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시대,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

[서평] <퀜틴 스키너의 자유주의 이전의 자유>

등록 2007.07.10 18:50수정 2007.07.1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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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역사

'자유'란 말은 참 낯설지 않다. 우리는 충분히 자유롭게 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자유라 느끼는 자유는 진정한 자유인가? 자유주의 시대에 자유를 충분히 누리고 있다면 인간은 왜 날로 불평등해지는가? 무엇을 위한 자유인가?

우리가 너무 친근하게 느끼지만 쉽게 규정 내려지지 않는 자유에 대해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반론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책이 있다. 바로 퀜틴 스키너의 <자유주의 이전의 자유>이다.

퀜틴 스키너는 케임브리지 대학교 근대사 교수로 정치사상사를 다루고 있는 역사가이다. 그는 1978년 그의 이름으로 정치사상사 서술의 필수 인용 목록에 <근대 정치사상의 기초>, <마키아벨리>, <홉스 철학에서의 이성과 수사> 등의 저서 등을 발표한 바 있다.

퀜틴 스키너가 주목받는 이유는 우리가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로 알고 있는 아이제이야 벌린의 <자유의 두개념>에 대해 도전장을 냈기 때문이다. 벌린이 우파적 전통의 자유론을 고수한 것이었다면, 스키너는 자유주의 혹은 신자유주의가 세계화의 보편원리로 작동하는 현 상황에 반론을 제기한 것이었다.

이 책을 번역한 조승래 교수는 87년 유월 항쟁 20주년을 맞아 우리가 그토록 갈구했던 자유, 자유의 대의를 위해 싸운 사람들과 그것을 소중하게 지키려고 한 사람들의 이상 추구를 염두하며 근본적 '자유'에 대한 본 스키너의 책을 소개했다.

신자유주의의 무한 경쟁 논리 속에 기회균등을 내세운 자유는 과연 자유인가? 조 교수는 국가의 간섭이 부재한 상황만이 자유인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며 벌린이 말하는 자유주의 자유론, 스키너가 말하는 공화주의 자유론의 차이에 대해 책의 서두에 비교적 자세히 다루어 주었다. 독자는 스키너를 만나기 전에 조승래 교수의 특별 강의를 듣고 공화주의 자유론에 입문하는 셈이다.

벌린의 자유주의 자유론에 의하면, 자유는 사적이고 개인적인 영역에 속한다. 자유란 타인의 혹은 외부의 간섭이 없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그것은 정치 제도와도 상관없이 어떤 체제하에서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적극적 자유론은 자유를 평등, 형제애, 인민 주권과 같은 다른 개념과 구별하지 않으며 개인에 대한 통제와 억압을 정당화하는 것이라 말하며, 소극적 자유만이 완전한 자유라 말한다.

퀜틴 스키너의 공화주의 자유론은 벌린이 주장한 이러한 소극적 자유가 과연 진정한 자유인지 반문한다. 스키너는 벌린이 말하는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가 아닌 제3의 자유가 있다며, 스키너의 공화주의 자유론이 벌린이 말하는 적극적 자유론과도 차별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스키너의 '진정한 자유'는 과연 무엇일까?

스키너는 제3의 자유로서 공화주의적, 신로마적 자유를 말하는데, 이는 벌린의 소극적 자유에서 말한 간섭의 부재를 넘어서 본질적으로 종속 혹은 지배의 부재로 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17세기 영국의 혁명기간에 의회파가 왕권에 대항해 싸우면서 왕정 대신 공화국을 수립하면서 옹호했던 자유론이 자유에 대해 민주적인 생각이었다고 말한다.

로마법 <학설집>, <카탈리나 전투>, <로마사> 등을 통해 스키너는 자신의 공화주의 자유론의 근거를 제시하는데, 결국 그의 논지는 공동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즉 평등한 구성원들을 예종의 사슬로 묶으려는 세력을 막아내어 개인들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공동선은 개인의 자유를 누리기 위한 수단이다.

이 책은 스키너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97년부터 강연한 내용을 확대 발전 시킨 내용으로 <자유국가의 신로마적 이론>, <자유국가와 개인적 자유>, <자유와 역사가>라는 제목으로 꼭지가 나뉘어져 있다.

다양한 지성사가들의 자유에 대한 입장과 이에 대한 스키너의 의견이 곁들어져 내용은 이어지는데, 중간중간 인물 삽화가 추가되어 흥미를 더해준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자유국가에 대해 우리가 물려받은 사고의 전통과 그 모순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이에 대해 반추해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선택의 문제이지, 반드시 필연적인 것은 아니라고 말하며 조용스레 독자의 과제로 남겨 놓았다.

켄틴 스키너의 자유주의 이전의 자유

켄틴 스키너 지음, 조승래 옮김,
푸른역사, 2007


#&#53276;틴 스키너 #자유주의 이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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