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 너훌너훌~ 낭군 도미 찾아나서다

'2007 박은혜의 춤-도미부인 아랑' 서울·진해 무대에

등록 2007.08.23 15:00수정 2007.08.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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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춤 '도미부인-아랑' 서울 공연 팸플릿 ⓒ 박은혜 춤패

우리 고유의 전통춤과 새로운 창작춤을 나라 안팎에 선보이고 있는 춤꾼 박은혜가 천 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도미부인 아랑이 되었다. 하지만 아랑 박은혜가 아무리 까아만 두 눈을 굴리며 여기저기 찾아보아도 '도미'가 보이지 않는다. 도미의 모습을 띤 실루엣은 저만치 춤을 너훌너훌 추며 아랑을 자꾸만 부르고 있는데, 아랑이 애타게 그리는 진짜 도미가 보이지 않는다.

왜일까. 이는 춤꾼 박은혜가 사랑하는 낭군 도미를 찾기 위해 제 홀로 천 년의 세월을 건너 아랑이 되었기 때문은 아닐까. 아니, 어쩌면 아랑 박은혜가 꿈에도 그리는 낭군 도미는 지금 백제 땅 그 어딘가에서 계루왕 '여경'에게 두 눈을 찔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도미는 지금쯤 제 홀로 배에 실려 강물을 타고 출렁출렁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지금 아랑 박은혜는 삼국사기에 나오는 도미부인의 묘가 있는 경남 진해 웅천 앞바다에 서서 먼발치로 수평선을 굽어보며 천 년의 세월을 깁고 있다. 사랑하는 낭군 도미를 찾기 위해. 하지만 도미는 두 눈이 먼 채 백제 바닷가 어딘가에 서서 진해 웅천쪽 바다를 바라보며 천 년의 세월을 온몸으로 더듬고 있다. 가슴 아리도록 슬프고도 지독한 사랑….

근데, 춤꾼 박은혜는 왜 천 년의 세월을 날렵한 춤사위에 휘감으며 도미부인 아랑이 되려 했을까. 그 까닭은 늘 그이의 곁을 그림자처럼 맴돌며 지켜주던 사랑하는 도미가 그이만 홀로 남겨둔 채 백제땅 어딘가로 떠나버렸기 때문은 아닐까. 두 눈이 먼 도미가 방향감각을 잃은 채 백제 땅 어딘가를 떠돌며 그이를 애타게 부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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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춤 '도미부인-아랑' 경남 진해 공연 팸플릿 ⓒ 박은혜 춤패

"춤꾼 박은혜가 겁없는 도전을 하려 합니다. 도미와 아랑의 끝없는 사랑, 천 년을 뛰어넘은 영원한 사랑, 다시 태어나는 아름다운 사랑 속으로 춤꾼 박은혜가 들어가 마침내 아랑으로 환생하려 합니다. 당신의 사랑과 관심이 있을 때만이 아랑(박은혜)이 춤추어야 하는 길이 보입니다. 당신이 아랑에게 희망의 새 길을 넓게 열어주세요" -'모시는 글' 몇 토막

'2007 신진예술가'(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뽑힌 춤꾼 박은혜의 '2007 박은혜의 춤-도미부인 아랑'이 오는 9월 1일(토) 오후 4시, 7시 두 차례에 걸쳐 서울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 오른다. 더불어 '2007 박은혜 춤패 기획공연-도미부인 아랑'(2007 경상남도 무대공연)도 오는 9월 8일(토) 오후 6시 진해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잇따라 펼쳐진다.

이번에 춤꾼 박은혜가 선보이는 '도미부인 아랑'은 경남 진해 웅천에 있는 문화유적 '도미부인 묘'를 주춧돌로 삼아 전통의 기둥을 세웠고, 그이만의 독특한 서까래를 깔아 새 지붕을 얹은 창작무용이다. 박은혜 춤패가 주최, 주관하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경상남도, 진해시, 마산MBC, 창원KBS, 경남도민일보, 경남은행, 마산대우백화점, 우리춤협회 등이 후원.

이번 공연의 총연출 및 안무를 맡은 춤꾼 박은혜(35)는 "'도미부인' 설화에 나오는 인물들을 관계설정만 인용하여 사람이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사랑과 욕망, 질투와 같은 인간 원형의 정서를 담아내고자 했다"며 "엄청난 권력을 가진 백제왕 여경의 끝없는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아랑의 아리따운 사랑을 통해 현대인의 헤픈 사랑의 속내를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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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꾼 박은혜의 춤사위는 그림자로도 움직인다 ⓒ 박은혜 춤패

나비처럼 너훌너훌 춤추며 낭군 도미를 찾아나서는 아랑의 슬픈 사랑의 전설이 담긴 '도미부인-아랑'. 이번 춤판에 나오는 사람은 도미의 아내 '아랑'(박은혜)과 아랑의 남편 '도미'(손지현), 백제 21대 계루왕 '여경'(서용석), 아랑의 시녀 '비아'(남옥주). 이와 함께 이우영, 김재성, 이현석, 황윤로가 군무를, 오승언, 남진화, 박미선, 한유리가 춤을 춘다.

이번 춤판은 프롤로그 '여경의 꿈'으로 흘러간 천 년의 세월이 천천히 열린다. 이어 1막 '망상은 현실로' 3장, 2막 '먼 시간의 강물소리' 2장, 3막 '저녁놀의 바다 건너' 2장에 이르러 춤사위의 절정을 이룬다. 끝으로 에필로그 '아름다움과 집착'에서는 도미와 아랑의 아름다운 사랑이 쌍무지개로 떠오르면서 기나긴 천 년의 세월이 역사 속으로 아스라하게 꼬리를 감춘다.

첫째 마당 프롤로그 '여경의 꿈'은 백제 21대 왕이었던 계루왕 '여경'이 한낮의 짧은 낮잠 속에서 환상의 선녀를 만나 살을 섞는 것으로 시작된다. 꿈에서 깨어난 계루왕 여경은 눈을 감아도 보이고 눈을 뜨면 더욱 또렷하게 떠오르는 꿈속의 예쁜 선녀를 끝내 잊지 못한다. 그 꿈의 실루엣에 사로잡혀 이리저리 헤매며 쓸쓸해하는 여경의 춤은 어지럽고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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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은 학이 되어 훨훨 날아다니고 있을까 ⓒ 박은혜 춤패

1막 '망상은 현실로'는 모두 3장이다. 1장 '망상을 찾아서'에서는 꿈속의 선녀를 잊지 못하고 찾아 헤매는 여경의 애타는 춤이, 2장 '그림자는 드리워지고'에서는 아랑과 도미의 고운 춤과 노래가 흐르는 가운데 여경이 나타나 세 사람의 갈등이 숨가쁜 춤으로 어우러진다. 3장 '간교한 계략'에서는 아랑을 얻기 위한 여경의 갖은 잔꾀 속에 바둑판을 거니는 듯한 현란한 춤사위가 펼쳐진다.

2막 '먼 시간의 강물소리'는 2장으로 나뉘어 있다. 1장 '고결한 사랑의 지혜'에서는 아랑이 둘만의 아름다운 사랑을 지키기 위해 시녀 '비아'의 도움을 얻고, 비아는 여경과의 첫 경험을 섹시한 춤사위로 드러낸다. 2장 '떠나가는 사랑'은 여경이 비아에게 속았음을 알고 분노하며 도미의 두 눈을 찌른다. 그리고 도미를 배에 실어 강물에 띄워 보낸다. 이를 본 아랑은 하염없는 슬픔을 애달픈 춤사위로 드러낸다.

3막 '저녁놀의 바다 건너'는 2장으로 쪼개져 있다. 1장 '그리움은 노을처럼 물들고'에서는 아랑은 도미를, 도미는 아랑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마음이 숨가쁜 춤사위로 흐른다. 2장 '미모가 앙화를 불러'에서는 아랑이 갈대로 자신의 얼굴을 이리저리 베며 회한의 춤을 춘다. 여경은 멀찍이서 이 아픈 모습을 바라보며 애를 태운다. 하지만 아랑은 여경을 춤사위로 가리며 무대 속으로 아스라하게 사라진다.

에필로그 '아름다움과 집착'에서는 아름답고도 건강한 모습의 남자와 여자가 배에 타고 있다. 남자는 피리를 불고 있고, 여자는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그때 저만치 쌍무지개가 신기루처럼 솟아오른다. 남자와 여자가 탄 그 배가 쌍무지개 속으로 천천히 나아간다. 이 모습을 저만치 강둑에 서서 바라보는 또 하나의 남자는 치솟아오르는 질투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춤을 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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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꾼 박은혜의 공연 팸플릿 모음 ⓒ 박은혜 춤패

춤꾼 박은혜는 "천 년을 뛰어넘어 다시 태어난 아름답고도 슬픈 사랑이야기를 문화예술로 승화시키고 싶었다"며 "도전은 새로운 길을 내고 무에서 유를 만드는 창조작업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온갖 위험과 시련, 고통이 뒤따르기도 하지만 '진실은 통한다'는 믿음과 흔들리지 않는 용기로 앞으로 나아가면 희망의 새길이 조금씩 넓게 열린다"고 덧붙였다.

춤꾼 박은혜는 1996년 6월 경희대 '제6회 춤과 사랑을 신인 안무전'을 시작으로 프랑스 발로리스 국립미술관 초청 '이성자 화백 전시회 개막 축하공연', 프랑스 그르노블 설날 축제 초청공연, 3·15기념공연 '저항의 몸짓', 우토로 문학축전 여의도 야외공연, 캐나다 위니팩 포크로라마 축제 참여 등, 해마다 그이만의 독특한 창작춤을 3~4차례 선보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큐, 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뉴스큐, 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박은혜 #도미부인아랑 #창작춤 #춤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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