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글지글 야외에서 먹는 바비큐 맛이 일품

국도를 달리며 펼쳐지는 풍경과 빗소리를 안주 삼아...

등록 2007.08.24 10:21수정 2007.08.2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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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 임재만

오늘은 가족이 함께 여름여행을 떠나는 첫날이다. 길을 나서자 맑은 햇빛이 푸른 들판에 마구 쏟아진다. 비가 내린 뒤라서 오늘 아침 들판은 유난히 더 맑고 빛나 보인다. 일기예보는 오늘도 비가 많이 올 것이라고 해 다소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가벼운 마음으로 목적지를 향하여 출발할 수 있었다.

대진고속도로를 타고 남대전 톨게이트를 지나자 제법 높이 솟아있는 큰 산이 눈에 들어온다. 지도를 찾아보니 대전의 남동쪽에 위치한 식장산이다. 곧이어 들판에 검은 천을 뒤집어쓴 인삼밭이 끝없이 펼쳐진다. 인삼의 향기가 차창으로 진하게 풍겨오는 느낌이다.

은은한 인삼 향을 쫓아서 금산 톨게이트로 고속도로를 빠져나왔다. 이제부터는 1차 목적지인 덕유산까지 국도를 타고 천천히 가면서 주변을 자세히 살필 작정이다. 톨게이트를 나와 금산에서 영동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멀리 강둑에 서 있는 미루나무가 그림처럼 눈에 들어온다. 미루나무는 강둑에 서서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우릴 보고 손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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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둑에 서있는 미루나무 ⓒ 임재만

미루나무는 넓은 들을 바라보며 춤을 추듯이 온몸을 흔들고 있었는데, 꼭 고향에 와 있는 정겨운 풍경이다. 그러나 이곳은 넓은 인삼밭이 미루나무 주변을 에워싸고 있을 뿐, 예전처럼 매미의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미루나무가 서 있는 고향 같은 풍경을 남겨두고, 10분쯤 달려가자 충남 금산군 제원면 천내리에서 평범하지 않은 풍경을 만났다. 푸른 강물이 유원지를 유유히 돌아 흐르고 있고, 앞산은 기암괴석의 바위산이 병풍처럼 높이 솟아 있다. 그리고 그 푸른 강물 위를 백로들이 번갈아 강물에 몸을 적시며 그림처럼 날아오르고 있다. 강가에는 커다란 플라타너스 나무가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파란 잔디밭에 자기의 긴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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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면을 흐르는 금강천 ⓒ 임재만

이곳 금강유원지의 맑고 시원한 물에 잠시나마 발을 적시고, 저 물위를 나는 백로들과 함께 무작정 뛰어놀고 싶은 생각이 든다. 한참을 플라타너스 나무에 등을 기대고 시원한 강바람에 마음을 맡기자 세상만사가 더없이 평화롭다.

다시 차를 몰아 강가를 달려가는데, 강변의 그림 같은 풍경이 자꾸만 가는 길을 멈춰 서게 한다. 이 아름다운 강변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지 않고는 마음이 편하지가 않을 것 같다. 몇 장의 사진을 카메라에 담고 다시 길을 나서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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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서 풀을 뜯고 있는 소의 모습 ⓒ 임재만

강변을 따라가고 멈추기를 반복하는데, 강가의 넓은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의 모습이 나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다시 차를 멈추고 강가의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을 바라보는데, 왠 백로들이 소 옆에 앉아 함께 놀고 있는 게 아닌가! 한 폭의 그림같이 아름다운 풍경이다.

백로는 먼데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가 다시 금강 위를 이리저리 날며, 자리를 비켜달라고 눈치를 주는 것 같다. 그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을 백로에게 조용히 양보하고 길을 나섰다.

충북 영동군 양산면 가곡 삼거리에서 방향을 틀어 전북 무주로 향했다. 지나는 마을마다 큰 느티나무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데 고향마을 같이 평화롭다.

벌써 점심때가 되었는지 배에서 다급한 신호가 온다. 주변을 살피자 길가에 아담하고 조용해 보이는 식당이 보인다. 차를 세우고 망설임 없이 안으로 쑥 들어갔다. 목조 주택의 은은한 나무향이 풍기며, 튼실한 통나무 식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묵은지를 반찬으로 돈가스를 먹고, 우리 부부는 시원한 미역냉국에 산채 비빔밥을 시켜 먹었는데, 맛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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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때 먹은 맛깔 스러운 반찬 ⓒ 임재만

점심을 먹고 밖으로 나오자 잠자리가 떼 지어 마당 위를 날고 있다. 풀잎위에 앉았다 날기를 반복하며 나를 잡아보라고 유혹하는 듯하다. 멋진 포즈를 취해주는 잠자리에게 다가가 가만히 셔터를 눌렀다. 잠자리는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 않고 그대로 앉아 있다. 파란 하늘에 닿은 잠자리가 너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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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발전을 하고 있는 무주호의 아름다운 모습 ⓒ 임재만

점심을 먹은 후 덕유산을 향해 얼마쯤 더 달려가자 적상산 자락에 그림 같은 호수가 나타났다. 이곳은 양수발전이 이루어지는 무주호수라는 곳이다. 운해가 걸린 높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는 이곳은, 우리나라 어느 호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풍경이 빼어났다. 호수 끝에는 아주 큰 느티나무가 있었는데, 도로공사 직원들이 일을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느티나무 그늘 아래의 휴식이 얼마나 달콤한지 모두 얼굴이 환한 표정이다.

무주호수를 지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첫 목적지인 무주리조트로 들어가는 입구가 기다리고 있다. 고개 들어 멀리 덕유산 정상을 바라보니 먹구름이 산허리에 짙게 걸려 있다. 이곳에 들어서자 덕유산에 걸려 있던 먹구름이 기다렸다는 듯이 비를 뿌리기 시작한다. 갑작스레 떨어지는 소낙비에 차를 타고 무주리조트를 대충 한 바퀴 돌아보고는 서둘러 예약해둔 숙소를 찾아갔다.

곧 저녁시간이 되어 마당에 설치된 야외 바비큐 장소로 나갔다. 이미 다른 가족들이 나와서 식사준비를 하고 있었다. 참나무 숯에 불을 피우고 두툼하게 썰어온 고기를 철망 위에 얹자, 목 삼겹살이 숯불에서 지글지글 맛있게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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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팬션의 인심좋은 주인 아저씨와 아주머니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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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달이 나물과 함께 먹는 바비큐 ⓒ 임재만

주인아주머니는 직접 농사지은 거라며, 깨끗이 씻은 배추 한 소쿠리와 고산지대에서 뜯어온 곰달이(곰취) 나물, 그리고 갈치젓까지 푸짐하게 가져다주시며 맛있게 먹는 방법까지 자세히 일러 주신다. 상추와 깻잎 위에 아주머니가 주신 곰달이(곰취) 나물을 얹고, 잘 익은 고기와 갈치젓까지 얹어 입에 넣자, 난생처음으로 먹어보는 꿀맛이다.

오늘은 국도를 타고 오면서 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옛날의 그림 같은 시골 풍경도 만나고, '장미팬션'의 운치 있는 야외 바비큐장에서 요란한 빗소리를 들으며, 주인아저씨와 참숯불에 구운 고기를 안주 삼아 소주 한잔을 기울이니 오늘 하루가 더없이 즐겁고 행복하다.
#국내 여행 #무주 #소 #바베큐 #미루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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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다니며 만나고 느껴지는 숨결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가족여행을 즐겨 하며 앞으로 독자들과 공감하는 기사를 작성하여 기고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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