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희망에 걸다

등록 2007.06.24 18:41수정 2007.06.2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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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란
하늘까지 능히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능소화는
제 이름에 값하려고
쉴 새 없이
덩굴을 뻗어간다
그러나 하늘이란
어떤 사다리로도
오를 수 없는
아득한 단절일 뿐이다

느닷없이
쏟아지는 소나기에
능소화 한 송이
통째로 뚝,
땅에 떨어진다
순교란
죽어서 피는 꽃이다
능소화는 그렇게
두 번 연거푸 핀다
그리고 죽고 난 후에
비로소 하늘에 닿음으로써
제 이름에 값한다
능소화의 돌연한 낙화가
나를 깨우친다
세상에
낭비하는 생이란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나 자신을 힘껏
희망에 걸어야겠다



#능소화 #시 #안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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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을 지향하는 눈(眼)과 한사코 사물을 분석하려는 머리, 나는 이 2개의 바퀴를 타고 60년 넘게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나는 실용주의자들을 미워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은 게 내 미래의 꿈이기도 하다. 부패 직전의 모순덩어리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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