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낙동강 가인(歌人)을 찾아서... 김상화 (사)낙동강공동체 대표

등록 2007.07.11 18:37수정 2007.07.1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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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공동체 대표 김상화 낙동강 지킴이, 낙동강 가인 ⓒ 정애자

영남의 큰물은 낙동강인데,
사방의 크고 작은 하천이 일제히 모여들어
물 한 방울도 밖으로 새어나가는 법이 없다.
이것이 바로, 여러 인심이 한데 뭉치어
부름이 있으면 반드시 화합하고
일을 당하면 힘을 합치는 이치이다.
- 성호 이익


'강'이 닿는 그곳까지

요즘처럼 강이 정치의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을까. '경부운하'에 대한 무성한 찬반론으로 우리의 크고 작은 강은 긴장하고 있다.

강은 생명의 근원, 이 생명에 대한 인간의 사랑은 넘치고 지나쳐도 좋다. 그러나 강에 대한 논의는 강의 입장에서 출발이 되어야 하고, 강이 정치의 도구가 되는 것은 슬프다. 강에 대한 애정은 뒤로 한 채 '경부운하'로 인한 국토의 훼손이 우선 염려되야 하지 않을까.

김상화 (사)낙동강공동체 대표는 낙동강의 지킴이자, 낙동강의 가인이다. 그가 만든 알려지지 않는 낙동강의 아름다운 노래들은 대부분 그가 손수 작가하고 작곡하고 직접 노래를 불렀다. 이 낙동강 가인의 낙동강에 대한 열병과 같은 사랑을 누가 알까. 그의 몸에서 육화되어 흘러나온 노래들이 낙동강 늑골을 굽도는 물결처럼 심금을 울린다.

강은 그 나라의 문화의 근본. 가인 김상화 낙동강공동체 대표의 인생은 이 겨레의 젖줄인 낙동강을 위해 살아왔고, 사랑하는 낙동강을 위해 노래를 지어 바치며, 낙동강의 지킴이로 여태껏 살아왔다.

가련하게 들리는 강바람소리
엄마 찾는 어린 맘 실은 간절한 목 쉰 소리,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데 웬일인가
몸뚱인 상처뿐이네

노를 젖는 사공의 휘파람소리,
엄마 찾는 어린 맘 실은 갈대의 목쉰소리,
서산의 저곳 노을빛은 변함이 없는데 웬일인가
물결엔 어둠뿐이네.

'낙동강' 1982년 김상화, 작곡, 작사, 노래 : 홍성모


도도한 낙동강(江) 담론

낙동강변(洛東江邊)에 살면서도 낙동강에 대한 역사나 낙동강에 대한 사랑을 잊고 산다. 낙동강은 가락국(또는 가야)의 '동쪽을 흐르는 강'을 의미하고 고려시대 때 편찬된 <삼국유사>에는 낙동강을 '황산진' 또는 '가야진'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조선 초기의 역사지리지인 <동국여지승람>에는 낙동강을 '낙수(洛水)' 혹은 '낙동강'이라고 적혀 있다. 그리고 이긍익이 지은 <연려실기술>에도 '낙동강은 상주의 동쪽을 말함이다'라고 쓰인 것 등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는 '낙동강'이란 이름이 표시되고 있는 것으로 봐서, 오늘날의 낙동강의 이름은 조선 초기부터 사용됐다고 볼 수 있다.

동강... 동강... 낙동강

현 세태에 의해 정치 도마 위에 올라 동강동강 소리를 내며 겨레의 아픔처럼 흘러가는, 실재하지 않는 '경부운하'의 갈증을 풀기 위해, 지난 10일 밤 9시 가까운 시각에 행여하고 전화를 걸고 '낙동강의 지킴이'의 낙동강공동체 사무실을 불쑥 찾아 들어갔다.

아니 형광등 불빛이 대낮처럼 환하고, 직원들 몇몇이 퇴근을 하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 내심 '낙동강' 일이 얼마나 많기에 야근까지 하는가 하는 의아심에 "<낙동강 공동체>란 곳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라고 초등학교 아이처럼 묻자, 이에 낙동강 가인은 호탕한 웃음을 날리며 낙동강을 위해 헌신적으로 살아온 역경의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낙동강의 쇠북소리 울려라

"낙동강이 힘들어하니까 낙동강의 사람들의 생각이 편치 못하고, 낙동강 사람들의 생각이 편치않으니까 여기저기 낙동강의 생명을 찾아주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에요" 한다. 그러면서 지금의 제대로 된 사무실을 얻기까지 셋방살이를 전전한 '낙동강공동체'과 '낙동강 네트위크 ', 가칭 '국토이용에 관여할 책임이 있는 유역주민 모임'을 이끌어 온 일은 참으로 필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소설 책 한 권이라고 술회한다.

그런 그는 백과사전을 방불케 하는 <낙동강 백서> 외 <그대 피울음 내는 강을 보았습니까?>의 글 등 낙동강에 대한 책을 펴낸 바 있다.

누야가 가꾸던 누야꽃이 어둔 밤 남몰래 피었네요.
누야의 하이야 웃음꽃이 하얗게 피었네요.
황톳길 까득히 멀어멀어 누야의 방울방울
시집살이 눈물이 하얗게 피었네요.

누야가 가꾸던 누이꽃이 어둔밤 남몰래 시들어가네.
누야의 하이얀 웃음꽃이 서럽게 애련 젖은 눈매로,
꽃자주 치마가 길어길어 누야의 방울방울
시집살이 눈물이 서럽게 시들어가네.

'낙동강 누야/누야 꽃' 1972년 작곡-홍수진 작사, 김상화 작곡 노래 : 대금 : 김영민


낙동강 위로 흐르는 누야 꽃

"김상화 대표께서는 요즘 경부운하를 지지하는 쪽입니까? 반대하는 쪽입니까?"

묻고 보니 이런 어리석은 질문이 있나? 그러나 말이란 뱉고 나면 되물리기는 힘들고, 이 우문에 "지난 시절 우리가 처한 어려움들을 찾아내기 위해 강(江)의 본성을 너무 많이 뺏었습니다. 이제는 그것들을 되찾아주고 되찾아진 그것들을 통해 다시 국민의 힘을, 국민의 능력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서, 담배 한 개비 꺼내물며 "중국의 경제가 빠른 속도로 쫓아오고, 이에 반해 중국 민친현 쪽에서 쉼 없이 불어오는 황사 바람은 옛날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를 괴롭히고, 중국의 경제와 환경이 옛 인해전술처럼 되살아나고, 일본의 발걸음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는데, 우리의 경제를 다시 살리려면 무한한 가능성 현장이자 뿌리인 자연생명력을 함부로 버리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미래의 경쟁력입니다"라고 현답을 몇 번이나 강조한다. 낙동강의 생명이 다쳐서는 절대 안 된다고.

해지는 강가에 새 한 마리 꾸루루 소릴두고 물결 품은 채
서산으로 춤추며 날아간다. 아-들려온다. 바람 타고 들려온다-
서산마루 황혼 속에 정다운 강새 소리
해지는 강가에 저 사공아 노래를 남겨두고 물결 품은 채
서산마루 황혼 속에 정다운 노랫소리

'강소리' 1982년 김상화 작사. 작곡 : 유은미 정임숙 노래


과거와 현재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강

강에 대한 시와 현자의 말씀은 해일 수 없이 많다. 공자가 어느 날 강변을 거닐면서 이렇게 탄한다. "가는 자도 이와 같을까? 주야로 흘러서 쉬는 일이 없구나." 내공이 강물처럼 깊은 공자는 강의 흐름을 보고 무상한 인간의 생명과 존재의 깨달음을 다시 일러준다.

무릇 강은 언제나 생명뿐만 아니라, 인류의 거울과 같다. 그 거울 속에 흘러가는 과거와 현재는, 미래의 강으로 이어진다.

세상 밖으로... 흐르다

낙동강 가인, 낙동강 공동체 대표의 경부운하에 대한 세인의 정치관심과는 그 노선이 멀다. 그러나 강은 바다에 닿듯이 그의 혈육같은 강의 애정은 '경부운하'를 근심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의 소중한 핏줄·젖줄인 이 땅의 강(江)을 뚫어지게 쳐다보았습니다. 또 강(江)과 함께 길을 가는 크고 작은 도로들을 유심히 쳐다봅니다. 그래서인지 저의 뇌리엔 우리의 낙동강과 바늘과 실처럼 함께 가는 이 도로들(3번 국도, 35번 국도 등)의 모습이 깊게 박혀 있습니다.

한때 낙동강의 대동맥으로 활발하게 소통되었던 이 도로는 마치 버려진 어떤 것들처럼 침묵의 표정으로 길들어 있었습니다. 통영 대전고속도로, 중부 내륙고속도로, 중앙 고속도로, 대구 부산 민자고속도로 등엔 차들이 쌩쌩 달리고, 그들에게 모두 모두 빼앗겨버렸습니다. 그래서 고요하고 침묵으로, 마치 지극히 소외된 우리 시대의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그 표정이 무표정으로 변해버렸습니다…."


한여름밤은 깊어가는데, 낙동강 가인의 낙동강에 대한 걱정은 도도한 강물처럼 끝이 없다.

단군의 수염처럼 낙동강 흐르다

낙동강을 몸속에 품고 살아가면서도 낙동강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이 삶은 어디로 흘러가는 것인지, 온통 세상 밖으로 조용히 침묵하며 흘러가는 강에는 관심이 없다. 정치 속을 흐르는 흙탕물 같은 강에 이목이 집중 되어 있는, 자신의 좁은 시선에 부끄러움을 등에 지고, 나온다. 어둠의 저편 흐르는 강은 어느새 새벽의 미명에 닿아 있다.

잔물결 돌아오는 철새들의 울음소리
바람과 노을 사이로 서산너머
저 먼 곳으로 은은히 들리는 고향의 목소리.
그 옛날 그리운 고향의 목소리
[후렴] 랄라라 랄라랄라 라라랄라 음-

황홀한 노을 속에 긴긴날개 펴는 님
오늘은 어디로 춤을 추러 가려나.
두둥실 나르는 그 모습은 천사.
통통배 사공아 노래를 불러라 [후렴]

'낙동강에 흐르는 노래' 1978년 작사 작곡 : 홍성모 노래

덧붙이는 글 | 경부운하에 대한 낙동강 지킴이, 낙동강 가인의 시선

덧붙이는 글 경부운하에 대한 낙동강 지킴이, 낙동강 가인의 시선
#낙동강 #경부운하 #김상화 #낙동강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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