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워논쟁과 무한도전 그리고 '포스트386'

디워논쟁과 무한도전을 통해서 본 신세대 리더십이야기

등록 2007.08.27 18:11수정 2007.08.2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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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디워논쟁'도 개학과 함께 사그라지고 있는 듯 합니다. 천만을 향해 무섭게 돌진하던 <디워>의 흥행몰이도 조금 기세가 꺾인 듯 하구요. 이번 '디워논쟁'을 지켜보며 다양한 평가가 오고 갔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디워논쟁'을 '386'과 '포스트386'간의 대립으로 해석한 시각이었습니다.

거칠게 이념시대를 통과해 지금의 신기득권 세력이 된 '386'과 감각적이고 자유분방한 '포스트 386'(적당한 표현은 아닌 듯 하나 마땅한 표현을 찾지 못하겠네요). 이런 이념중심세대와 감성중심세대의 충돌은 잠재돼 있었으나, 오랫동안 터지지 않고 있었던 새로운 우리사회의 갈등요인입니다.

의미냐? 재미냐? 답 없는 달걀논쟁

이들의 갈등은 답이 없는 달걀논쟁 같습니다. 의미가 먼저냐 재미가 먼저냐, 누구도 뭐랄 것 없이 서로의 취향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모양이 되면 답 없는 전쟁의 쳇바퀴를 끝도 없이 돌아야 합니다. ‘영화’라 하면 최소한의 형식과 주제의식은 갖추어야 한다는 주장과 눈이 즐거운 블록버스터 영화에 언제부터 의미를 따졌나는 주장이 만나 끝없는 평행선을 그리다 돌아보니 '우리 앞으로 만나기 힘들겠다'는 결론만 얻고 돌아선 꼴이지요.

이런 갈등은 이미 예견된 것들이었습니다. 소위 민주화 사회의 각 현장에서 신기득권세력이 되어가고 있는 386세대의 전형은 그들이 그토록 타도를 외치던 산업화 독재세력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적어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개성 넘치는 '포스트 386'에게는 '전두환'이나 '386'이나 귀찮은 '꼰대'에 지나지 않는 것이지요. 5년 전 '촛불시위'나 '대선승리의 대역전극'은 '386'에게 우리는 젊은세대와 소통하고 있다는 그릇된 확신을 심어주었습니다. '포스트 386'에게도 그들은 자신들에게 끝없이 해방구를 열어줄 키다리아저씨쯤으로 여겨졌는지도 모릅니다.

'386'과 '포스트386'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그러나 이 두 세력간에는 '디워논쟁'에서 보듯 전혀 좁힐 수 없는 무한의 간극이 있습니다. 생존과 투쟁의 한복판을 살아온 '386'에겐 톡톡 튀는 개성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감각을 보는 눈이 없고 서태지, HOT, 동방신기의 '포스트386'에겐 공동체, 국가, 사회란 단어보다 유쾌, 통쾌, 상쾌가 더 가슴에 와 닿습니다.

'386'은 '포스트386'에게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 그들은 신세대들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런 감성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그래 너희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다 안다'는 식의 넘겨짚음으로는 해소될 수 없는 성질의 것입니다.

그런 접근은 5년 전처럼 한 번은 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내 서로의 진심을 알고 나면 되려 더 큰 배신감으로 다가와 치명상으로 자리할 수도 있는 위험한 일입니다. 양상이 반복되면 그들은 도리어 자신들을 진심으로 받아주고 이해해줄 강력한 카리스마를 원하게 됩니다. 그게 '죽은시인의 사회'의 키팅선생이 될지 '히틀러'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소통과 참여를 그토록 강조하며 출발한 '참여정권'이 정작 자신들은 소통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모습에서 우리는 반복되는 역사의 새로운 국면을 인식하고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X세대 유재석의 무한도전

'386'과 '포스트386', 이들의 간격은 누가 메워야 할까요? 저는 이 물음의 답을 MBC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MC '유재석'에게서 찾고 싶습니다. <무한도전>의 성공과 관련한 많은 평가 중에 역시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은 MC '유재석'의 역할론일 것입니다. 그는 마치 '386'의 표상처럼 보여지는 박명수, 정준하와 튀는 감성, 반항적인 태도의 하하, 노홍철 즉 '포스트386' 사이의 훌륭한 가교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번 상상해 보세요. 유재석 없이 나머지 멤버들만 모여 있는 모습을.

유재석은 박명수, 정준하로 대변되는 '386'세대의 문화를 경험한 마지막 세대입니다. 한때 'X세대', '서태지세대'로 불렸던 1970년대 초중반 출생자들의 대표이지요. 이들은 학력고사를 경험한 마지막 세대이며 수능을 경험한 첫 세대입니다.

이들은 전대협을 경험한 마지막 세대이며 한총련을 경험한 첫 세대입니다. 이들에게는 비록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았어도 데모, 투쟁이 낯설지 않고 힙합바지에 비보이가 낯설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두세대의 간격을 좁혀 줄 다리가 될 수 있습니다. 양쪽의 문화를 모두 경험하고 또 양쪽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박명수, 정준하의 유치한 거드름을 모두 이해하고 받아주는 유재석은 그들의 '난센스'를 감당하는 완충공간이 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하하, 노홍철의 감성을 발산시켜주는 통로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래서 무한도전의 멤버들은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소통하고 또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이상적인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런 소통 속에서 생명력이 숨쉬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들이 번쩍이며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 내게 되는 것입니다.

어설프게 '포스트386'을 끌어안으려는 시도가 많습니다. 감성은 대충 흉내낼 수 없는 것이기에 대번에 들통이 납니다. 그렇다고 몸에 맞지도 않는 힙합바지 억지로 몸을 맞출 수도 없습니다. '386' 리더들이 '포스트386'세대의 리더가 되고 싶다면 X세대를 적극 활용할 것을 권장합니다.

한때 당신들의 충직한 조수(helper)였던 그래서 그다지 관심두지 않았던 그들이 진짜 중요한 사람(Key person)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X세대들이 당신들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저 이용만 당했다는 배신감과 어설프게 치열한 생존현장에 내던져져서 당황스런 나날들을 보내느라 정신이 없어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곧 그들이 돌아오면 유재석처럼 누구의 도움도 없이 어떤 라인의 지원도 없이 스스로 일어서서 돌아오면 더 이상 1인자는 당신들의 몫이 아니게 될 것입니다. 제8의 전성기를 외치며 권리를 주장해도 나이 40에 노망난 '아버지' 취급받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번 디워논쟁을 보며 이 시대에 대두되는 세대간의 갈등은 이전의 기성세대와 젊은세대의 갈등과는 다르게 더욱더 간격을 좁히기 힘든 거친 싸움의 양상을 띨 것으로 보입니다. 이전의 갈등이 방법론의 문제였다면 지금의 갈등은 아예 서로 지향하는 바가 다른 이념의 문제이니까요.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미래를 내다 볼 줄 아는 현명한 리더라면 중재자를 찾아야 합니다. '386'과 '포스트386'의 간격을 메워줄 겸손한 중재자. 그리 쉬운 일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들은 칼을 갈며 스스로 일어서기를 결심한지 오래 되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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