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후보, 정말 '말실수' 였을까?

<대통령 선거 비틀어 보기 3> '말실수' 속에서 이후보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엿볼 수있어

등록 2007.09.14 18:20수정 2007.09.1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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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비난 하는 사람들을 보면 70,80년대에 빈둥빈둥 놀면서 혜택을 입은 사람들인데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

 

“애를 낳아봐야 보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고, 고3을 4명 키워봐야 교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다.”

 

“요즘 젊은 배우가 많이 뜨는데, 그 영화는 중견, 한물 살짝 가신 분들이 모여서 나온 거야. 그러다보니 돈 적게 들고 돈 버는 거야”
"젊은 배우 비싸게 들이지 않고 시간이 남아서 누가 안 불러 주나 하고 있는, 단역으로 나올 사람들에게 역을 하나씩 주니 얼마나 좋겠냐"
"아마 공짜로 나오라고 해도 나왔을 거야"

 

“일해공원에 대해선 잘 내용을 잘 몰라서 답변할 수 없을 것 같다. 일해는 횟집이름 아니냐?”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거룩한 도시이며, 서울의 시민들은 하나님의 백성이다. 서울의 회복과 부흥을 꿈꾸고 기도하는 서울 기독청년들의 마음과 정성을 담아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

 

“돈 없는 사람이 정치하는 시대는 지났다. 어떤 사람은 재산을 마이너스로 신고했는데 나보다 돈을 더 펑펑 쓰더라.”

 

“부실교육의 핵심은 교육을 책임진 사람들이 모두 시골출신이라는 데 있다”

 

 ‘옛날 같으면 관기(기생)라도 하나 넣어드렸을 터인데’라는 정우택(충북지사)의 말에 “어제 온 게 정 지사가 보낸 게 아니였나?”

 

  이들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한 말들이다. 이런 말들은 단지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불과하다. '광주사태'나 '부마사태' 등과 같은 보도되지 않은 말까지 다 모으면 한권의 책으로도 모자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이후보가 이번엔 여성을 비하하는 말을 하여 여성단체와 국민들로부터 비난과 지탄을 받고 있다.

 

  이 후보는 편집국장들과의 술자리에서 “‘특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여성을 고를 때 덜 예쁜 여자를 골라야 한다. “현지에서 오래 근무한 선배는 마사지 걸들이 있는 곳을 갈 경우 가장 얼굴이 덜 예쁜 여자를 고른다더라. 예쁜 여자는 이미 많은 손님들을 받았겠지만 예쁘지 않은 여자들은 자신을 선택해준 게 고마워 성심성의껏 서비스를 한다고 하더라. 일종의 지혜라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의 여성에 대한 인식과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참으로 놀랍고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말해준다고 한다. 말이 단지 의사소통의 수단만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 사람의 지적인 수준을 나타내 주기도 하고 그 사람이 살아온 과거의 인생을 웅변해주는 것이 말이 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자신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나타내기도 한다.

 

  물론 살아가면서 말실수도 할 수도 있고, 격식을 갖추고 건전한 말만 골라서 하면 말에 생기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공석과 사석에서 할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은 구별해야 한다. 특히 공직을 맡고 있는 사람은 더 그렇다. 시정잡배들이 지나치게 격식을 차리는 말을 하면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고위 공직에 있는 사람들도 격에 맞지 않는 말을 하면 자신의 인격을 깎아 먹게 된다. 

 

  그리고 말은 그 사람의 생각과 사상이 담겨져 있다. 무심코 하는 말에도 자신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이 배여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말하는 품새를 보면 그의 직업이나 인생관, 가치관 심지어는 의식구조까지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고 말을 하지 않았던가. 언어가 있어야 존재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언어 자체에 그 사람의 존재의 의미와 근거가 배여 있다는 말일 것이다. 

 

  말은 상식과 교양의 수준을 갖추어야 한다. 상식과 교양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난 말이나 언어는 말로써 가치를 상실하거나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당연이 이러한 말을 한 사람의 인격이나 상식도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말을 가려서 하고 말을 아껴서 하는 것이 아닌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경우는 지나칠 정도로 말실수가 빈번하고 심하다. 그래서 한나라당 대선 예비주자 중의 한 사람인 손학규 후보의 홍보팀에서 ‘이명박의 말실수 컬렉션 12종 세트’를 내놓지 않았던가.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 후보가 갖고 있는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에 커다란 문제가 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이것은 말실수가 아니라 그의 사고방식이고 생활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말 속에는 뼈도 있고 혼이 스며있기 때문이다.

 

 말실수나 실언으로 미화되기도 하지만 평소에 가지고 있는 사상과 가치관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 바로 말이다. 물론 말 그대로 실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빈번하게 일어나는 말실수는 이 후보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그리고 독선적이고 편협하고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여러 가지 말들 때문에 더욱 우려하는 것이다. 특히, 서울시장 재직시절에 보여준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말과 행실을 보면 참으로 한심할 정도다.
 
   말은 예전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요즈음은 말도 기록된다. 글은 쓰고 지울 수 있지만, 말은 일단 입을 벗어나면 다시 주워 담을 수가 없다. 그래서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말을 해야 한다. 그리고 말에 자신의 혼과 정신을 담아서 말을 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진정성이 듣는 사람에게 그대로 전달될 수 있는 것이다. 말실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말은 그의 삶과 영원히 남아있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좋은 말들을 ‘ooo의 어록’으로 영원히 기억하지 않는가.

2007.09.14 18:20 ⓒ 2007 OhmyNews
#이명박 #대통령 후보 #말실수 #가치관 #사고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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