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거리로 만든 감기 처방

한방처방의 근본적인 이치... 한방처방은 기미의 조합입니다

등록 2007.07.11 13:48수정 2007.07.1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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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반찬거리를 이용하여 감기 처방을 만들어 감기를 치료한 경험을 사람들한테 이야기했더니 서로 다른 두 시선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이런 예를 보고 일반 사람들이 감기에 걸렸을 때 아무 채소나 그냥 끓여 먹으면 감기가 낫는다는 믿음을 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은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실제로 사람들은 감기에 걸리면 매운 콩나물 국을 먹으면 낫는다는 사람들도 많고, 꿀물을 타서 먹으면 낫는다는 사람들도 많고, 사우나 가면 낫는다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법들은 특정한 사람이 특정한 신체조건 아래에서는 효과가 있겠지만 모든 사람한테 해당하는 말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시각은 일반 사람들에게 몸에 대한 이해를 넓게 하고 본초의 기미를 이용하여 자연스럽게 내 몸을 치료하는 방법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니 널리 알리는 것이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전자의 의견에 대해서는 아무 채소가 결코 감기를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을 알리고 싶고, 후자에 대해서는 같은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도 글을 올립니다. 아울러 한방처방의 근본적인 이치를 공개하여 일반 사람들이나 혹은 한방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한방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지난해 9월의 이야기입니다. 경기도 부천에 사는 조카의 아들이 며칠 전부터 약간의 감기 기운이 있는 듯하다가 드디어 전형적인 감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저녁때부터 기침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고, 콧물이 흐르면서 콧물 속에는 노란 코 덩이가 보이고 약간의 열감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전에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었다고 했습니다. 밥도 안 먹고 힘이 없어 하구요. 양약은 어미가 먹이기를 싫어하고 가까운 한의원도 이미 문을 닫았기 때문에 어떻게 집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처방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의 몸 상태를 이해하는 것

그래서 냉장고와 다용도실에 있는 채소를 이용하여 감기처방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처방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그 처방을 받을 사람의 몸의 상태입니다. 몸의 상태를 이해할 때 몸에서 어느 부분이 어느 정도로 기 흐름이 장애를 받고 있는지 알아서 장애를 해소할 수 있는 본초를 이용하여 기 흐름을 정상화시켜 줄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병증이 사라집니다.

그런데 양방처방처럼 기침에는 살구씨 혹은 깻잎 혹은 후박나무껍질…, 이런 식으로 암기를 하면 처방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이런 식의 암기는 양방에서 약사들이 양약을 쓸 때나 필요한 것입니다.

한방에서는 몸의 생리를 기의 승강출입으로 이해하고 있으므로 감기란 증상을 기의 승강출입으로 모두 바꾸어서 이해를 해야 합니다.

위의 아이의 상태를 기의 흐름으로 바꾸어 표현해 보겠습니다.

[감기 기운이 있었다] 기가 피부 밖으로 발산하는데 충분하지 못한 상태가 며칠 되었다. 그 이유는 아이가 찬 공기에 노출되었을 수도 있고 혹은 기를 밖으로 내보내는 힘이 모자랄 수도 있고 둘 다일 수도 있다.

[콧물이 나온다] 폐와 피부가 차가워진 상태이다. 이유는 역시 기가 피부 쪽으로 나가지 못해서 그렇다.

[노란 덩이가 있다] 찬 기운이 피부 근처에 있지만 폐에 가까운 인후부나 가슴에는 찬 기운에 대응하기 위하여 열이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미열이 있다] 찬 기운을 몰아내기 위하여 내 몸에서 정을 기화시켜 에너지 생산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어서 열이 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열이 아직은 찬 기운을 몰아내기에는 충분하지 못하다. 즉 정의 기화가 부족하다.

[밥을 잘 안 먹는다] 위장관이 냉하고 습해져 위장의 기능이 떨어졌다. 위장관의 기능이 떨어지니 오장의 기운을 몸 밖으로 내밀어 내는데 어려움이 있다.

[힘이 없다] 몸의 에너지가 차가워진 위장관을 회복시키기 위해 위장관에 몰려 있다. 따라서 밖으로 에너지를 발산시키지 못하니 힘이 없어 보인다.

위의 내용을 종합하면, 아이의 겉은 기의 흐름이 밖으로 뻗지 못하면서 차고, 아이의 속은 기의 흐름이 허냉을 해결하기 위해 뭉쳐 있으면서 약간의 열이 있고, 아이의 겉과 속은 모두 약간의 습이 뭉쳐 있는 상태입니다.

이 아이의 몸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겉은 기를 발산시키되 따듯한 기운이 필요하고, 속도 기를 발산시키되 정을 보하는 에너지원이 필요합니다. 또 기운을 밖으로 몰아내고 정의 기화를 위해서는 뜨거운 기가 필요하고, 그러면서도 간열이 지나치지 않도록 서늘한 기운이 필요하고, 겉과 속은 모두 습이 뭉쳐 있으니 습을 말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몸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몸 안팎 '기 흐름' 먼저 파악해야...

그런데 깻잎은 기를 피부 밖으로 발산시키면서 따뜻하고, 양파와 파뿌리(흰 부분)는 속을 따뜻하게 하면서 기를 발산시키고, 마늘은 속을 따뜻하게 하면서 정을 보합니다. 또 생강은 속을 따뜻하게 하면서도 정을 보하기도 하고 기를 발산시키기도 하고 또한 여러 채소가 갖고 있는 약간의 독성을 중화시키기도 합니다.

도라지는 정을 보하면서도 기를 겉으로 발산시키는데 성이 서늘하여 인후부에 열을 내려주고, 미나리는 속열을 발산시켜 주면서도 서늘하여 속이 너무 더워지는 것을 잡아주고, 설탕은 당장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는 보정이 됩니다.

전체적인 기 흐름은 ① 에너지 원(정)을 보충하고(설탕, 마늘, 생강, 도라지) 그러면서 따듯하여 쉽게 기화시킬 수 있고 ② 기를 모두 발산하게 하여 에너지가 안에서 밖으로 뿜어나오게 하여 안과 밖에서 뭉친 기를 풀어줍니다(생강, 파뿌리, 양파, 깻잎).

③ 그러면서도 습을 없애주고 (껫잎, 양파, 생강, 미나리, 파의 흰 부분, 도라지) ④ 동시에 위의 발산을 시켜주는 목적과 반대되지 않으면서 간과 페열이 지나치게 항진되는 것을 막아주는(도라지, 미나리) 처방입니다.

이런 내용이라면 이 아이의 기 흐름이 장애를 받아 생긴 감기증상이 없어질 수밖에 없었고, 또한 실제로 다음날 바로 없어졌습니다.

이 내용은 감기라는 증상을 기의 승강출입이라는 생리에 맞추어 증상을 기 흐름으로 표현했고, 다시 그 기 흐름의 장애를 해소하기 위하여 본초를 기 흐름의 기미로 해석하여 전체적으로는 몸의 기 흐름이 정상대로 흐르게 맞춘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한방처방의 근본입니다.

사람의 몸과 본초의 기미 모른 채 마구잡이 흉내 내는 사람을 조심해야...

기미를 모르는 사람이 볼 때는 아무 채소나 끓여 먹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만 기미를 알면 결코 흉내 내기 어려운 처방입니다. 그러나 많은 민간의료라는 이름으로 사람의 몸과 본초의 기미를 모른 채 마구잡이로 흉내 내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듯합니다.

세상에는 별사람이 다 있어 소위 난치병을 치료한다는 돌파리들이 많습니다. 또 그들 중 어떤 난치병을 실제로 치료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 사람을 치료하면 아홉 사람은 더욱 몸을 망치게 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디스크 고친다고 부자나 초오를 함부로 써서 디스크는 나아지는 것이 있지만 나머지 다른 장부는 망가지는 것을 모르니 세상 사람들은 명의라 하고 자신도 환상에 빠져 있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막상 찾아가서 처방이야 개인 노하우니 구태여 알고자 하지 않으니까, 병증과 치법의 생리적인 이치를 설명해달라고 하면 백이면 백이 모두가 횡설수설합니다.

그리고 몸을 망친 경우는 (누구나가 밝히기 꺼리는 바이기는 하지만) 전혀 없다고 발뺌을 합니다. 더구나 어이없는 일은 몸이 망가지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엉뚱하게도 이러이러한 전거는 <동의보감>도 나와 있다는 식으로 얼버무려 더 이상 대화를 끌어가지 못하게 합니다.

일반 사람들이 한방을 양방적인 시각으로 이해하고 있거나 혹은 그저 신기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에 대해 늘 안타까워 한방이 단순히 경험사례의 모음이 아니라 큰 체계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참고로 위의 치료의 예는 감기가 가벼운 증상, 즉 감기가 아직은 기분(氣分)에 있을 때의 처방입니다. 만일 감기가 좀 더 깊어져 혈분(血分)으로 들어가면 반찬거리 가지고는 처방을 만들 수가 없다는 것을 혹여 마구잡이로 흉내 내는 사람들을 위하여 말해 둡니다.

덧붙이는 글 | 할아버지 한의원 사이트( www.harabiclinic.com )에 게제된 글을 조금 가감시켰습니다.

덧붙이는 글 할아버지 한의원 사이트( www.harabiclinic.com )에 게제된 글을 조금 가감시켰습니다.
#반찬 #감기 #기미 #깻잎 #할아버지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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