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운하, 보상비 정말 없나요?

사유지 매입해 직선 물길 낸 독일 운하

등록 2007.06.14 17:06수정 2007.07.0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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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도나우 운하를 운행하는 주요 화물선. ⓒ 생태지평 장지영


"경부운하 건설사업에는 보상비가 거의 없는데 자꾸만 왜곡하고 있다."

지난 5월 23일 한국토지공법학회에서 '경부운하 구상의 법적 문제점 검토'를 주제로 한 필자의 발표에 대해, 청계천복원 추진본부장을 역임했던 MB캠프의 장석효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은 "대운하 건설 사업예정지는 대부분 공유수면과 국·공유지여서 피해보상비도 거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5월 22일 <연합뉴스>)

이에 대해 이미 학회에서 반론을 제기한 바 있지만, 그 이후 많은 시간을 두고 아무리 곱씹어봐도 보상비가 없다는 말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기존 국·공유 하천만으로 한다 하더라도 인접 부지와 제외지(堤外地)의 조성, 댐과 갑문으로 인한 편입 사유지, 공사 기간 동안 기존 수로의 방제시 편입부지, 강변여과수 저장 부지 확보, 물줄기가 너무 우회하는 경우 직선수로 조성 등의 필요성이 있음이 분명할텐데, 어찌 사유지에 대한 보상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잠시 시간을 내어 '보상문제'가 궁금하여 그들이 주장하는 독일 운하를 관광하기로 했다. 구글 어스를 이용해 먼저 독일 남부의 MD운하(Main-Donau Kanal)로 갔다. 프랑크푸르트(Frankfurt)-뷔르츠부르크(Wuerzburg)-레겐스부르크(Regensburg)-파싸우(Passau)로 이어지는 물길이다.

대운하 사업예정지는 국·공유지뿐?

뷔르츠부르크(Wuerzburg)를 얼마 지나지 않아 란데르자커(Randersacker)라는 마을에 이르자 그로부터 미처 10Km도 채 되지 않는 구간에 3개의 갑문이 설치되어 있다. 벌써 의문이 든다. 그것을 갑문이라 해야 할 지 댐이라 해야 할 지 애매하지만 일단 갑문으로 부르기로 하자.

초이벨리드(Zeubelried) 근처 갑문 옆엔 길고 높다란 다리가 있다. 이 교량은 강 양편에서부터 최소 200~300미터 이전부터 땅높이를 다져올려 높이 조절을 함으로써 선박의 통행을 용이하게 해주었다. 운하를 넘는 교량은 대체로 이렇게 높게 만들어져 있다.

좀 더 내려오니 강원도 동강보다도 더 춤을 춘다. 슈탐하임(Stammheim)에서 강이 곡선을 그려 오버아이젠하임(Obereisenheim)과 운터아이젠하임(Untereisenheim)에서 U자(字)를 그리더니 폴카흐(Volkach)에서는 도저히 포기를 하고 말았다. U자, S자, W자를 몇 차례 그리며 몇 개 마을을 거치는 강길을 보니 숨이 찼던지 그냥 게를라흐하우젠(Gerlachhausen)까지 농지를 수용하여 직선으로 뚫어 10Km의 거리를 반으로 단축시켜 버렸다.

그라펜라인펠트(Grafenrheinfeld)라는 마을에서는 깊은 D자형 수로를 막고 직선으로 뚫다보니 기존의 강은 중간 중간이 메워져 몇 개의 호수가 되어 수질이 검게 악화되어 있었다. 더 내려와 림바흐(Limbach)라는 곳은 N자 모양을 직선화 하였고, 밤베르크(Bamberg)-게로이드(Gereuth)-스트룰렌도르프(Strullendorf)-히르샤이트(Hirschaid) 너머까지의 몇 개 도시는 구불구불한 기존 강줄기를 그대로 놔 둔 채 새로 10여km를 아우토반(Autobahn)마냥 직선으로 뚫어버렸다. 물론 그 구간에는 많은 교량이 있었다.

파우츠펠트(Pautzfeld)-부켄호펜(Buckenhofen) 구간도 C자형을 I자로 만들었다. 하우젠(Hausen)이라는 곳부터는 더 이상 말을 잃었다. 그로부터 약 40Km 이상을 또 인공으로 새로 뚫어버렸다. 부르크파른바흐(Burgfarrnbach), 담바흐(Dammbach), 아이바흐(Eibach) 너머까지 새 길을 내다보니 기존의 강줄기는 개천으로 변해 있었다.

그 이후에도 협의 또는 강제수용에 의한 단축수로를 수 차례 만들었고(바드 압바흐·Bad Abbach, 그뮌트·Gmuend), 춤추는 강줄기의 중간을 약 5Km짜리 직선수로로 만들기도 하였다(슈트라우빙·Straubing 인근).

말 많은 MD운하를 보고 다시 우리의 남한강과 낙동강을 보았다. 어디를 어떻게 뚫어야만 구간도 단축시키고 또 토지보상 없이 최소 비용으로 경부운하를 연결시켜 정상화시킬 수 있을까. 난감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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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도나우 운하(MDK) 퓌르트 지역의 제방. ⓒ 독일 연방 수로국


구불구불했던 강이 직선의 인공물길로

이제 독일 북서쪽의 베저(Weser)강과 엘베(Elbe)강을 가보기로 했다. 대도시인 브레멘(Bremen)과 함부르크(Hamburg)를 지나는 강들이다.

바덴(Baden)이라는 마을을 가니 약 13㎞의 굽이쳐 흐르는 강줄기를 7㎞정도로 랑베델(Langwedel)까지 직선으로 질러버려 누가 봐도 쉽게 인공 운하임을 알 수 있었다.

좀 더 내려와 되르페르덴(Doerverden)에서는 6㎞를 2㎞로, 로르젠(Rohrsen)-하스베르겐(Hassbergen) 구간은 12㎞를 4㎞로, 페터스하겐(Petershagen)에서는 약 10㎞를 5㎞로, 슈톨쩨나우(Stolzenau) 인근에서는 S자 모양의 수로 10㎞를 4㎞정도로 직선화시켰다. 이곳은 기존 강의 폭이 상당히 넓은데도 어찌된 일인지 농지를 매입하여 쉴뤼셀부르크(Schluesselburg)라는 농촌마을을 섬으로 만들어 버렸다.

다음으로 엠스(Ems)강으로 갔다. 주변에 뮌스터(Muenster)라는 유명한 역사도시가 있다.

다텔른(Datteln)과 메킹호펜(Meckinghoven) 사이의 약 5㎞안에 3개의 갑문이 설치되어 있고, 바로 인근 약 10㎞이내에 위치한 나트롭(Natrop)-아아젠(Ahsen)-플라오스하임(Flaosheim)에 각 한 개 씩 또 3개의 갑문이 있었다. 조금 더 가다보니 회르스텔(Hoerstel) 인근 베푀르게른(Bevergern)-로데(Rodde)-알텐라이네(Altenrheine) 구간 약 8㎞에는 3개의 갑문이 연속으로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 첫 갑문 옆에 고여있는 물은 이미 시커멓게 물이 죽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라인(Rhein)강이다. 라인강을 운하라고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강폭이 청평에서 서울까지의 한강 정도로 넓은 라인강 중하류 구간을 운하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것 같다.

그렇지만 좀 더 상류쪽 즉, 만하임(Mannheim)과 슈파이어(Speyer) 정도에 이르는 상류구간은 그것을 인공운하로 조성했다면 운하로 부르는 것도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라인강 중상류 지역을 올라가보자. 슈파이어 근처에 오니 우리나라의 강원도를 연상하게 한다. S자의 물줄기가 5~6개 연결되어 물굽이가 노래하듯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데 왠일인지 그저 직선으로만 가기에 제대로 보니 50여㎞를 약 20㎞ 정도로 그 중간을 몇 개로 질러 관통시켜버린 것이 아닌가. 또 헤르네(Herne) 인근에도 약 5㎞사이에 2개의 갑문을 설치해 두고 있었다.

독일에는 MD운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베저(Weser), 엘베(Elbe), 엠스(Ems), 라인(Rhein)강 중상류 등도 선박이 오가도록 운하를 만들어 두고 있었다.

강제수용된 사유지들... 이명박 캠프는 답하라

그러나 곳곳에 강줄기가 심하게 휘어지거나 수량이 부족하여 직선관통 수로를 인공적으로 만든 곳을 수 없이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모두 민간 사유지를 매입하거나 강제수용하는 방법으로 취득한 것이었다. 우리의 한강과 낙동강을 바라보며 절로 한숨이 나온다.

"보상이 거의 없다"는 MB캠프의 장석효 전 행정부시장은 이제 그 주장을 철회해 주기 바란다. 그리고 운하건설계획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다는 둥, 상상과 가정을 전제로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의심된다는 둥, 지적 불성실에 실망이라는 둥 논리빈약에 터잡은 그 비상식적인 언사(言辭)에 대하여 이제는 당일 논문을 발표한 필자에게 사과해주기 바란다.

17조가 될 지 그 2~3배가 될 지 우리 세금이 새어나가는 것이 두려워 재고(再考)해 줄 것을 부탁한 건전한 학술적 발표논문에, 하루 전 날 오후에 불참 통보하면서 "반대론자 일색"이라며 매도하는 일도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경부운하 건설, 보상비 없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워 다시 독일의 운하를 전반적으로 둘러보았다. 곳곳에 S, N, W, D 등 모양의 강을 거리단축을 위해 토지보상을 거쳐 직선화시킨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보상 없다며 정치적 의도 갖고 비판하지 말라는 비난에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한다.

덧붙이는 글 경부운하 건설, 보상비 없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워 다시 독일의 운하를 전반적으로 둘러보았다. 곳곳에 S, N, W, D 등 모양의 강을 거리단축을 위해 토지보상을 거쳐 직선화시킨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보상 없다며 정치적 의도 갖고 비판하지 말라는 비난에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한다.
#경부운하 #한반도대운하 #MD운하 #RMD운하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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