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가 바탕한 치열한 논쟁을 보고 싶다

<서양과 동양이 127일간 e-mail을 주고받다>를 읽고

등록 2007.08.28 19:22수정 2007.08.28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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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워> 논쟁이 조금 차분해졌다. 이송희일 감독과 진중권씨가 불을 붙인 후 대한민국은 <디워> 논쟁으로 뜨거웠다. 뜨거움은 열정으로 매우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열정의 밑바탕에는 '논리'가 있어야 한다. 논리에 바탕을 두지 않는 뜨거움은 서로 간에 깊은 상처만 남길 뿐, 어떤 이익도 없다. <디워> 논쟁에서 뜨거움과 논리가 하나 되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 경우는 얼마 없었다는 것이 안타까움이었다. 논리를 바탕에 두지 않는 논쟁은 감정에 매몰되어 성숙한 토론문화를 양산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토론문화가 앞으로 성숙하기 위해서 우리가 많은 노력을 해야 함을 <디워> 논쟁은 깨닫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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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과 동양이 127일간 e-mail을 주고받다> ⓒ 휴머니스트

두 학자가 있다. 철학을 하는 이들이다. 이들이 한 철학은 같은 반열이 아니었다. '동양'과 '서양'을 통하여 철학을 통한 인간 이해와 이성, 그리고 자신이 살아가는 삶의 정황에 끊임없는 질문과 답을 추구하고자 하는 이들이다. 이들이 만났다. '서양'과 '동양'은 쉬 만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은 만났다. 인터넷 시대의 글쟁이들이 그런지 이들은 이메일을 통하여 자신이 습득한 철학세계를 통하여 토론과 논쟁을 했다. <서양과 동양이 127일간 e-mail을 주고받다>가 그것이다.

두 학자는 '서양'을 만난 김용석과 '동양'을 만난 이승환이다. 김용석의 칸트와 이승환의 대동사상이 나로서는 어떤 것이며, 이 둘이 만나게 될 때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모른다. 철학이라는 학문에 깊이 들어가 보지 못한 이유 때문이다. 그들이 깊이 들어갔던 그들의 철학 여정에 대한 논의보다는 그들이 이메일을 통하여 나눈 논쟁과 토론의 과정이 우리에게는 매우 필요하다는 것이다. 왜 토론과 논쟁이 이성과 논리가 바탕이 된 '치열함'이 되지 못할까? 나는 이승환의 말에서 의미를 찾았다.

"21세기는 지식 정보 문화가 생산의 요소로 새롭게 부각되는 문화산업의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에 과학 기술만 가지고 경제를 활성화하기는 힘들어집니다. 내용물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과학 기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예술, 그리고 인문학적 상상력에서 나옵니다. 인문학을 다 도태시키면서 경제가 추락한다고 한탄하는 정부 관료와 교육관료들을 보면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본문 47쪽 인용)

자본주의에 매몰되어 얄팍한 기술과 지식 습득에는 관심이 있지만 인문학적 상상력이라는 싹을 제거해버리는 우리의 현실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인문학적 상상력이 기술과 과학, 의학, 농업 등 인간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모든 영역의 기초가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시대 치열한 지적 논쟁이 빈곤한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인문학적 상상력과 문화 예술에 대한 깊은 사고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논쟁에서 다른 사람과 논리와 자기가 습득한 지식이 아니라 감정과 격정을 통하여 언어적 폭력으로까지 논쟁이 비화되는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김용석과 이승환은 처음에는 서먹했겠지만 논쟁을 통하여 서양과 동양이 창을 열고 말을 섞었고, 서로를 이해하고자 한다. 서양과 동양이 원천적으로 동일할 수 없으며, 하나는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서양을 '보편' 동양을 '부분'으로 생각했다. 이승환은 '동양'이라는 개념자체에 부정적이다.

"과연 '동양'이라는 개념이 타당한 개념인가? 저는 '동양'이라는 개념 자체가 '구성(construst)'된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16세기 이후 유럽인들은 자기의 독자적 정체성을 수립하기 위한 전략으로 자기 이외의 문명관에 대해서 '동양'이라고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어요."(본문 114쪽 인용)

이승환의 주장은 서구중심의 세계관을 비판한 것이지만 우리가 인문학을 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용어'의 개념 정의다. 용어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인문학은 인문학이라 할 수 없다. 같은 단어라 해도 그 단어를 쓰는 사람에 따라 개념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었을 수 있다. 이들의 토론과정은 자신들의 용어개념과 의미를 조금씩 알아가고 설명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나온 지 7년이 지난 책이지만 한 장 한 장을 넘기면서 동서양이 어떤 존재이며, 그들의 사상과 살아온 역정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서양과 동양을 연구한 이들이 말하는 서양과 동양, 이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지를 진정한 토론을 통하여 알아가는 일은 물러가기 싫어하는 늦여름에 땀을 조금씩 흘리면서 읽기에 좋은 책이다.

덧붙이는 글 | <서양과 동양이 127일간 e-mail을 주고 받다> 김용석, 이승환 ㅣ 휴머니스트

덧붙이는 글 <서양과 동양이 127일간 e-mail을 주고 받다> 김용석, 이승환 ㅣ 휴머니스트

서양과 동양이 127일간 e-mail을 주고받다

김용석 외 지음,
휴머니스트, 2001


#디워 #김용석 #이승환 #동양 #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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