으리라. 하지만 내게는 "하느님 아버지!"하고 시작하는 기독교인들의 일반적인 기도가 영 어색하다.
그래서 식사기도도 하지 않는다. 교회 예배에서도 때로는 눈을 감고 손을 맞잡고 있지만, 어떤 때는 남들은 열심히 기도하고 있는데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기도 한다. 눈을 감고 있을 때도 속으로 하느님 아버지를 찾지는 않고 그저 마음을 고요하게 가라앉히려고 한다.
그런데 요즘 내 안에 있는, 또 우리 사이에 있는 신적인 존재와 좀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이성적으로 이해했던 예수를 보다 가깝게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다. 기존 교회에서 주장하는 '가짜 하나님'을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어느새 공(空)에 가까워진 근원적 존재를 직접 마주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 만남을 통해서 미친개처럼 날뛰는 내 욕망을 좀 다독여주고 싶다.
내가 다니는 새길 교회는 다른 종교에 대해 개방적이다. 불교에 대해 마음 편하게 공부하면서, 기존 교회에서 하는 기도와는 다른 방식으로 근원적 존재를 만나는 방법을 알게 됐다. 지금까지 불교의 이론을 더듬어 왔는데 이제는 불교의 수련 방식을 맛보려고 모색하는 중이다. 이런 식으로 살면서 교회에 다니는 나는 가짜 기독교인일까.
나처럼 '가짜 기독교인' 행세를 하다가 일자리를 뺏긴 사람이 있다. 개신교계 강남대는 작년 불상 앞에서 절을 했다는 이유로 이찬수 교수를 해직시켰다. 다른 종교에 대한 조화와 관용의 태도를 보인 것이 빌미가 된 것이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이찬수 교수의 재임용 거부 처분이 부당하다고 결정했지만, 강남대는 불복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 교수의 해직은 한국 기독교, 특히 개신교의 비상식적인 면을 잘 보여준다. 다른 종교에 대한 몰이해와 지극히 배타적인 종교관. 편협한 교리에 충실한데도 아직도 교회에 사람들이 넘쳐나는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교회가 교활한 것일까, 아니면 신자들이 진지하지 않은 것일까.
아무런 잘못도 없이 대학에서 쫓겨난 이 교수의 일은 무척 안타깝다. 나는 평범한 기독교인으로서 교회에 잘 다니면서도 새로운 종교체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 새로운 길의 이름은 불교이고, 그 중에서도 명상, 묵상이라는 작은 길이며, 지금 나를 안내해 주는 도반은 베트남 스님 틱낫한이다.
"명상은 현실도피가 아니다. 그것은 현실과의 진지한 만남이다."
틱낫한은 전쟁터에서 일하는 베트남 평화 운동가들에게 말했다. 일주일에서 하루를 떼어 그날을 온전히 명상수련에 바치라고.
"평화운동을 하거나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은 그가 맡은 일이 아무리 긴요한 일이라 해도 그렇게 하루를 보낼 권리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염려와 기계적 움직임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기 쉽고, 효과적으로 중요한 활동을 하기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날 하루가 일주일동안의 다른 날들에 미치는 영향은 헤아릴 수가 없다."
이런 가르침들 중 어디에 예수의 가르침에서 벗어난 것이 있는가. 오히려 하느님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길을 안내해 주고 있다. 새로운 길을 더듬어 가고 있는 나는 요즘, 이제야 내게 맞는 기도다운 기도를 제대로 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품고 있다. 물론 그 길을 어느 정도 걸어보아야 참 맛을 알겠지만.
용인에 있는 강남대 앞에서 열리는 이 교수의 복직을 위한 집회에 참석하지 못해 아쉽다. 강남대는 시대에 뒤떨어진 교리에 얽매이지 말고, 몰상식한 처사를 철회하기 바란다. 그리고 한국 개신교가 낡은 전통을 벗어나서,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수련방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하나님에게 가는 길을 툭 터놓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이창엽씨는 인권연대 운영위원과 치과 의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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