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회의 난항 여전... 18.6% 차이

26일 최종회의, 노사 치열한 공방 예상

등록 2007.06.25 10:52수정 2007.06.2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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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후 3시 서울세관 별관에 있는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는 2007년 최저임금위원회의 5번째 전원회의가 열렸다.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각 9명으로 구성되어 다음 해에 적용될 최저임금을 결정하게 되며, 올해는 2월 13일 제1차 전원회의를 시작으로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 논의를 계속 하고 있다.

지난 15일 열렸던 제4차 전원회의는 노사 양측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노측이 애초 제시했던 평균정액급여의 50%인 시급 4480원 요구안에서 한발 물러서 평균정액급여의 48%, 시급 4300원 요구안을 제시했음에도 사측이 한치의 양보 없이 또다시 동결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결정하기까지 남은 회의는 이날 열린 제5차 전원회의와 26일에 열릴 제6차 전원회의 단 두 번뿐이었기 때문에 이날 회의에서는 사측이 어떤 수정안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오후 3시에 시작된 회의는 지난 4차 회의 결과 보고 후에 곧바로 정회됐다. 최종태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하고 이후 회의 속개 때 양측이 수정안을 가지고 나올 것을 요구했다. 양측의 의견차가 너무 큰데다 사측이 지난 4차 회의에서 동결안을 제시했기 때문에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고서는 의견 조율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기 힘들었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측 2.4% 인상안 제시... "사실 마이너스 제시해야 맞는 것"

정회 시간은 3시45분까지였으나 회의는 5시가 다 돼서야 속개됐다. 사측이 또다시 수정안을 못 내겠다는 입장을 밝혀와 정회시간이 연장됐기 때문이다. 속개된 회의에서 사측은 지난해에 비해 2.4% 인상된 3565원을 제시했다. 2.4%는 경총이 올해 회원사들에 권고하고 있는 적정 임금인상률이다. 이런 인상률의 제시 근거로 심갑보(경총 부회장) 사용자위원은 "(지난 번 회의까지 사측이) 동결안을 제시해왔지만 사실 마이너스를 제시해야 맞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현재 경제가 매우 안 좋다. LG만 봐도 파주공장을 철수하면서 경인지역 협력업체들이 문을 닫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의 경인지역 협력업체들도 (삼성이) 엔저현상 때문에 국내에서 일본으로 부품업체를 변경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성을 지나가다가 한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은 받고 계시냐고 물었더니 '최저임금 많이 오르면 좋지만, 너무 오르면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대답하더라. 문 닫는 업체가 많아지면 근로자 보호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근로자를 위한다는 것이 오히려 일자리가 없어지게 된다."(심갑보 사용자위원)

노측 21% 인상 요구... "적정 임금상승률에도 못 미쳐"

이에 대해 김종각 근로자위원은 우선 사측이 경총의 적정 임금인상률을 그대로 적용해 수정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률과 전체노동자 임금인상률을 똑같이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가장 낮은, 최저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생활 향상에 기여하는 것이 최저임금의 목적이다. (일반 노동자들과) 똑같이 올리면 올리는 효과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2.4%의 인상률은 "노동연구원이 제시한 적정 임금상승률인 5.7%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액수"라며 "우리의 요구는 임금격차를 줄이자는 것이기 때문에 평균급여의 50%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정조사 결과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면 안될 항목들을 포함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저임금노동에 기초한 경쟁력 확보가 시장주의에 바람직한 것이냐. 경제 문제에 대해 말하자면, 저임금노동이 심화되면 사회 안정이 저해되고 그 때문에 오히려 경제가 더 힘들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김종각 근로자위원)

이어 김 위원은 "평균정액급여의 47%, 시급 4,210원"을 노측의 수정안으로 제출했다. 이는 작년에 비해 21% 인상된 수치이며 애초 28.7% 인상을 요구한 것에서 7.7%, 지난 제5차 전원회의 때보다 2.6%를 양보한 것이다.

중소기업 경영난은 최저임금이 아니라 대기업 횡포 때문

특히 LG전자 노조위원장 출신으로서 현재 금속노련 위원장인 장석춘 근로자위원은 심갑보 사용자위원의 수정안 설명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장 위원은 파주공장의 투자 중단은 '시장수요를 잘못 예측한 여파'이기 때문에 최저임금 동결과는 무관한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중소기업이 힘들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중소기업이 계속 늘고 있는데, 아마 앞으로 10년간 최저임금을 동결해도 10년 후에 또 동결하자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협력업체가 대부분인 중소기업들 입장에서는 저가납품을 강요하는 대기업의 횡포가 경영난의 진정한 원인이며, 이것이 해결되지 않고는 경영난도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경영난을 이유로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는 것도 계속될 것이라고 꼬집은 것이다.

장 위원은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저가납품을 강요하지 않는) 대기업에 정부에서 그만큼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중소기업이 어렵다는데 정부에서 그 정도는 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최저임금 때문이라는 사측의 아전인수 격 해석을 지적했다.

노사 양측의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심 위원의 입에서 "(사용자위원들 내부에서) 동결에서 2.4%로 합의하기도 힘들었다. 노동계 입장을 봐도 그렇고 26일에 다시 논의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나왔다.

그러나 정인수 공익위원이 "노동부장관에게 최종안을 넘겨야 하기 전까지 남은 회의가 26일밖에 없다. 한 번 더 논의해서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노측 역시 이에 동의하면서 오후 5시35분에 회의는 다시 정회됐다.

이후 노사 양측이 각자 회의실에 모여 수정안을 논의한 후에 오후 6시25분경 속개된 회의에서, 한상원 사용자위원은 "두 차례 수정안을 내기는 매우 힘든 분위기다. 다음 회의에는 달라질 것"이라며 수정안을 내지 않았다.

노측 역시 유감을 표명하며 사측이 수정안을 내지 않은 상황에서 노측만 두 번씩이나 수정안을 제출할 수는 없다면서 수정안을 내지 않았다. 결국 노사 양측의 전년 대비 인상률 격차는 4차 회의의 23.6% 차이에서 18.6% 차이로 단 5%만 줄어든 셈이다. 애초의 28.7% 차이와 비교하면 10% 정도 줄어든 수치이지만 그나마도 노측이 7.7%, 사측이 2.4%로 노측이 많은 부분을 양보한 결과다.

공익위원들, 마지막 회의 시작 때 공익위원안 제시하기로

한편 공익위원들은 앞으로 남은 회의가 26일 한 번 밖에 없는 상황에서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회의 진행 방식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이완영 상임위원은 "다음 회의에서는 회의 시작 후 곧바로 공익위원안을 내겠다. 공익위원안은 단일 수치를 제시하지 않고 (인상률의) 범위를 제시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범위 안에 들어오지 않는 쪽의 안은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익위원안을 제시한 후 곧바로 정회해서 노사 양측 안을 다시 제출하는 것으로 회의를 진행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노사 양측이 이 제안을 받아들임에 따라 제6차 전원회의에서는 공익위원들이 어떤 안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최저임금의 대략적인 폭이 정해지게 된다. 따라서 논의가 쉽게 끝날 것으로 예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정해진 범위 안에서 조금이라도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노사 양측의 치열한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제6차 전원회의가 열릴 26일에는 오후 2시부터 민주노총이 최저임금위원회 앞서 '최저임금현실화 쟁취 1박2일 상경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올해 결정될 최저임금이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기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최저임금법의 목적을 현실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최저임금 #최저임금연대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2008년 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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