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위조의 원죄는 우리 사회에 있다

신정아- 이지영, 두 사람 용서하고 받아들여야

등록 2007.07.21 17:21수정 2007.07.2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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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는 대부분 아는 사람에게 친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사기를 칠 수 없다. 경계를 하기 때문이다. 경계를 허물고 무장이 해제되고 친근감을 쌓아야지만 사기가 성립된다. 이 과정에서 신뢰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요 근래 신정아 교수와 이지영씨에 대한 기사가 끊이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학력을 위조했다는 것이 이야기의 골자고, 따라서 사기에 대한 단죄가 있어야 한다는 공감으로 두 사람은 퇴출당했다.

두 사람에 대한 신뢰는 학력?

동국대에서는 신정아 교수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한다. 동국대가 가장 피해자라는 의식이다. 학력에 대한 사실 확인과정이 미흡했든 아니든 학력을 속였다는 것은 비난 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 기회에 한 번 묻고 싶다. 그렇다면 신정아 교수든 이지영씨든 과연 이 사람들을 채용한 근거는 학력에만 있었는가? 처음부터 학력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은 곧 '저 정도의 실력이라면 그 정도의 학력은 있을 것이다'라는 신뢰에 기초하지 않았을까.

말하자면 묵시적 방조를 한 셈인데, 모르고 계속 넘어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두 사람의 실력이 그 정도 학력은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진 상태라면, 그리고 그것이 교수 방법이나 사람들을 통해 의심받지 않을 정도의 실력이라면 과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에 사기죄가 성립이 될지 법리적인 해석을 떠나 묻고 싶은 것이다.

고발까지 해야 하나

대학과 KBS가 학력을 보지 않고 실력을 보고 두 사람을 채용했다고 주장한다면 이것은 자가당착이다. 실력에 근거를 두었다면 해고와 고발을 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르치는 사람으로서의 자질에 문제가 없을진대, 무엇이 문제 되겠는가.

사기를 당했다고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만약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대학이 그리고 공기업이 앞장 서서 대학의 서열화와 학벌의 카스트 제도를 옹호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왜 외국대학 그리고 유명대학 나온 사람들만이 실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가. 그것은 학벌에 대한 편견이다.

물론 본인들이 학력을 위조한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을 꼭 검찰이라는 곳에 고발까지 한다는 것은 무리다. 내 생각으로는 본인들이 앞에 나서 백배사죄하고 끝나면 될 일이다. 이미 충분히 두 사람도 상처를 받았으며, 그동안 충분히 괴로웠을 것이다. 두 사람을 아예 매장시키겠다는 것은 학벌이란 카스트 제도에 도전하면 누구든지 가만두지 않겠다고 벼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학의 이런 식의 조치는 결국 영구적으로 학벌 문제를 건드릴 수 없게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를 테면 확실한 학벌이 아니라면 이력서도 내지 말라는 것을 은연중에 강요하는 게 된다.

커밍아웃 해야 할 사람은 죄인인가

내 주변에도 고졸 출신이면서도 '아마 유명대학을 나왔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이 그런 확신을 가지고 있으므로 본인들은 진짜 학력에 대해 자신있게 말하지 못 한다. 그러면서 학력 이야기와 출신학교를 타인들이 물어올 때마다 당혹스러워 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고학력을 부정하기에는 이미 늦었고, 긍정을 하자니 속이 괴로운 것이다.

도대체 고졸 출신 대통령이 두 번이나 집권하는 동안에도 본의 아니게 자신의 학력을 드러내지 못 하며 죄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죄라면 학력이 그만큼 뒷받침 되지 않았는데도 실력이 뛰어나다는 죄밖에는 없는 사람들이다.

그것은 실력을 중요시한다면서도 정작 학벌을 따지고, 학벌 카스트를 유지하고자 하는 기득권층이 던져 준 원죄다. 사기치고 싶지 않은데 주변과 사회가 사기를 치라고 강요하면서 막상 이들이 커밍아웃하고 나면 질시하고 저버리는 이런 세태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이들을 받아들여라

연예인들은 잘못을 해도 시간이 얼마 지나고 나면 다시 브라운관에 모습을 나타낸다. 반대 여론도 있지만 그때마다 '충분하게 자숙하고 반성했다'라는 적당한 이유가 붙는다. 물론 교수라든가 남을 가르치는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연예인은 다르다. 가르친다는 것에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들에게 실력이 있다면, 그리고 충분히 자숙하고 반성한다면 본보기 차원에서라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으며, 그것에 대한 진실한 반성이 있다면 용서받을 자격이 있다.

시간이 지나고 반성이 충분하다면 이제는 만천하에 확연하게 자신의 학력이 밝혀진 이들이 떳떳하게 가르치는 자리에 설 수 있도록 해줘라. 대학이 학벌 카스트제도를 고착시키는 곳이 아님을, 자신들의 말처럼 실력과 교양 있는 사회인으로서의 자질을 양성하는 곳임을 나타내 주기 바란다.

그것이야말로 대학과 기업이 이 사회의 평등을 수호하는 일이다. 이들에게 주홍글씨를 붙이고 매장시킴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그것은 이 사회가 건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표명하는 것과 같다. 기회를 주고 이들을 받아들이기 바란다.
#신정아 #이지영 #학력 #카스트 #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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