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위주 사회에서 자전거가 살아남는 법

[주장]해법은 전용도로...정부와 지자체, 활성화 방안 제시해야

등록 2007.08.08 18:59수정 2007.11.2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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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2@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한 이후 많은 부분에 변화가 왔다. 우선 홀쭉해졌다는 얘기를 자주 듣게 된다. 가족이나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은 의식하지 못하지만 모처럼 한번 씩 만나는 사람들은 으레 이 말을 한다. "다이어트 열심히 했나보네?" 이럴 때마다 난 "자전거만 열심히 탓을 뿐인데!"라고 장난스럽게 대답한다. 처음 자전거를 탈 때는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이 아니다. 단순히 취미생활이었다. 운동량도 적당했고 나름대로 재미도 있었다. 따뜻한 봄날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가족들과 함께 안양천변을 달리는 기분이 꽤 삼삼했다. 취미생활을 넘어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게 된 것은 몇 개월 전부터다. 자전거를 타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자동차를 대신할 수 있는 중요한 교통수단으로서의 가능성이 엿보였다. 우선 속도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특히, 길이 막히는 출퇴근 시간에는 오히려 빨리 갈 수 있는 곳도 있었다. 안양시 초입인 만안구 석수동에서 안양천 자전거 도로를 이용해 동안구에 있는 시청까지 가는데 25분 정도 걸렸다. 자동차와 별반 차이가 없는 시간이다. 석수동에서 군포시 산본까지 가는데도 역시 자동차로 가는 시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안양천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면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자전거 사고 빈발, 사망자까지 발생@IMG1@문제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취미로 유유자적하듯 자전거를 탈 때는 보이지 않던 문제점이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이용하면서 하나 둘 눈에 띄기 시작했다. 우선 도로 문제다. 안양시의 대표적 자전거 도로는 안양천변을 따라 이어져 있다. 그런데 보행자 도로와 자전거 도로의 구별이 없다보니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보행자가 자전거와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는 경우에는 추월하기가 힘들다. 갑자기 어디로 움직일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보행자들이 헤드폰을 끼고 있는 경우에는 속수무책이다. "따릉 따릉" 신호음을 내도 듣지 못하기 때문에 부닥칠 위험을 감수하고 빠르게 지나가는 수밖에 없다. 안양천 주변 농구장에서 부지불식간에 날아오는 공도 위협적이다. 안전망이 없기 때문이다. 빠르게 질주하고 있는 경우에 공이 날아온다면 위험한 존재가 될 것이다. 속도가 붙었을 때는 가벼운 물체와 충돌해도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작년에 안양천 구로구(서울시) 구간에서 사고가 있었다. 축구장에 있던 공이 자전거 도로로 흘러왔고 때마침 그 곳을 지나가던 중년남자의 자전거 페달 밑에 끼었다. 중년 남자는 자전거와 함께 넘어지며 뇌골절을 당했고 사고난지 하루 만에 사망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서울 강북구 우이천변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박아무개(55)씨가 길가에 서 있던 홍아무개(67)씨를 들이받았다. 홍씨는 바닥에 쓰러지며 머리를 다쳤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박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안양천 곳곳에는 농구장을 비롯 족구장과 축구장까지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자전거 타는 사람을 보호할 만한 안전망은 설치되어 있지 않은 형편이다. '자출족(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카페에 들어가 보면 안양천 안양구간 양명고쪽 농구장, 석수동쪽 농구장에 안전망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자전거 인구가 늘면서 자전거로 인한 인명피해 교통사고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자전거 관련 교통사고는 모두 1117건이 일어나 65명이 숨지고 1128명이 다쳤다.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에 따라 차로 분류돼, 사람을 치면 자동차 교통사고와 똑같이 법 적용을 받는다. 인도에 페인트 등으로 자전거 도로를 표시한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에서 사람을 치면 일반 교통사고로 처리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자출족들은 "자전거를 차로 '확실히' 대접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고 때만 차와 똑같이 '대우'하지 말고 자전거 전용도로 등을 제대로 갖춰 달라는 것이다. 해법은 자전거 전용도로@IMG3@그래도 안양천변 자전거 도로는 나은 편이다. 일반 도로에 올라오면 상황은 더욱 열악해진다. 안양시의 자전거 도로는 보행자도로 일부를 할애해서 만들어 놓았다. 때문에 보행자는 자전거 도로라는 개념이 없고 자전거 타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보행자들 사이를 곡예하듯 요리조리 피하면서 자전거를 타야 하는 형편이다.밤에는 위험해진다. 특히,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보행자 몇 명이 도로를 점거한 듯 걸어갈 때는 난감하기까지 하다. "따릉 따릉" 신호를 보내도 비켜주기는커녕 시비라도 걸듯 노려보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안양시의 자전거 도로는 그 이름이 무색하기만 하다. 역시 해법은 자전거 전용도로다. 가뜩이나 비좁은 인도에 자전거 도로라는 이름만 붙여 놓는다고 자전거 도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전거와 보행자 모두를 불편하게 할 뿐이다. 자전거가 도로교통법 상 자동차로 인정되는 만큼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 자전거 전용도로를 별도로 만들던지 아니면 비좁은 인도가 아닌 차도를 할애해서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야 한다. 자전거는 공해 없는 편리한 운송수단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복지국가들은 자전거 선진국이다. 네델란드 독일 덴마크 스위스가 그렇고 이웃 일본 역시 자전거 천국이다. 계속 치솟는 유가와 환경문제가 겹치면서 우리 지자체들도 '자전거 타기 운동'을 적극 벌이고 있다. 대전시는 최근 월 1회 '자전거의 날'을 주 1회로 늘렸다. 창원시는 자전거 특화도시로 지정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하는가 하면, 대표적 자전거 도시로 꼽히는 상주시는 아예 '공직자 자전거 이용의 날'을 정하기까지 했다.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도 팔 걷어 부치고 나서야 하고 아직까지 자전거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지자체들도 나서야 한다. 자동차 위주로 만들어진 교통문화 속에 자전거를 집어 넣으려면 더 큰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전거는 미래 지향형 진보적 교통수단이고 뛰어난 레저 스포츠다. 이것을 보급하고 일반화 하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12월대통령선거에 나서는 각 당 후보와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모든 자치단체장 후보들에게 자전거 활성화 방안에 관한 공약을 준비할 것을 제안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안양뉴스(aynew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08.08 18:59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안양뉴스(aynew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자전거 #교통사고 #자전거 전용도로 #안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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