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계 박연, 그 마흔번째 꿈은 과연 무엇인가?

월드뮤직 페스티벌을 꿈꾸는 최고의 국악축제 현장을 찾아서

등록 2007.09.03 10:35수정 2007.09.0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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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 그 마흔번째의 꿈은 과연 무엇일까 중요무형문화재 제46호 피리 정악 및 대취타의 보유자인 정재국 명인이 연주를 마치고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조우성


난계국악축제 현장인 충북 영동군에 가는 내내 비가 세차게 내렸다. 하늘에 구멍이 났는지 계속 내리는 비로 인해 토요일(1일) 늦은 오후 축제 현장은 쓸쓸하고 한산했다. 군청에 들러 관계자에게 축제진행상황을 물어보니 야외행사는 모두 취소되고 난계국악당에서 실내공연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난계국악당에도 사람이 별로 없겠지 하는 마음으로 차를 조심해서 천천히 몰며 핸들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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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이들의 멋진 춤 1999년 우리나라에 최초의 배틀대회 개념을 세우고 힙합댄스를 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 시킨 리버스 크루의 파워풀한 무대 ⓒ 조우성


비오는 날씨에도 가득찬 난계국악당


국악당 입구에서는 도우미들이 안내책자와 비에 젖은 우산을 넣을 수 있는 비닐을 나누어 주느라 조금은 혼란스러웠지만 안에서는 공연이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우산을 비닐에 넣고 국악당의 문을 소리나지 않게 살포시 열었다.

실내의 어두컴컴한 기운이 조금씩 사라지고 내부의 모습이 조금씩 밝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구경하러 온 관객들이 별로 없을 것으로 생각한 공연장은 뜻밖에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앉을 곳이 없어 이곳 저곳 바닥에 사람들이 털썩 주저앉아서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다. 관객층을 살펴보니 어린 꼬맹이에서 나이가 지긋하신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아니, 사람들이 이렇게 국악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가?'
'아니면, 국악이 벌써 대중화되어 이제 고정적인 관객들을 몰고 다니는 수준이 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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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과 비보이의 만남 젊은 예인들로 구성된 청배연희단의 신명나는 리듬과 리버스 크루의 역동적인 춤사위가 어우려져 한껏 신바람을 일으킨다 ⓒ 조우성



리버스 크루와 청배연희단이 펼치는 비보이와 국악의 만남에 남녀노소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고 손뼉을 치며 즐거워했다. 비보이들의 고난도 춤풀이에 넋을 잊고 바라보다 상쇠의 익살과 재치만점의 흥풀이에는 모두 웃음과 박수로 화답했다.


국악의 젊은 예인이 원을 그리며 붕-붕- 떠서 신나게 돌아가기를 하며 자신의 기량을 한껏 뽐내자 이제는 리버스 크루의 일원이 나와서는 앞서 행했던 국악 예인의 행위와 비슷한 비보이춤을 역동적으로 선보인다. 관중들은 함성을 지르며 흥겨운 리듬에 맞춰 손뼉치기를 멈추지 않는다. 공연장 분위기는 신바람,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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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년 교수의 해금 연주 영동출신으로 난계기념사업회로부터 국악발전을 위한 공로를 인정받은 정수년 교수가 인생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공(空)'을 연주하고 있다. ⓒ 조우성


"밤 10시 공연은 1999년 이후 처음"

국악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큰 감동을 안겨주었던 명곡인 '그 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를 연주하였던 해금 대중화의 선구자인 정수년씨는 비가 세차게 오는 탓에 군민운동장 특설무대에서 저녁 7시에 하기로 예정된 공연 일정이 변경되어 밤 10시가 넘어서야 난계국악당에서 공연을 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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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일씨의 해금 연주 전통음악 위에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의 접목을 끊임없이 시도하며 해금을 통한 크로스오버 음악의 선구자로도 평가 받고 있는 강은일씨가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 조우성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정수년씨는 '제가 지금까지 저녁 10시 넘어서 공연을 한 것이 딱 한번 있었는데 그것은 2000년으로 넘어가는 1999년 마지막 날 자정에 광화문에서 한 공연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가 오늘 여기 난계국악축제에서의 공연입니다'라고 말을 꺼냈다.

그리고 '비가 오고 저녁 10시가 넘었는데도 아직 집으로 가지 않고 자리를 묵묵히 지켜 주신 여러분들의 성의에 감사드립니다'라며 관객석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관객들은 일찍 도착해 공연시간을 기다리며 심신이 지쳐 있을 연주자를 향해 뜨거운 사랑의 박수를 아낌없이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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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라씨의 해금 연주 한국 고유의 전통음악을 정도로 배운 연주자로 창작곡 역사가 짧은 국악계에서 수 많은 협연과 개인 독주회를 통해 실력을 인정받은 김애라씨가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는 후배를 축하하기 위해 '꿈속에서'를 연주하고 있다. ⓒ 조우성


이곳 영동 출신인 정수년씨는 난계국악관현악단의 해금수석으로도 근무하였고, 'KBS국악대상 관악상'과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하는 등 뛰어난 실력과 국악 대중화를 위해 이바지한 점이 높게 평가되어 난계기념사업회로부터 공로상도 수상하였다.

자신의 고향인 영동군의 축제행사를 위해 집행위원으로 내려와 음으로 양으로 혼신의 정열을 쏟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민의식 교수는 난계국악축제가 이제는 영동군만의 지역축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축제로 당당히 자리잡게 되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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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드럼팀 '드럼캣'의 힘찬 공연 서울시립예술단인 '드럼캣'의 섹시하면서 힘차고 현란한 타악 퍼포먼스에 관객들은 넋을 잃었고, 때로는 요동치는 드럼소리에 맞춰 펄떡거리며 요동치는 자신의 가슴들을 진정시켜야만 했다 ⓒ 조우성


축제의 색깔도 막걸리나 마시고 노는 단순한 여흥 위주의 놀이축제가 아니라 국악계를 대표하는 35개 단체 300여명의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국내 최대의 국악축제로 꾸며졌으며, 내용면에서도 정악에서 크로스오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을 축제참가자들이 현장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배치시켰다.

또 영동군을 대표하는 특산품인 포도와 함께 하는 즐거운 가족축제의 시간들도 집어넣었고, '국악기제작·전시체험'과 '우리가족 예술공방' 등의 부대행사를 마련하여 관객들이 오감을 만족시키고 즐겁고 흥겨운 문화체험 시간이 되게끔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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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예술단의 뮤지컬 공연 수준 높은 노래와 댄스로 관중들을 사로 잡은 서울시립예술단이 선 보인 뮤지컬의 한 장면. 출연 배우들이 애절한 사랑의 포옹을 나누고 있다. ⓒ 조우성



군민들의 반응도 상당히 좋았다. 다양하고 업그레이드된 문화축제를 관람하고 즐기기 위해 비가 많이 내려도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를 몰고 행사장을 찾았다. 영동군의 숙박시설이 모자라 인근 옥천에서 잠을 자면서 공연을 관람했고, 어떤 분은 공연이 너무 좋다며 아예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3일 동안 모텔에 숙박하면서 국악연주에 몰입하기도 했다. 영동 주민들도 이전과는 달리 자발적인 봉사활동에 참여하여 행사진행을 적극적으로 도왔고 특산품과 지역알리기에 애를 썼다.

행사진행에서 몇 가지 아쉬웠던 점도 있었는데 그중의 대표적인 것이 행사중에 비가 많이 왔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10월 초에 축제를 시작했으나 이번에는 영동군의 특산물인 포도축제와 연계하기 위해 8월 말로 일정을 변경하였다. 앞으로 축제행사의 날짜 조정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된다. 그리고 부족한 주차공간확보가 시급하고 영동군의 특산품 개발이 더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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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국 명인의 피리 연주 피리와 함께 50년을 살아 오면서 정악 연주의 전통을 이어온 정악계의 중심인물인 정재국 명인이 서양 타악기인 드럼을 배경으로 피리연주에 몰입하고 있다. ⓒ 조우성


앞으로 국악이 대중화되고 주목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민들에게 우리의 민족음악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공연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난계국악축제는 국악을 아끼고 사랑하는 분들에게 드리는 영동군의 선물이며 국악대중화를 위한 용틀임이다. 앞으로 난계국악축제가 세계적인 축제로 발전하기를 기원하며, 국악이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그런 기쁜 날이 하루속히 올 것을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취재에 협조해 주신 국립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부원장인 민의식 교수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취재에 협조해 주신 국립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부원장인 민의식 교수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난계국악축제 #영동군 #정수년 #해금 #민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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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 tracking photographer. 문화, 예술, 역사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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