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란
하늘까지 능히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능소화는
제 이름에 값하려고
쉴 새 없이
덩굴을 뻗어간다
그러나 하늘이란
어떤 사다리로도
오를 수 없는
아득한 단절일 뿐이다
느닷없이
쏟아지는 소나기에
능소화 한 송이
통째로 뚝,
땅에 떨어진다
순교란
죽어서 피는 꽃이다
능소화는 그렇게
두 번 연거푸 핀다
그리고 죽고 난 후에
비로소 하늘에 닿음으로써
제 이름에 값한다
능소화의 돌연한 낙화가
나를 깨우친다
세상에
낭비하는 생이란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나 자신을 힘껏
희망에 걸어야겠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