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천국 불신지옥' 당근과 채찍의 변주곡

오해에서 이해로: 기독교 다시보기 1

등록 2007.07.14 16:24수정 2007.07.1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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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된 극락과 끔찍한 지옥의 이야기는 기독교 뿐 아니라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 불교 등 거의 모든 신화와 종교에서 발견된다.

여름 이맘 때 피서차 산에 갔을 때를 떠올려보자. 산이 있는 곳이면 절이 있게 마련. 그 중 좀 덩치 큰 산사에 들어가 본 적이 있다면 문을 지나며 박력넘치는 포즈에 울그락불그락 포청천 같이 생긴 거대한 사천왕상을 보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들은 수금과 더불어 창, 검 등 살벌한 것들을 쥐고 있고, 그 발 아래에는 웬 인간들이 신음하며 짓밟히고 있다. 바로 지옥의 죄인들, 악인들을 벌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살풍경은 그 앞을 지나는 사람들을 향해 "지옥가기 싫으면 죄 짓지 말고, 착하게 살다 극락왕생하라"고 외치고 있다.

이러한 인간의 극락에 대한 지향과 지옥에 대한 두려움, 인센티브에 끌리고 처벌을 두려워하는 인간의 본성이 낳고 또 이를 이용하려는 으름장이 현대 한국의 기독교로 넘어오면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말로 이어졌던 것은 아닐까. 그러나 참된 기독교인이라면 예수천국 불신지옥를 외칠게 아니라, "예수님은 당신을 사랑하신다"고 고백할 것이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의 외침을 들을 때, 이때 엑센트는 뒷부분 그러니까 불신지옥에 있는 것 같다. 이건 누가 들어도 대단히 비호감일 수밖에 없다. 지옥 가기 싫으면 믿으라는 거 너무하잖나. 그런 말은 무슨 떼인돈 받아다 주는 신부름센터 깍두기 아저씨들의 멘트로나 어울릴 말이 아닐까?

치사하잖아. 무슨 보험도 아니고. 게다가 그 말대로라면 신과 인간의 관계가 조건부의 대단히 얕고 실용적인 관계로 번지점프! 바닥으로 바닥으로, 떨어지고 떨어지고 또 떨어져 버리고 만다. 신에 대한 믿음이 인간이 지옥에 가지 않고 천국 가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신이 있다고 한다면 그가 그런 용도로 자신이 이용당하는 것을 퍽이나 기뻐하고 반기겠다.

여기 A라는 사람이 있고 그가 B라는 누군가를 참 사랑하고 아낀다고 하자. 그런데 그런 B가 A를 단지 이익을 위해 가까이 한다면 A 입장에서 얼마나 비참하겠는가. 과연 A가 그런 것을 원할까? 그건 엉터리다. 신과 인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신과 인간, 인간과 신의 관계는 보험도, 조건도 아니다. 그것은 실은 깊고 온전한, 사랑의 관계인 것이다.

아브라함이 신의 명령에 따라 아들 이삭을 바치려는 장면을 떠올려 보자. 이제 칼을 빼들었고, 식은 땀이 이마와 목으로 줄줄 흐른다. 코끝과 턱에 맺힌 땀방울이 떨어진다. 눈을 질끈감고 칼을 쥔 채 높이 뻗어올린 양팔을 아들을 향해 떨어트리려는 찰나! 바로 그때 신은 그를 멈춰세운다. 그리고 축복한다.

기독교의 성서에는 신이 중심을 보는 하나님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만일 아브라함이 속으로는 이를 갈면서, 하지만 신을 이용해야 하니까 억지로 마지못해 이삭을 바치려 했다면, 신은 그를 축복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브라함은 신을 참으로 이해하고, 온전히 신뢰했던 것이다. 그의 선함과 의로움을. 사랑인 그를. 아브라함은 알았고 그리고 순종했던 것이다. 그와 같은 이해와 신뢰, 그리고 순종은 서로간의 깊은 사랑이 아니면 존재할 수 없다.

그러고 보면 기독교의 신이 바라는 것은 천국 가기 위한 조건부의 애정이 아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지옥가지 않기 위한 보험이 아니다. 인간과 인간이 서로 무조건적이며 참된, 있는 그대로의, 진실한, 진정한 사랑을 갈망하듯, 그도 그와 같은 사랑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미 인간을 그렇게 사랑하면서.
#예수 #기독교 #전도 #천국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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