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로마를 만났다

[로마인 이야기] 영원히 기억에 남을 역사 '로마'

등록 2007.06.21 16:59수정 2007.06.2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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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 도서출판 한길사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로마인 이야기> 독후감 대회 응모작입니다. <편집자주>
학창시절 나를 사로잡은 로마, 로마인

초등학교 때였다. 친구들과 퀴즈 내기를 하면 반드시 내는 문제가 카이사르에 대한 것이다. 즉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라고 말한 로마의 황제는 누구인가? 라는 문제였다. 왜냐하면 그 시절에 유명한 책이 계몽사에서 나온 <세계위인전집>이었고, 그 중에서 카이사르의 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카이사르 전기를 읽고 나면 다른 위인들보다 문제를 내기 좋은 소재들이 많이 있었기에 친구들도 굉장히 선호하는 인물이 카이사르였다.

이 시절 처음 로마와 카이사르, 옥타비아누스, 안토니우스, 그리고 한 치의 코만 높았으면 세계를 정복했으리라는 클레오파트라를 만났다. 이 시기에 우리에게 매력적인 또 다른 인물은 한니발이었다. 그가 코끼리 군단을 이끌고 알프스를 넘어 로마로 들어오는 기상천외의 작전을 읽을 때는 그야말로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하였다. 아울러 스키피오와의 한니발의 숙명적인 대결, 조국으로부터 버림받은 한니발의 운명 등을 알았다. 그리고 쿠오바디스라는 영화를 통해서 네로와 키케로를 알았다.

하여튼 초등학교 시절에 읽었던 책들을 통해서 난생 처음으로 로마를 알았던 것이다. 중학교를 거치면서 세계사 시간에 로마제국을 공부하면서 그렇게 찬란했던 로마제국이 힘없이 무너져 버리고 만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하던 때가 새삼스럽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카이사르 암살에 앞장 선 브루투스의 행위를 비난한 안토니우스의 연설문을 영어로 암기하면서, 로마인들의 뛰어난 지식을 알 수 있었다. 대학에 들어오면 차하순의 <서양사총론>, 민석홍의 <서양사개론> 그리고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를 읽으면서 로마제국에 대해서 더 세밀하게 접할 수 있었다.

문명의 관점에서 조명한 <로마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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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콜로세움 ⓒ 한길사

나는 늘 왜 로마제국은 멸망했을까 라는 의문과 함께 찬란한 로마문화에 대한 동경심과 외경심을 가졌다.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었던 그런 문화가 아니라 그야말로 위대함이라는 단어가 꼭 필요한 그런 문화들이었다.

결국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오면서 접한 책이 로마문화가 아닌 로마문명이라는 관점에서 서술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였다. 사실은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 나로서는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하였다. 왜냐하면 일본인의 시각에서 본 로마가 과연 로마답게 표출되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사마천의 <사기>를 통해서 역사를 알았던 동양인의 사고가, 과연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기본으로 하는 서양사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하는 안일한 나의 사고가 한 몫을 차지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첫 권이 나오고 난 이후 꾸준히 좋은 평판을 받고 인기를 끌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고 나서 한번 읽어보아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결정적으로 길고 먼 역사를 향한 여행을 인도한 분이 바로 내 선생님이었다.

내 선생님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 어떤 역사책보다 배울 것이 많고 바라보는 시각이 독특하다고 격찬을 하셨다. 선생님의 이런 말씀을 듣고 아주 길고 먼 역사로의 여행을 시작하였던 것이다.

드라마와 같은 로마 역사

서양문명의 출발인 그리스를 통해 지중해문화권을 형성한 서양사가 알렉산드로스의 동서융합의 헬레니즘 문화를 창출할 때까지 로마는 아직 역사에 나타나지 않았다. 기원전 3세기 되면서 로마는 서서히 우리가 알고 있는 로마로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카르타고와 지중해 패권을 놓고 시작한 숙명의 전쟁은 결국 로마를 반도국가에서 일약 지중해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강자로 역사의 전면에 등장시켰다.

새로운 로마로 거듭나기 위하여 로마인들은 부단히 노력을 하였고 그 결과 로마인에 의한 로마 문명을 확립하였다. 그러나 빛과 어둠이 항상 같이 동반하듯이 로마는 술라 사후 한순간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 혼란이 지속되었으면 우리가 알고 있는 로마는 역사에서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혼란을 수습하기 위하여 등장한 이가 바로 카이사르였다. 그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지만 시오노 나나미는 이 인물을 로마인다운 로마인으로 생각하였다. 카이사르의 결단력 있는 행동은 그의 사후 옥타비아누스에 의해 '로마에 의한 평화'를 가져 왔다.

위대한 로마인으로 불리는 아우구스투스 사후에 무능력한 황제들의 등장은 로마를 흔들기 시작하였고 결정적으로 또 다른 로마인의 원형인 네로에 의해서 무참하게 흔들렸지만 로마제국은 질서 있는 평화와 번영을 구가하였다.

그러나 로마는 또 다른 암초를 만나게 되었다. 바로 자기네끼리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로마가 이처럼 피로감에 지쳐가고 있을 때 새로운 로마인이 등장하였는데, 그가 바로 베스파시아누스였다. 그는 로마인이 가지고 있던 소질인 '건전한 상식인'으로 자질이 강한 인물이었고, 그의 아들들도 역시 베스파시아누스처럼 로마가 원하는 로마인이었다.

로마는 다시 한번 역사를 향한 질주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드디어 로마제국의 태평성대라고 할 수 있는 5현제 시대가 시작되었고, 이로써 로마인에 의해 새로운 로마가 탄생했다.

평화의 로마 제국의 대미를 장식한 인물은 바로 위대한 철학자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였다. 시오노 나나미는 아우렐리우스로부터 로마는 쇠망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하였다고 하였다.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코모두스 황제 때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새로이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후 제국은 한없이 달려갔다. 쇠망의 길로….

어느 왕조든지 그 왕조가 몰락할 때 나타나는 현상들이 어김없이 로마제국을 뒤덮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쇠망의 길에 박차를 가하는 야만족의 등장은 어쩌면 역사의 법칙처럼 나타났다.

로마제국이 이렇게 쇠망의 길로 접어들고 있을 때 로마인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카이사르의 로마인도 아우구스투스의 로마인도 이 때는 찾아 볼 수 없었다. 단지 무너져가는 제국을 무관심으로 바라보는 로마인만이 가득하였다.

제국의 마지막 길을 조금 더 연장하기 위한 디오클레티아누스와 콘스탄티누스의 노력도 부메랑이 되어 제국은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빠져 들어갔다. 즉 제국을 위해 기독교를 선택했지만 도리어 기독교가 로마제국을 삼키고 말았던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황제가 아닌 주교 암브로시우스를 만나게 된다.

기독교에 의한 새로운 로마제국의 건설을 희망한 황제들의 바람도 아틸라의 훈족으로 시작된 대대적인 야만족의 침입으로 무산된다. 이렇게 로마제국 즉 로마문명과 로마인은 역사에서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로마는 영원하다

우리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서 로마문화가 아닌 로마문명과 로마인을 보았다. 그들은 그리스인처럼 철학적이지도 않고 알렉산드로스의 마케도니아 인이나 한니발의 카르타고 인처럼 강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헬레니즘 시대 사람들처럼 예술과 학문적이지 못한 그런 존재들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미약한 로마인이 약 4세기 동안 서양사를 자기네의 역사로 만들어 버렸다.

과연 그들의 힘은 어디에서 왔는가. 그것은 그들이 로마인이고 로마인으로서 로마제국과 로마문명을 만들었다고 하는 사실 그 자체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은 그들의 시대에도 로마인이고 오늘날에도 인류사에 남아 있는 로마인이다. 그들은 그렇게 불려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불릴 것이다. 위대한 로마인과 로마문명 그리고 로마제국의 이름으로 영원히….

덧붙이는 글 | '<로마인 이야기> 읽고 로마 가자' 응모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로마인 이야기> 읽고 로마 가자' 응모글입니다.

로마인 이야기 1 (1판 1쇄) -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한길사, 1995


#로마인 #로마제국 #옥타비아누스 #카이사르 #시오노 나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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