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크리스천들에게

수양관 청소를 위한 여러 길목에서 깨달은 조물주의 뜻을 생각해보며

등록 2007.08.17 20:15수정 2007.08.1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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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회 일일 기도회에 함께 참석했던 친구들입니다. 물론 산속이라 조용한 가운데에 상담하며 대화하며, 진지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이들과 함께 했던 길 위의 생각들은 훗날 큰 자산으로 다가올 듯 합니다. ⓒ 권성권

며칠 전 교회 청년들과 함께 일일기도회 모임을 가졌다. 1박 2일 동안에 걸친 그 모임을 갖기 위해서는 수양관 안팎을 말끔하게 치워야 했다. 산뜻하고 쾌적한 산속에서 청년들과 하룻밤을 보내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그 전날 몇 명의 청년들과 함께 청소차 그곳을 향했다.

길 위에서는 그렇듯 뒷사람을 위해 그 길을 터주는 사람들이 필요할 것이다. 더욱이 새 길을 여는 것도 당대엔 힘이 들지만 후대를 위한 일이기에 진정 보람으로 남을 것이다.

두물머리를 지나 용문사 터널을 거쳐 단월면으로 들어서면 곧장 수양관에 도착한다. 평소 그 길은 한 시간이면 족한 곳이다. 하지만 그날은 두 시간이나 넘게 걸렸다. 휴가철이라 길이 막혔고, 예전 점심으로 끼니를 때웠던 배아미쌀밥집이 보이지 않아 한 바퀴를 돌아야 했고, 풀 깎는 기계에 기름을 채워야 하는데 그 주유소마저 보이지 않았던 까닭이다.

길 위에서는 때론 헛된 듯 시간을 낭비하기도 하지만 훗날 매끄러운 길을 닦는데 큰 도움이 된다. 젊음이 낭비이긴 하지만 그것이 인생 속에 큰 자산으로 다가올 때도 많다.

그래도 늦게라도 그곳에 도착하여 안팎을 청소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남자 청년들은 물을 퍼서 날랐고, 여자 청년들은 방 안을 쓸고 닦았다. 물론 풀 깎는 기계는 내 몫이었다. 그것으로 오가는 길목은 물론이고, 앞마당과 뒷마당에 우거진 칡과 잡풀들을 모조리 벴다.

길 위에서는 여럿이서 함께 하면 할수록 힘이 덜 든다. 함께 즐거워하는 자들로 즐거워하고 함께 우는 자들로 울면 뭐든 더 커지고 또 줄어들기 마련이다. 함께 하는 이치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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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한국교회가 연합성회를 통해 기도회를 합니다. 물론 이 사진의 기도는 정말로 신중한 기도요 조용한 기도였습니다. 보기에 너무 좋았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다른 곳에서 뭔가를 선동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뭐든지 하나님의 선한 뜻을 믿고 침묵속에서 그 분의 뜻을 구하는 삶이 필요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바람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 권성권

그런데 아뿔싸. 한참을 베고 있는데 순식간에 벌들이 날아와 손과 발에 일침을 놓고 가는 게 아니겠는가? 내 딴엔 그 벌들이 너무 작아 땅벌인 줄 알았다. 만약 땅벌이라면 순식간에 퉁퉁 부어오를 것이었다. 벌 중에 가장 무서운 벌이 땅벌인 까닭이다.

길 위에서는 때론 예상치 못한 고통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이 당해서 괜찮다며 스스로 위안을 삼으면 그 또한 분위기는 밝아진다.

시간이 점차 흘렀다. 그런데 내 손과 다리는 아무런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다른 벌 같으면 통통 부어올랐을 텐데 도무지 붓지 않았다. 다행이라 여기며 남자 청년들과 함께 그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십자가로 된 널빤지 나무 아래에 거무스름한 벌통과 함께 놀놀한 벌들이 잔뜩 들어 있는 게 아니겠는가. 빤히 쳐다보니 그것들은 모두 말벌 새끼들이었다.

길 위에서 겪은 황당한 일이 돌이켜 보면 아무렇지도 않는 것처럼 쉽게 풀리는 일도 참 많다. 길 위의 새옹지마가 바로 그것이다.

그 날 밤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저녁 기도회에 참석했다. 그런데 지붕 위로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빛처럼 하염없는 눈물이 주르륵 두 눈에 흘러 내렸다. 주체할 수 없는 감격이었다. 바다 물결처럼 크나큰 깨달음도 밀려들었다. 그것은 곧 내 지혜를 짜내서 해 보지만 안 될 때도 있고, 때로는 내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 더 쉽게 풀리는 일도 많다는 것이다.

길 위의 크리스천들을 향한 조물주의 섭리가 이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에 뭐든 막히면 그저 사탄의 짓이라고, 또 술술 풀리면 천사의 도움이라고 나누는 일은 금물이다. 오히려 모든 일 속에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조물주의 뜻을 침묵하며 따르는 게 크리스천들의 도리일 것이다.
#조물주 #크리스천 #섭리 #새옹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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