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공무원 '허위 출장비' 사건을 보며

10여년 전 군대에서 국방비 '빼먹던' 간부들 생각납니다

등록 2007.06.14 11:57수정 2007.06.1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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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 성북구청에서 가지도 않은 출장비를 모든 구청 직원에게 한 달에 24만원씩 지급해왔다는 기사가 일제히 떴습니다. 뉴스는 비단 성북구청뿐 아니라 서울시 25개 구청이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보도했습니다. 성북구청의 경우 이렇게 나간 허위 출장비가 47억원에 달한다고 전했습니다.

간혹 공무원들이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국민의 혈세를 빼먹거나 횡령하려다 들통난 사건들이 종종 보도되지만 이처럼 대대적으로 구청 공무원들이 버젓이 세금을 빼먹는 경우를 두고 독자들은 역시 '철밥통 공무원'이라는 야유를 퍼붓기에 마땅한 점 없지 않다고 봅니다. 한때는 서울시 공무원들이 하지도 않은 추가근무수당을 챙겨 말썽을 빚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이러한 일이 또 벌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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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군부대에서 '가라' 추가근무일지를 작성할까?(사진은 기사와 특정한 관계 없음) ⓒ 윤태

이번 사건을 보면서 10여년 전 제 군대시절이 생각납니다. 지난 1994년, 모처에서 군생활을 할 때 저는 인사과 행정병이었습니다. 그때 선임하사가 있었고 옆 군수과에 인사계도 있었는데 그때 제가 '짬밥'에 밀려 했던 일이 뭔지 아십니까?

선임하사나 인사계 추가근무수당을 받게 하는 것입니다. 즉 그들의 추가근무일지에 그들 필체를 흉내내 사인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물론 추가 근무는 하지 않았고 근무일지만 대리로 작성해 경리과로 넘기면 다달이 얼마씩 초과근무수당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저 이등병 월급이 1만원 정도였는데, 하사관들은 그런 정직하지 못한 방법으로 경리과와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국방비를 축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당시 모든 하사관이나 장교들이 그런 식으로 하지도 않은 초과근무수당을 받아냈고 저는 시키는 대로 그저 사인을 해야만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10여년 지난 일이지만, 지금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옛날 관행 그대로 하면서 여전히 국방비를 축내고 있는지 아니면 개선돼 그런 일이 없어졌는지 달리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그냥 '그럴 것이다'라는 느낌만 있을 뿐이죠.

그렇게 따지고 보면 사회나 군대나 할 것 없이 군대를 포함한 우리 사회는 이처럼 정직하지 못한 방법으로 혈세를 좀먹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단지 일일이 뉴스보도만 되지 않을 뿐이죠.

저도 한때는 건설현장에 많이 다녔는데, 어떤 소장은 이러더군요. 건물에 들어갈 철근 예를 들어 30㎜짜리 철근을 본사에 신청하고선 실제로 건물에 들어가는 철근은 20㎜ 즉 가격이 싼 것을 사용하더군요. 나머지 차액을 현장 소장이 먹는 것이죠.

국민의 혈세와는 상관이 없는 문제지만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빼먹는 그런 사례, 제 경험담을 통한 그러한 사례들을 살펴봤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의 경험담은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겠습니다. 뉴스에서 보도되는 이러한 비리도 마찬가지로 빙산의 일각이라고 볼 수도 있겠구요.

혹시 여러분이 알고 있거나 경험하신 일 중에 이런 방법으로 돈 빼먹는 경우 있으신지요? 독자 여러분이 겪은 크고 작은 비리 경험담을 알려주세요.
#출장비 #성북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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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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