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은 지금 재방 천국!

등록 2007.09.06 10:43수정 2007.09.0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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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방송을 거듭하고 있는 <커피프린스 1호점> ⓒ mbc



MBC <커피 프린스 1호점>이 끝났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다. 꽃미남들의 얼굴과 커피의 진한 향기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케이블 채널인 MBC드라마넷에선 지난 9월 1일, 2일 하루종일 이 드라마를 전편 방송했다.

나도 <커피프린스 1호점>의 팬이었지만, 끝난 지 얼마 안 된 드라마를 다시 보려니, 어째 쫌 찜찜했다. 그것도 모자란지, 드라마넷에서는 오늘(6일) 끝나는 <개와 늑대의 시간> 전편을 오는 15일, 16일 재방송 한다고 한다.

최근 들어 드라마, 쇼프로그램의 재방송이 잦아지고 있지만 솔직히 영화 재방송이 더 심각하다. 케이블 광고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이 영화 채널이라고 하더라도 요즘 영화 채널은 정말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이 재방송 해주는 영화프로그램들이 비슷 비슷한지라 겹치는 영화들도 많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월요일에 <사일런트 힐>을 봤는데, 화요일에 또 같은 시간에 다른 채널에서 <사일런트 힐>을 해준다. 이틀이 지난 목요일에 다시 다른 채널에서 같은 영화를 해주고, 주말 황금시간대에 또 같은 영화를 내보낸다. 이쯤되면 텔레비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도 "저거 또 해?"라면서 한 마디씩 불평을 안 털어놓을 수가 없다.

물론 케이블이 재방송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상파 방송도 만만치 않다. 주말은 오전 10시에 재방송으로 시작해서 저녁 6시까지 재방송으로 끝나곤 한다. 특히 조금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들은 기본적으로 네 번정도는 텔레비전을 통해서 볼 수가 있다.

옛날에는 정해진 시간에 프로그램을 못 보면 호들갑을 떨어야 했지만, 지금은 조금만 기다리면 금세 재방송되기 때문에, 초조해 할 필요가 없다. 내가 좋아하는 <무한도전>을 예로 들어보자. MBC <무한도전>의 본 방송은 토요일 오후 6시 40다. 이 때 못봤다고 걱정할 필요 없다. 바로 같은 주 토요일 오전 10시에 재방송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못 봤다고 걱정하지 마라. MBC드라마넷에서 토요일 오후 2시 40분에 방송해준다. 이것도 챙겨보지 못했다면, 주말 저녁에 다시 재방송을 해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것외에도 <무한도전>은 과거에 방영되었던 프로그램들도 다시 볼 수 있다. 나도 <무한도전>의 왕팬이지만 <무한도전>의 재방송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심각하다.

드라마들도 마찬가지다. 본 방송을 놓쳤다고 해도 지상파에서 해주는 재방송, 케이블에서 해주는 본방송에 재방송까지 합치면 최소한 4번 이상은 볼 수 있다.

그나마 드라마나 쇼 프로그램은 아직 최소한의 양심은 지키고 있다. 영화채널은 아예 뻔뻔하게 방송한다. 오늘 방송하고 다시 내일 재방송한다. 매번 겹치게 영화를 보여주는 게 무안했던지 뭐 무슨 무슨 스페셜, 관객이 뽑은 올해의 영화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내세워서 다시 보여준다.

말 그대로 탤레비전은 지금 완전히 재방천국 속에 살고 있다. 물론 좋아하는 프로그램 다시 볼 수 있으면 좋지 뭘 그렇게 꼬치 꼬치 따지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좀 더 깊게 생각해보면 이렇게 프로그램으로 돌려막기를 하면, 언젠가는 파산할 거다.

시청자들도 바보들이 아니니, 언젠가는 하나 둘씩 리모컨을 손에서 놓게 될 것이다. 지상파에 유선방송에 케이블까지 합세해 예전보다 프로그램들은 더 많아졌는데 텔레비전은 더 볼 게 없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대는 앞서서 정보화시대로 달려가고 인터넷은 발달해서 여러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데, 텔레비전은 케케묵은 방식으로 더욱 재방송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니, 정말 우스운 일이다. 그러니 한국에 많은 시청자들이 다른 나라의 프로그램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그렇게 할 게 없으면 차라리 옛날에 방송된 주옥같은 드라마나 다시 재방송해주면 좋겠다. 90년대 좋았던 드라마가 얼마나 많은가. <질투> <느낌> <파일럿> <모래시계> <사랑이 뭐길래> 등등 아니면 <조선왕조 500년>과 같은 사극을 재방송해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최근에 끝나서 재방송으로 너덜너덜해진 드라마나 쇼프로그램들을 왜 다시 재방송해서 식상하게 만든단 말인가. 이제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끝난 여운을 느낄 새도 없어졌다. 

물론 케이블은 상업적인 채널이고 광고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눈앞에 이익에 급급해서는 텔레비전 산업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다. 이왕에 재방송을 할거면 좀 더 창의적인 재방송을 해서 시청자를 기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기프로그램들의 재방송으로 언제까지 시청자들을 텔레비전 앞에 붙들어 놓을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 다음 블로거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기 티뷰기자단 응모-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미디어 다음 블로거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기 티뷰기자단 응모-
#커피프린스 1호점 #무한도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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