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오래 할 생각마라

"나는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지 못했다"(12)

등록 2007.07.31 14:39수정 2007.07.3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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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職)이 있으면 식(食)이 있다’ ‘벌이에 따라붙는 가난은 없다’ 일본 격언이다.

직장은 제2의 생명이라고도 한다. 현대인의 거의 대부분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입을 올리고 그것으로 생활하고 저축하며 자신과 가족의 삶을 이끌고 있다.

직장은 따라서 단순한 수입의 창구가 아니라 자신의 삶의 큰 테두리가 되고 있다. 실제로 아침 일찍 출근하여 저녁 퇴근까지 자신 생활의 거의 절반 이상을 직장에서 보내게 된다. 가족들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직장동료와 함께 하게 된다.

공무원을 비롯하여 자신의 퇴직연한이 정해져 있는 경우라면 상황이 다르겠지만 일반기업의 경우 직장생활 자체도 지난 날과는 많이 달라졌다. 한때는 종신고용이란 용어가 있었지만 지금은 계약제, 연봉제, 능력급제, 임시직 등의 용어가 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공직사회도 강제퇴출제가 의무 도입되고 있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아직 자격증을 가진 직업, 예를 들어 의사나 변호사, 변리사, 회계사, 세무사, 교사 등에 대해서는 아직 퇴출제도가 도입되고 있지 않지만 이들 역시 FTA(Free Trade Agreement 자유무역협정) 등의 영향으로 그리 편한 입장은 아니다. 국내경쟁에서 이제는 국제경쟁으로 판이 바뀌고 있다.

어찌됐든 누구나가 자신의 삶을 유지하고 경제적 안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입이 필요하다. 거대한 상속재산을 물려받거나 대를 물려 자영업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누구나 직장생활을 하게 마련이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몸부림 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좋은 직장을 가기 위한 전초전이나 다름없다.

한국 남자는 군복무 의무제도가 있어 직장생활은 일본이나 구미 각국에 비해 늦게 시작된다. 대학과 군복무기간을 모두 마치고 정상 입사하는 나이가 이미 28세 전후이다. 대학원까지 다니게 되면 나이는 이보다 2~3년을 더 먹게 된다.

입사하면서 곧바로 결혼해야 하고, 이어 애기 낳고 학부형이 되면 과외수업비 등의 교육비에 시달리게 된다. 그렇게 하면서 5년 정도를 더 다니면 대리가 되고, 10년이면 차장, 15년 정도가 되면 부장으로 승진한다.

이때의 나이가 평균 43세 전후이다. 이때부터 서서히 퇴직 걱정에 시달리게 된다. 다시 말해 한국 남성들의 직장생활은 길어야 기껏 15년 전후인 셈이다. 직장마다 정년(停年)이라는 게 있고, 대개 55~62세까지로 되어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노사규약상의 문구일 뿐이다.

어찌됐든 직장생활 자체가 자신과 가족의 주수입원인 만큼 열심히 일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직장생활에 충실한 것은 아니며, 자신의 급여를 뛰어넘는 성과와 결실을 가져다줘야 한다.

흔히 기업은 곧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때의 사람의 역할은 기업의 이익극대화를 의미한다. 그런 만큼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최대의 성과를 이끌어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공식화하면 V(가치)≥P(가격)≥C(비용)이 된다. 써 먹을 값어치가 있으면 직장생활이 보장된다는 이야기이다.

문제는 이러한 경쟁구도 속에 젖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거기에 안주하게 된다는 점이다. 자신은 정년퇴임, 아니 영원히 그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믿게 돼 버린다.

사람의 오감(五感)은 현재에 만족하도록 돼있다. 눈과 코, 귀, 혀, 살갗은 지금 현재의 것들만 느끼게 돼 있다. 미래가 조금 있다가 닥칠 필연이라는 사실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린다.

현실에 안주하고 만족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밀려나거나, 떠나줬으면 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이때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발버둥치거나, 억울하다고 소리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아직은 박수소리가 남아 있을 때 떠나야 한다. 그 박수소리가 내가 떠나도록 하는 소리인지, 아니면 내가 그 직장을 떠남으로써 남는 소리인지를 알 수 없겠지만 그런 날을 항상 준비해야 한다.

1998년 IMF 지원체제를 전후하여 직장생활 풍토도 많이 바뀌었다.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이미 사어(私語)가 돼 버렸다. 대신 청년실업이니 실업대란 등의 용어가 새로 탄생했다.

이는 어찌 보면 잡 시프트(Job Shift)에 의해 불가피하게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지만 어찌됐든 결과적으로는 취업 활동의 기회가 그만큼 좁혀진 것은 사실이다. 특히 저임금 메리트를 이용하여 생산 활동 기반이 중국과 동남아 등지로 옮겨감에 따라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되고 있다.

사오정이니 삼팔선, 오륙도, 이태백이니 하는 신조어가 탄생한 것도 바로 이런 배경에서 이다. 통상 인생의 사계(四季)는 18년씩을 끊어 생각할 수 있다. 18세까지는 봄이고, 36세까지는 여름, 54세까지는 가을이며 그 이후는 겨울이다. 만 73세부터는 여분의 삶이다.

삼팔선은 만38세가 된다는 의미인데 1년으로 치면 늦여름이나 초가을에 해당한다. 벼가 한창 자라서 이제 얼마 있지 않아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는 때이다. 이러한 때에 농부(고용주)가 가을 수확이 신통치 않을 것으로 판단하여 그 벼를 몽땅 잘라버리는 행위이다. 무섭다.

오륙도는 만 56세이다. 10월이 끝나고 11월 입동(立冬) 무렵이다. 이미 수확을 마쳤다. 다만 내년 봄철의 종자를 준비해야 하는데 그럴 값어치가 없다는 판단 아래 그냥 내치는 행위이다. 야박하다.

사오정은 만 45세인데 인생의 계절로 보면 9월 말이나 10월 초쯤 된다. 곧 수추기이고 추석이 다가오는 시기인데 수확과 동시에 아예 갖다버리는 꼴이다. 그것으로 끝이다.

이태백의 경우는 더하다. 20대 태반이 백수(白手)라는 의미이다. 볍씨를 모판에 심었다가 모를 옮겨할 시점의 나이인데 이 단계에서 아예 싹수가 없다는 판단 아래 모판을 엎어버리는 꼴이다. 대학과정은 모판이고 취업이 곧 모내기인데 심어보지도 않고 버리는 셈이다.

625는 62세까지 근무하면 오적(五賊)에 해당한다는 뜻인데 이는 언급대상 조차 되지 못한다. 장풍토가 이처럼 변해가고 이다. 세상이 험하다. 각박해질 수밖에 없다.

사회 시스템이 잘못 돌아가고 있는 탓이겠지만 누구를 탓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 그렇다면 미리 대비해야 한다,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한 번 실직하게 되면 재기(再起)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한 번 실업자는 영원한 실업자로 전락하기 쉽다. 평균수명은 길어졌고, 씀씀이는 더욱 커져가는 만큼 퇴직 이후의 생활대비책은 직장생활보다 더 중요하다 할 것이다. 지금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등한하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리석은 일이다.

직장을 그만 둔 이후에 당황한 나머지 이것저것에 손을 대다보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뭐라도 하겠다는 심정으로 이리저리 뛰게 마련인데, 실직에 따른 심적 공황과 좌절 등이 겹쳐 일은 더 힘들게 된다.

급한 나머지 퇴직금 등을 몽땅 털어 자영업을 하겠다고 나서보지만 이 역시 만만한 대상은 아니다.

동양음행오행설로 보면 인생의 진폭은 대개 6년 단위로 이뤄진다고 한다. 한 번 실직하게 되면 그 후 6년간은 힘들게 마련이라는 계산이다. 6년의 전반부인 3년은 그야말로 내리막길이고, 다음 3년은 서서히 기를 회복해 가는 과정이다.

다시 말하면 어떤 경우이든 최저 3년간은 숨을 죽이고 있고, 다음 3년간 충분히 준비해야 새로운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실직과 실업의 고통을 당하기 않는 방법은 단 하나이다. 미리 준비하고 때에 맞춰 퇴직하는 것이다. 직장생활이 언제까지 보장된다는 룰이 없는 만큼 퇴직 시점을 정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40대 초까지 준비하고 40대 중반에 자리를 박차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한 직장에서 부장까지는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임원으로 올라서는 것은 그야말로 별이다. 별이 되기 위해 뛰는 노력이라면 스스로 자리를 떠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편이 오히려 더 쉬울 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영원히 직장생활을 할 것이 아니라면 젊었을 때부터 미리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아들과 딸, 그리고 직장의 후배들에게 주는 삶의 메시지입니다.

덧붙이는 글 아들과 딸, 그리고 직장의 후배들에게 주는 삶의 메시지입니다.
#직장 #정년 #실업 #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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