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2등입니다

[세상 읽기] 이제는 2등이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 사회가 되길 바라며...

등록 2007.06.17 17:14수정 2007.06.17 17:14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88년 서울 올림픽이 진행되던 9월 어느 날, 지상 최고의 육상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칼 루이스와 벤 존슨의 대결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이유는 9초79의 세계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건 존슨이 결국 약물 복용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존슨은 금메달 박탈은 물론, 2년간 출전금지처분을 받으며 선수로서의 명예와 인기 등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이 사건이 주는 교훈은 크다. 존슨의 모습은 1등을 위해 잘못된 수단과 방법을 서슴지 않는 일부 사회적 고위층의 모습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들의 잘못은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되기 이전에 1등 지상주의가 만연한 우리 사회의 분위기에 기인한다.

'아무도 2등을 기억하지 않는다'는 광고 속 멘트처럼 언론은 대체로 결과물의 단면에만 초점을 맞춘다. 국가 친선경기에서 한국 축구 대표팀이 승리할 경우 온갖 미사여구로 승리를 자축하는 반면, 한 번의 실수로 뼈아픈 패배를 당했기라도 하면 작은 문제점을 팀 전반의 문제로 보도하곤 한다. 게다가 승리를 하면 2, 3번 반복 보도를 하는데에 비해, 패배를 하면 크게 한 번 보도하고 끝나는 경우가 보통이다.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딴 선수의 얼굴이 동메달을 딴 선수의 얼굴보다 더 어둡다. 동메달을 딴 선수는 메달 권에 진입했다는 축하의 메시지를 받는 반면, 은메달을 딴 선수에게는 "금메달을 딸 수도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운 말만 듣는다. 결국 3등만도 못한 2등이 되는 현실이다.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다고 하지만 '1등과 2등의 차이가 너무 큰 한국 사회는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1등은 1등대로, 2등은 2등대로 성과에 비례한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 2등은 패배자로 보는 사회적 인식이 우리 주변에 팽배해 있다.

내 주변에도 완벽을 추구하며 급기야 최고가 되기 위해 양심까지 판 친구가 있다. 업무상으로 뛰어난 인재이지만, 알고 보면 동료를 비롯해 후배들의 질타를 받는 딱한 친구다. 상사는 그의 능력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지만, 그는 그것을 인정받는 것으로 생각할 뿐이다. 성과 지상주의가 인간의 양심마저 팔게 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얼마 전 A신문에서 '이 시대가 원하는 인재상'이란 기사를 본 적이 있다. 20세기 사회가 원하는 인재상은 업무 능력이 뛰어나고 상사의 지시에 잘 따르는 형의 인재였다. 그러나 21세기인 지금 이 사회가 원하는 인재상은 그런 사원이 아니다. 요즘은 업무 능력도 중요하지만 원만한 대인관계가 필수 요소로 꼽힌다. 그리고 이 시대는 상사의 지시에 무조건 복종하기보다 더 다양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한다.

결론적으로 이제는 1등만이 대우받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 단면적인 평가에서 2등을 하더라도 원만한 인간관계를 활용해 더 큰 사회적 영향력을 누릴 수 있는 시대가 요즘 시대다. 끝으로 다시는 2등이 수치심을 느끼는 그런 사회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1등 지상주의 #성과 지상주의 #2등 #수치심 #인재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윤석열 대통령 태도가...' KBS와 MBC의 엇갈린 평가
  2. 2 5년 뒤에도 포스코가 한국에 있을까?
  3. 3 윤 대통령 95분에서 확인된 네 가지, 이건 비극이다
  4. 4 6자로 요약되는 윤 대통령 기자회견... 이 노래 들려주고 싶다
  5. 5 감정위원 가슴 벌벌 떨게 만든 전설의 고문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