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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주부들의 리얼리티를 잘 살린 <新현모양처>

등록 2007.06.28 09:54수정 2007.06.2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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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현모양처>가 끝났다. 땜빵용 드라마라는 운명을 타고나 10회로 종영되었지만 게시판에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시청률도 12.6%로 급상승해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사실 <내 남자의 여자>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도 꿋꿋하게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쓴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불륜을 가벼운 코믹 터치로 그려내면서 트렌드를 반영하긴 했지만 결국 불륜드라마의 기존 공식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 주된 비판의 요지다. 즉 시대의 변화 흐름을 쫒아가려 했지만 외양적인 부분에 그쳐버렸다는 이야기이다.

현실을 그려내기 위한 고군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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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현모양처>는 현실과 판타지를 적절하게 섞어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주었다. ⓒ IMBC

하지만 오히려 <新현모양처>는 현실의 모습을 반영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비록 극의 전개는 가벼운 코미터치였지만 그 안에 진지함이 묻어났다. 우선 초반 주인공 국희(강성연)의 남편인 명필(김호진)이 국희 친구 태란(김태연)과 바람이 나면서 이혼을 요구하고, 그 이혼에 무릎을 꿇고 마는 국희의 모습은 전업주부로만 살아가면서 겪을 법한 일들이다.

사실 국희는 남편의 이혼요구에 매달려보기도 하고 눈물로 호소하기도 해보지만 자신이 남편을 잡을 만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남편을 놓아준다. 이혼 도장을 찍어준 것. 이것은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전업주부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대한민국 주부로서 살아가는 것은 그리 녹록치 않다. 무척 고단한 일이다. 본인의 성과 이름을 잊고 산지 오래고, 아내로, 주부로, 어머니로서의 의무만 주어지기 때문이다. 우리의 주인공 국희도 그러했다. 남편의 무리한 요구에도 언제나 꾹꾹 참아주었다. 첫 회부터 그녀의 일상은 리얼함 그 자체였다.

고단한 일상을 자신이 짊어지고 가야할 것으로 생각하는 국희는 남편의 경제적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슈퍼마켓에서 일하다가도 좋은 유치원을 보내고픈 마음에 아들을 데리고 정신없이 자전거를 타고 질주한다. 그리고 하교하는 큰 아들을 데리러가기도 하고, 숙제를 함께 해준다. 그런데도 집 계약을 하지 못한 것을 탓하고 무능력함을 이유로 그녀의 친구 태란과 바람을 피우고 이혼을 요구한다.

그 사이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는 것 이외에는 무엇 하나 할 수 없게 된 국희. 그래서 그녀는 남편을 잡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동시에 결국 두 부부의 파경 원인은 ‘경제력인 능력’이다. 즉 명필이 태란을 택한 이유는 경제적 능력이 월등한 그녀와 함께 살면 자신도 경제력이 상승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20대 시절 순수한 사랑의 진심이 있을 나이가 아닌 명필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의 부부는 ‘낭만은 길고 현실은 짧다’라는 모 광고 카피처럼 여실히 전세를 살며 집 장만이 평생소원인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적어도 여타의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불륜보다 솔직했다. 얼마 전 끝이 난 <내남자의 여자>에서는 ‘사랑’이 화두였다. 그리고 준표와 화영의 사랑을 사랑으로 그려냈다.

그런데 국희가 <내남자의 여자>를 보고 있었다면 “사랑 좋아하네! 먹고 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사랑 타령이야!”라고 소리쳤을지도 모르겠다. 이미 극중에서 “행복하냐?”고 묻는 태란에게 육탄반격을 하며 “먹고 살기 힘들어 죽겠다!”고 소리친다.

여기에 국희의 미달클럽 친구들은 대한민국의 주부로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고단한가를 더 보태서 알려준다. 경찰이었던 남편이 술로 방탕한 생활로 인해 도망 다니는 장미(사강), 늘 남편에게 ‘뚱땡이’라 불리는 순옥(이혜은), 자신은 옷을 주워 입지만 은행원으로 일하면서 남편의 옷은 명품을 사주고 보험금을 타려는 남편에 의해 살해까지 당할 뻔한 연실(엄수정)까지.

그래서 <新현모양처>는 네 명의 주부들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현실 속 주부들의 모습을 대변하고자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新현모양처>가 무겁지는 않았다. 오히려 경쾌할 만큼 가볍고 코믹했다. 거기에 <위기의 주부들>을 연상케 하는 살인사건을 등장시켜 재미를 더해 주었다. 그리고 모두 이들 부부의 파경은 ‘경제적인 능력’이었다.

불륜 드라마 아니야!

즉 <내 남자의 여자>가 40대 중산층 부부의 모습을 그려낸 것이라면(물론 그들의 삶을 볼 때 중산층 이상의 모습이었다) <新현모양처>는 지극히 대한민국 대다수를 차지하는 부부의 모습을 그려낸 것이다. 그러기에 <新현모양처>를 불륜 드라마로 치부하기엔 조금 억울하다.

더욱이 무거운 소재를 가볍게 그려냈다는 이유 하나로 현실은 실종되고, 판타지만 남아 있다는 말은 미달 클럽 조직원들을 분노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분명 연하남 석두(김남진)을 등장시켜 연하남과의 로망을 보여줘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미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연하남 석두는 백마 탄 왕자님이 아닌 그저 그런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그래서 그가 하는 말이라고는 “별도 따주겠다”는 말 뿐이다. 현실과 판타지를 적절하게 조화시켜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다면 된 것이 아니겠는가? 오히려 <내 남자의 여자>에 판타지적인 요소가 더 들어있는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이들의 불륜은 사랑도 무엇도 아니었다.

현실에서 오는 무게감에 눌려 경제적인 부담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것이고, 그런 남편을 바라보면서 국희는 참고만 살았던 그 세월 속에 자신이 없음을 발견한다. 즉, 대한민국 주부의 자아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불륜 드라마로 보기엔 억울한 것이다. 오히려 전업주부로 살아가면서 잊고 지낸 자신의 성과 이름을 되찾기 시작한 것으로, ‘불륜’은 단지 동기를 부여해 줄 뿐이다.

불륜 드라마 공식을 깨야 진정한 불륜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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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주부들의 자아 찾기 여행을 마무리한 <新현모양처> ⓒ IMBC

그런데 무릇 이 드라마를 불륜드라마라 규정하고 기존 불륜 드라마 공식에서 얼만큼 벗어나고 벗어나지 못했는지 판단의 잣대를 드리워 트렌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수박 겉핥기’를 했다고 말한다면? 역시나 미달클럽 언니들이 화를 낼 것이다. 그렇게 따지만 일일이 불륜 드라마의 기존 공식을 철저하게 부숴야만 진정한 불륜 드라마란 말인가?

각자 홀로서기의 삶을 살아가는 열린 구조로 끝이 난 <내 남자의 여자>가 기존 불륜 공식을 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칭찬을 받았던 것일까? 그것은 아니었다. 선악구도를 탈피하고 주인공 지수, 화영, 준표의 각자 입장에서 그들의 감정을 잘 담아내 심리드라마로 승격됐기 때문이다.

즉 <新현모양처>가 기존 불륜 드라마 공식을 철저하게 깨부숴야 할 의무는 없다. 그리고 명필이 외도의 잘못을 깨우치고, 조강지처 품으로 돌아간다는 설정을 구태의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김수현 작가도 은수의 남편 달삼이의 입을 빌어 ‘조강지처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단지 그들이 불륜에 의해 파경을 맞고, 그 과정을 겪으면서 다시금 화해를 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해서 이 작품을 폄하한다면 그것은 큰 착각이다. 명필이 왜 태란을 택했는지, 그들이 파경을 맞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국희가 명필을 용서하고 이해하게 된 원인은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왜 지수가 화영이를 이해하게 된 원인은 지나치게 분석하면서 국희와 명필의 화해는 구태의연한 불륜 공식을 답습하는 것으로 치부하는 것일까? <新현모양처>는 현실의 모습을 철저하게 담아내려고 노력하면서도 가사 일에 찌든 주부들의 대리만족을 위해 판타지와 코믹을 놓치지 않으려 했을 뿐이다.

그런 면에서 생각해 보면 <新현모양처>가 10회로 종영된 것이 아쉬울 뿐이며 2시즌이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 억지스러운 반응은 아니라 생각한다. 평범한 대한민국 주부들의 자아 찾기 여행의 서막이 이제 막 올라갔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신현모양처 #종영 #강성연 #김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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