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을 신다 보니
등산화가 다 헤져
누더기가 됐다
땅을 디딜 때마다
발바닥이 아프다
조금만 더 신고 버려야지
그렇게 마음먹고
뭉갠 시간이
벌써 몇 달째다
신발뿐 아니라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한다
종종 회고조로
목소리를 깊숙이 내리깐 채
옛날이 좋았노라고
박정희 시절이 좋았노라고
마치 벽에 못이라도 박듯
말하는 사람들과 어쩔 수 없이
마주앉게 되는 경우가 있다
비유하자면
그들 역시
닳고 닳아서
진작에 버려야 했을
등산화를 여태껏 버리지 못하고
질질 끌고 다니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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