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왜 소녀를 노렸을까?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 여섯 번째, <12번째 카드>

등록 2007.06.17 10:32수정 2007.06.1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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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번째 카드> 1권 겉표지 ⓒ 랜덤하우스

흑인박물관에서 옛 자료를 찾던 소녀는 정체 모를 남자의 공격으로부터 가까스로 도망친다. 현장을 보건대 그가 소녀를 강간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전신마비 범죄학자 링컨 라임은 그것이 위장된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증거를 꼼꼼하게 살피는 링컨 라임이 아니었다면 발견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링컨 라임은 이뿐만 아니라 범인이 다시 소녀를 노릴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에 대한 준비를 한다. 지능적인 범인과 범죄학자 링컨 라임의 승부가 시작되는 것이다.

<본 컬렉터>부터 <사라진 마술사>까지, 언제나 독자들을 즐겁게 해주는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 여섯 번째 이야기가 찾아왔다. 제목은 <12번째 카드>로 이는 현장에 남겨진 타로카드에서 기인한 것이다. 제프리 디버의 작품인 만큼 관전 포인트는 다섯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링컨 라임이 상대해야 할 적이다.

이제껏 링컨 라임 시리즈가 입소문을 탈 수 있었던 까닭으로 매번 전작의 악당보다 진일보한 적이 등장했다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 비슷한 수준의 악당이 등장한다면 어느 시리즈를 막론하고 꽤나 심심했을 텐데 제프리 디버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전작에서 무시무시했던 악당을 초라하게 만들 정도로 가공할 적을 생산해낸 것이다.

<12번째 카드>에서 링컨 라임이 상대해야 할 상대는 할렘을 누비는 암살범이다. 할렘은 위험한 곳이며 또한 은밀한 곳이다. 할렘의 문화는 그곳에 산 사람이 아니고서는 제대로 알 수가 없다. 그곳의 문화를 안다면 할렘 전체를 아군으로 만들 수 있지만, 링컨 라임처럼 외부인이라면, 특히 경찰편이라면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 범인은 그 반대다. 환경의 도움을 받는 범인! 이번에도 만만치 않다는 걸 알게 해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 할렘을 누비고 다니는 암살범의 존재는 왠지 전작의 범인들에 비해서 2%가 허전해 보인다. 이상한 것은 또 있다. 범인이 소녀를 노리는 이유가 애매모호하다는 것이다. 범인이 소녀를 공격하려고 한 이유는 뭘까? 범인은 수사 방향을 돌리게 하기 위해서 속임수를 쓸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했다. 또한 국제적인 유명인사나 큰 사건의 중요한 증인도 아닌데 계속해서 소녀를 노리고 달려든다. 도대체 왜 그런 걸까?

여기서 <12번째 카드>의 두 번째 관전 포인트가 나타난다. 그것은 바로 '역사'다. 링컨 라임은 범인이 왜 소녀를 공격하려 했는지 추론하다가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다. '해방노예'라는 단어가 등장했던 시절, 백년도 더 지난 과거의 흑인 문제가 이번 사건에 중요한 단서가 된다는 걸 알아챈 것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남북전쟁으로 흑인은 해방됐다. 하지만 제프리 디버는 링컨 라임의 수사를 통해서 그것의 허구성을 과감하게 밝혀내고 있다.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북부지방에서 흑인들이 어떤 취급을 당했으며, 해방된 뒤에 어떤 수모를 당했는지를 말하고 있다. 인문서라면 모를까 추리소설에서 이런 것들을 말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제프리 디버는 그것을 사건과 연결시켜 자연스럽게 설명하고 있다. 덕분에 관련 인문서를 읽었던 사람이 아니라면 꽤나 놀랄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게 됐다.

범인을 잡기 위해 증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어떨까? CSI드라마보다 재밌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니 이것의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전신마비라는 상황을 딛고 재활을 하려고 고민하는 링컨 라임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는 것도 놓칠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링컨 라임 시리즈를 계속해서 봤던 독자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마지막 관전 포인트는 링컨 라임 시리즈를 빛내주는 '반전'이다. 어느 작품에도 뒤지지 않는 반전을 맛볼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의 끝처럼 지나치게 해피엔딩을 강조한 면이 없지 않지만, 거듭되는 반전과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의 활약을 보건데 <12번째 카드>도 링컨 라임 시리즈의 명성을 이어가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기대치를 최대한으로 높여도 좋다. 추리소설에서 무엇을 기대하든 <12번째 카드>라면 그것을 채워주고도 남을 것이다.

12번째 카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6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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