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벌룬이 떠 있는 도라지 밭

[포토에세이] 풍선모양의 도라지꽃을 만나다

등록 2007.08.10 18:36수정 2007.08.1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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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 도라지꽃이 가득하다 ⓒ 임재만

10일 도라지꽃이 형형색색으로 아름답게 피어있는 커다란 도라지 밭을 만났다. 비가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도라지꽃들은 목욕을 한 듯 아주 깨끗한 모습으로 예쁘게 피어 있다.

특히 하얗게 피어있는 도라지꽃은 도시소녀의 하얀 얼굴처럼 깨끗하고 순결해 보였고, 남보라색의 도라지꽃도 수수한 시골 처녀의 모습으로 도라지 밭에 그림처럼 피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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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도라지 꽃이 활짝 피어 있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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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라색의 도라지꽃이 활짝 피었다 ⓒ 임재만

가까이 살피기 위해 밭고랑 사이로 펄쩍 뛰어들어갔다. 순간 밭고랑은 수렁처럼 움푹 들어가며 발을 진흙으로 덮어 버렸다. 도라지 밭은 소낙비로 인하여 밭 전체가 눅눅이 젖어 있는데 밝은 햇빛이 쏟아져 주기를 몹시 기다리는 것 같다.

이리저리 밭고랑 사이를 다니며 도라지 밭을 살펴보았다. 활짝 피어 있는 도라지꽃 사이로 아직 피지 않은 꽃봉오리들이 만개하려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그 모습이 마치 애드벌룬이 도라지 밭에 가득 떠 있는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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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각형으로 종이를 오려 붙인 듯 한 꽃 봉오리1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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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각형으로 종이를 오려 붙인 듯 한 꽃 봉오리12 ⓒ 임재만

도라지꽃은 봉오리모습이 특이하다. 종이로 오각형을 접어 만든 듯 흰 봉오리가 점차 색이 들면서 접힌 부분이 펼쳐지듯이 핀다. 이 봉오리모양이 종이풍선과 같아서 벌룬 플라워(Balloon flower)라 불리기도 한다.

초롱꽃과로 7∼8월이면 지름 3∼5cm의 종 모양 꽃이 끝이 5갈래로 갈라져 핀다. 민요에 나오는 도라지는 백도라지로 꽃이 흰색이지만, 남보라색이 주로 많이 핀다. 단아한 자태로 사랑받는 꽃이다.

꽃말이 영원한 사랑으로, 모든 꽃의 전설이 그러하듯이 떠나간 오빠를 기다리던 도라지 아가씨에 대한 이야기가 아래와 같이 전해져 내려온다.

옛날 어느 마을에 한 남매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 남매의 부모님은 일찍이 돌아가셨고, 그동안 남매는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얘, 도라지야. 오빠는 중국에 가서 공부를 하고 와야겠구나."
"그럼 저는 어떡하라구요?"

오빠는 누이동생 도라지를 잘 아는 스님에게 맡기고 길을 떠나기로 하였습니다.

"더도 말고 10년이면 원하던 공부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으니 부디 건강하게 기다려다오."
"제 걱정은 마시고, 오라버니나 몸 성히 다녀오세요."

도라지는 눈물을 감추며 오빠를 떠나보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흘러 한 번 떠난 오빠는 10년이 지나도 돌아올 줄을 몰랐습니다. 도라지는 매일 오빠가 배를 타고 떠났던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올라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릴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기다리던 오빠의 소식은 없었고 이상한 소문만 들려올 뿐이었습니다.

"도라지 오빠는 배를 타고 돌아오다가 거센 풍랑을 만나 죽었다는구먼."
"아니, 그곳에서 공부를 마치고 결혼해서 살고 있다고 하던데?"
"그럼 누구 말이 옳은 거야?"

어느 날 도라지는 그동안 돌봐 준 스님에게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오빠는 돌아오지 않을 듯합니다. 스님, 저는 산속으로 들어가 약초나 캐면서 살겠습니다."

도라지가 산속에 들어가 혼자 살면서도 오빠를 그리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항상 변함이 없었습니다. 무심한 세월은 곱던 도라지의 얼굴을 산골짜기처럼 주름지게 했고, 그 검고 아름답던 머리를 파뿌리처럼 허옇게 변하게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허리까지 꼬부라진 노인이 되게 하였습니다.

할머니가 된 도라지는 어느 날 문득 오빠가 몹시 그리웠습니다. 그리움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도라지 할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오빠가 배를 타고 떠난 그 바닷가에 가 보면, 금방이라도 오빠가 나타날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도라지 할머니는 마침내 산에서 내려와 오빠가 배를 타고 떠났던 바다가 훤히 보이는 언덕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러고는 굽은 허리를 펴고 손을 이마에 댄 채 저 먼 수평선을 하염없이 바라보았습니다. 그러자 오빠를 그리는 마음이 가슴을 더욱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오빠,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고 사세요. 죽기 전에 얼굴만이라도 한번 보고 싶어요."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등 뒤에서 오빠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도라지야!"

도라지 할머니는 갑작스레 들려오는 목소리에 어찌나 놀랐던지 숨이 탁 막혔습니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은 도라지 할머니는 애타게 그리던 오빠를 볼 사이도 없이 그대로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이듬해 봄이 되자 그 언덕에서는 난생처음 보는 풀이 돋아났습니다. 그리고 그해 여름에 하얀 꽃이 피어났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 꽃을 도라지 할머니의 넋이라 하여 도라지라고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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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 꽃봉오리가 풍선처럼 부풀어 있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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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 지는 도라지 꽃 ⓒ 임재만

가냘픈 꽃이지만 굵고 강인한 뿌리가 도라지 아가씨와 닮았다.

약재로는 뿌리가 심장병·거담·해소·이질에 사용된다. 음식으로는 나물 외에도 화양적·산적 등 고기와 어울리는 재료로 이용되었다. 가을에 캐면 쓴맛이 나므로 봄과 여름에 주로 캐는데, 쓴맛을 빼기 위해 소금물에 담가 두었다가 먹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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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 밭에 애드벌룬처럼 도라지 봉오리가 가득하다 ⓒ 임재만

도라지는 원산지가 한국, 일본 및 시베리아 지역으로 우리나라 산야 어디에서건 잘 자라는 토착식물이다. 우리 민족과 오랜 세월동안 삶의 애환을 같이 해온 꽃으로 언제 만나도 정겹고 아름다운 꽃이다. 더욱이 산행을 하다가 산밭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도라지꽃을 만날 때면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워 한참을 머물러 바라보곤 한다.
#충북 청원군 #도라지꽃 #풍선 #별 #애드벌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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