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가 제2의 범죄자를 키운다

김일병 등 온라인 카페... '욕설·동조' 난무 위험

등록 2007.09.04 11:40수정 2007.09.0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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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병까페 ⓒ 우먼타임스

김일병까페 ⓒ 우먼타임스

 

"한국 여성들 더 죽여주세요. 유영철씨, 당신에게 공감합니다." ('유영철' 카페 A씨)


"김동민 일병은 무죄다. 죽은 사람들 안타깝지만 괴롭힌 대가를 치른 거다." ('김 일병' 카페 B씨)


"김본좌 그대는 우리의 태양, 우리의 빛, 우리의 행복, 우리의 희망이었소. 우리는 그대를 이렇게 허망하게 보낼 순 없소. 김본좌, 그대를 꼭 되찾으리다." ('김본좌' 카페)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은 범죄자들에 대한 평가가 인터넷상에서 미화를 넘어 도를 지나치고 있다. 이들의 지나친 미화 발언이 모방심리를 부추길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004년 개설된 '유영철' 카페는 "유영철에 대한 건전한 토론의 장을 마련코자 개설했다"는 개설자의 의도와 달리 온갖 욕설이 난무하는 카페로 전락했다. "유영철을 살인자로 만든 것은 우리 사회의 잘못이다", "한국 인간들, 더 살해했으면 좋겠다"는 글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2005년 6월, 동료 병사들이 자던 내무실에 수류탄을 투척하고 총기를 난사해 8명을 숨지게 하고 4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김동민 일병의 카페 역시 "김 일병은 군폭력의 피해자"라고 두둔하는 글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불법 포르노를 유포해 구속된 김본좌를 놓고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구명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본좌라는 그의 이름도 본명이 아니라 네티즌이 대가를 뜻하는 인터넷 은어를 붙여 만든 필명이다. 국내에 유통되는 일본 포르노의 70%를 유포한 김본좌를 구명하기 위해 촛불집회를 열자는 붐도 일었다.


이 같은 인터넷 카페 네티즌의 반응에 대해 전문가들은 (범죄자를) 모방하려는 심리와 개인적·사회적 소외감이 결합해 극단적인 범죄를 더욱 부추길 수 있으며, 비뚤어진 영웅주의가 형성돼 제2, 제3의 범죄자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포털 회사의 카페 운영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카페에는 이들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난 나일뿐'이라는 아이디의 한 네티즌은 "유영철은 살인을 즐겼을 뿐이다"라며 자신의 연쇄 살인을 가정과 사회의 탓으로 돌리는 유영철의 잘못된 행동을 꼬집었다.

 

'초희'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유가족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고 불쌍하게 생각한다면 당장 카페를 폐쇄하라"고 주장했다.


김 일병 카페 역시 "선임들의 폭력 때문에 8명이나 죽였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백번 천번 생각해도 고인들이 벌떡 일어설 일"이라며 카페 운영의 정당성을 따졌다.


연쇄 살인범 유영철, 정남규를 직접 면담하고, 유영철에게 사이코패스라는 진단을 내린 범죄심리학자 조은경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는 카페 사람들의 발언에 대해 "굉장히 극단적인 범죄인데도 사람들이 그것을 이해하려고 들면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다"며 "인터넷 커뮤니티는 익명이 보장되기 때문에 그들을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서 '그 상황이라면 나라도 그랬을 거야' 하는 긍정적인 평가들이 나오는 것이고, 이것이 우상화, 동조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카페를 폐쇄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인터넷 카페는 자유로운 대화의 장인데, 부정적 요소가 있다고 막아버린다면 그 가치의 칼은 누가 댈 수 있느냐"며 "무엇이 좋고 나쁜지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가 자유로운 의견 교환의 장이 되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잘못된 영웅주의에 빠져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진하 인턴기자 wlsgk826@naver.com (한림대 언론학과 4)
2007.09.04 11:40 ⓒ 2007 OhmyNews
#여성 #우먼 #사이버 #범죄 #김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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