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접촉만이 성희롱일까요?

동대문구청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

등록 2007.07.20 09:42수정 2007.07.2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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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치않는 접촉이 성희롱에 해당하는 것은 물론, 불쾌감을 유발하는 성적인 농담이나 불쾌한 직장 분위기, 일을 핑계로 원치 않는 식사나 만남을 강요하는 행위 역시 성희롱에 해당되며 당사자는 당당하게 거절할 권리가 있다. 또 거절을 이유로 어떤 불이익도 받아서는 안된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요즘 사회 전반에 걸쳐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남자친구과 합의하에 섹스를 하는 도중이라도 마음이 변하여 여자가 그만하기를 원할 때 지연하거나 섹스를 계속하는 행위는 화간이 아닌, 강간죄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한다.

여기자 성희롱 사건에 여자가 늦은 시간 노래방이나 술자리에 따라가는 것은 성희롱을 유발할 원인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등의 그릇된 한국적 사고방식은 수많은 성희롱 범죄를 합리화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하겠다.

실제로 얼마 전에 공무원 신분으로 외국에 나가 접대성 성 상납까지 받아 공무원의 위신을 실추시켜, 성희롱에 대한 남성들의 자각이나 인식 정도가 얼마나 미미한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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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성폭력, 직장 내 성희롱 근절을 위한 직원서명 캠페인에 직원들이 서명을 하고 있다. ⓒ 이명옥

이런 가운데 동대문구(구청장 홍사립)는 성희롱 없는 밝고 건전한 직장 문화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각오로 전 구청 동직원 1천여명을 대상으로 '양성평등문화 조성을 위한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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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시작 전 홍사립 동대문구청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이명옥

2007년 7월 19일 13시 30분과 15시 30분 총 2회에 걸쳐 동대문구청 중강당에서는 서울시 여성학 강사며 이유명호한의원 원장인 이유명호씨를 초청강사로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강의가 펼쳐졌다.

교육을 실시한 홍사립 동대문구청장은 인사말을 통해 "금번 교육 목적은 매년 의례적으로 실시하는 성희롱 예방교육에서 벗어나 현재 사회문제로 부각되어 있는 성희롱 문제를 성인지적 관점으로 진지하게 조명, 양성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성희롱 없는 밝고 건전한 직장문화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라고 이유를 밝힌 뒤 "한의사인 강사가 기존 강의와 다른 생물학적 관점에서 여성과 남성의 차이, 성희롱의 개념과 범위를 설명할 때 직원들은 새로운 시각에 눈뜨게 될 것"이라며 진지하게 경청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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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기획한 홍사립 동대문구청장(왼쪽)과 강사인 한의사 이유명호씨 ⓒ 이명옥

이유명호씨는 한의사라는 안정된 직업을 가진 자신이 호주제폐지 운동을 비롯해 양성평등운동을 하는 이유, 양성을 쓰는 이유, 양성평등문화를 앞당기기 위해 다방면으로 힘쓰게 된 이유 등을 설명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지난 20년 사이에 미국에서 일어난 대표적인 성희롱 스캔들인 토마스 연방대법원 판사 후보, 재임 중 기소된 유일한 대통령인 클린턴 사건, 20년간 직장 내 성희롱 때문에 상원의원직에서 물러나야만 했던 밥 사건을 통해 그동안 수면 아래 묻혀있던 직장 내 성희롱 사건들이 어떻게 수면 위로 떠올라 사회적인 문제가 됐는지를 들려주었다.

그는 또 남아선호 사상, 호주제, 남아우대 교육 등 남녀 차별 문화가 낳은 가지가지 사회적 부조리에 대해 곰곰이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 뒤 여성의 몸을 통해 여성과 남성의 생물학적 차이가 정치, 사회, 문화적 차별로 굳어져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짚었다. 나아가 이제 한국사회도 개인의 인권을 넘어 개인의 정서가 침해받지 않을 권리까지 인정되는 사회가 되기 위해 양성 모두의 의식이 바뀌어야 함을 힘주어 역설하였다. 그는 서로 존중하고 서로 차이를 차별화하지 않는 양성평등한 직장을 만들어 일에 대한 성취감을 높이고 행복을 마음껏 누리라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금번 교육 프로그램 담당자인 박주라씨는 "이제 고압적 자세로 여성을 차별하거나 성적인 농담을 통해 여직원들에게 불쾌감을 조성하는 일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도 남직원들끼리 여직원이 불쾌하게 여길 농담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금번 교육과 같은 성인지적 양성평등 교육을 통해 더 밝고 건전한 직장 문화가 완전하게 자리 잡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다.

또한 동대문구청은 교육에 앞서 직원들을 상대로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근절을 위한 직원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공무원들이 자발적 각성을 통해 성희롱을 근절하고 밝고 건전한 직장 문화의 모범을 보이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런 교육의 바람이 전국 공무원들에게 확산된다면 양성평등문화 정착은 분명히 앞당겨질 것이다.
#성희롱예방교육 #동대문구청 #이유명호 #직장내성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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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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