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코미디정치는 마감하자

등록 2007.06.15 15:41수정 2007.06.1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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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간 교육을 살리고 소외계층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따뜻한 정책을 펼치도록 하겠다."

지난 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따듯한 복지, 세계를 향한 교육'이라는 주제로 한나라당 대선후보간 교육복지토론회에서 김형오 원내대표가 한 말이다.

'경쟁과 효율'이 살길이라며 '교육시장을 개방'하고 복지를 줄이고 시장논리를 추구하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한나라당이 죽어가는 교육을 살리고, 사회약자를 위한 따뜻한 복지정책을 펼치겠다니…. 코미디도 이정도면 프로급이다. 이 사람들이 정말 그 뜻이 무엇인지 몰라서 그런 말을 했다면 무식한 소치요, 알고서도 그런 말을 했다면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정치인들의 의식구조는 세월이 가도 달라지지 않는다. 서민대중은 무식하기 때문에 앞뒤가 맞지 않는 아무 말이나 해도 속아 넘어갈 것으로 알지만 이제 국민들도 그 정도의 속셈은 알만큼 다 안다.

서민들을 졸(卒)로 아는 정치인들의 안하무인격인 사고방식뿐만 아니다. 언론의 작태는 더더욱 노골적이고 다분히 의도적이기까지 하다.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는 예사고 불과 몇 달 전에 한 말을 예사로 뒤집기도 한다. 5·18을 폭동이라 했다가 민주화운동이라고 말을 바꾸고 5·16을 혁명이라 했다가 군사정변이라는 표현으로 뒤집기도 한다.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으러 검찰에 출두하면서 기자들에게 '한 푼도 받은 사실이 없다'며 기고만장 하지만 며칠 후에는 구속영장이 떨어져 수갑을 차고 구금되는 모습도 너무 자주 봐 식상하기 까지 하다. 아들이 폭행을 당하자 아버지가 보복 폭행을 한 한화그룹회장의 자력구제는 차라리 비뚤어진 부정(父情)이라고 치자.

그러나 정치지도자나 재계 총수며 유명 언론까지 나서서 하는 거짓말은 이제 노골적이고 뻔뻔스럽기까지 하다. '우선 위기를 넘겨놓고 보자' 또는 '아니면 말고'식의 거짓말 정도는 그게 뭘 문제가 될 것도 없다는 분위기다.

노무현 대통령의 억지도 수준급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2일 참여정부평가포럼에서 아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이명박 전 시장의 대운하 구상에 대해서는 '제정신 가진 사람은 투자 안 해'라고 하는 가하면 박근혜 대표에 대해서는 '독재자의 딸'이라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했다. 독재자의 딸이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알지만 대선후보 선출을 눈앞에 두고 그런 말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를 리 없다.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선관위의 판단에 대해 다시 원광대에서 "어디까지가 선거운동이고 정치중립인지 모호한 구성요건은 위헌"이라며 선거법 9조에 대해 "세계에 유례가 없는 위선적 제도"라고 항변했다.

거짓말이 일상화되는 불신의 시대는 마감해야 한다. 언론 개혁이나 기자실 폐쇄를 언론탄압으로 몰아가고 거짓말을 해도 시간만 지나면 다시 애국지사로 둔갑하는 풍토를 언제까지 구경꾼이 되어야 하나? 옛말에도 '인, 의, 예, 지, 신'이라 하여 신의 없는 인간을 사람취급조차 하지 않았다.

거짓과 불신이 통하는 사회를 바로세우기 위해서는 '정치적 중립'이라는 가면을 벗겨야 한다. 공무원이나 교사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정치표현의 자유조차 구속당하는 현실을 두고서는 이런 풍토를 바꿀 길이 없다.

'교원이나 언론의 정치적 중립'은 금과옥조인가? 시민단체며 노동단체들도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조중동이 약자가 아니라 강자의 편이며 이와 같은 맥락에서 효율이라는 가치를 중시하는 한나라당의 지지 세력이라는 걸 모르는 바보는 없다.

노사모만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 세력이 아니다. 법치국가에서 터놓고 법을 어겨도 들키지만 않으면 죄가 되지 않는 풍토에서 진정한 민주주의가 정착되기를 기대할 수 없다.

위선의 시대는 마감해야 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는, 그래서 들키면 죄가 되는 풍토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교원이며 언론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법부터 고쳐야 한다. 순진한 국민을 속이고 가장 중립적인 것처럼 가면을 쓰고 있는 언론사며 시민단체들도 터놓고 색깔을 드러내는 것이 솔직하지 않은가?

언론개혁을 하지 못한 무능한 대통령이 수구언론의 악의적인 태도에 한풀이식 막말을 쏟아낼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정치적 중립이라는 가면을 벗기고 언론개혁이 나서는 게 순리다. 그것이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길이며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첩경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 기사는 유 포트와 김용택과 함께하는 참교육이야기(http://chamstory.net)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 기사는 유 포트와 김용택과 함께하는 참교육이야기(http://chamstory.net)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치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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