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들, 아주 '빤스' 벗고 뛰는구나

[조은미의 비틀어뷰] '신정아' 발가벗겨 장사하는 게 언론의 사명?

등록 2007.09.14 17:59수정 2007.09.1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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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물 만났다. 신났다. 아주 쇼를 한다. 가관이다. 눈 뜨고 보기 아깝다. 드는 생각은 하나다. 아주 '빤스' 벗고 뛰는구나.

 

신정아와 변양균 이야기가 아니다. '양균이 라이프'는 막말로 '완전 아작 났다'. 그 좋다는 청와대 정책실장 자리에서 울며 겨자 씹으며 물러나야 했고, 전직의 위대함을 빌어 얻을 수 있는 다음 직장의 찬란함도 물 건너갔다. 그냥 물 건너간 것도 아니다. 신문이나 방송은 연일 그에 대해 떠들었다. 말 실수나 업무 실수면 차라리 낫다. 그때야 '따끔'하지만, 그 정도는 잊혀진다.

 

그런데 문제는 '여자'다. 여자가 있었고, 그 여자에게 자격도 안 되는 교수에, 광주비엔날레에 높은 자릴 만들어줬고, 기업체 후원도 알선해줬다. 이런 저런 자리만 만들어준 게 아니라 이메일도 수도 없이 보내는 바람에, 실없어도 이렇게 실없는 사람, 아니 실없다기보다 넋 빠진 인간으로 완전 낙인 찍혔다. 그것도 "아버지를 위해서"도 아니고 "형님을 위해서"도 아니고, "마누라 치맛바람 때문에"도 아니고, '여자' 하나 때문에.

 

연애 사실을 밝히지 말고 돈 오간 사실을 밝혀라

 

신정아는 어떤가? 말 안 해도 누구나 안다. 그의 얼굴은 연예인 부럽지 않게 팔렸다. 방송과 신문은 연일 그의 얼굴을 내보내느라 선수 경쟁을 벌였고, 이제 그의 얼굴 모르면 간첩 혹은 시각장애인인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그가 돌아와서 뭘 하겠나? 하다못해 동네 슈퍼에 가도 사람들이 그를 힐끗 보며 '몸 로비'를 떠올릴 텐데. 말이 좋아 '몸 로비'이지, 결국 매매춘을 했단 소릴 에둘러 말하는 것 아닌가? 지금 전 사회가 그녀더러 '고급 창녀'라고 떠들어대는 게 아니고 뭔가? 확실한 증거도 나오기 전에 '소문'과 '카더라 통신'을 빌어서?

 

그런데 정작 쇼를 한 건 이들이 아니다. 이들은 그냥 '지랄 맞게' 연애했고, '바보 같이' 그걸로 '소시얼 포지션'을 챙겼다.

 

교수 같은 거, 비엔날레 예술감독 같은 거 안 했으면, 드러나지도 않았다. 특별히 아무개 건설업체가 '뉴타운'을 건설하는 데 힘을 써줘 일을 따내게 해준 것도 아니고, 특별히 아무개 회사가 '황금알' 같은 IT사업에 뛰어들어 수익을 많이 남기게 해준 것도 아니다. 운하를 만들 걸, 돈을 떼먹어 개천을 만들게 한 것도 아니다. 다리를 만들 걸, 두부를 만들어 사람들을 떼거지로 죽게 만든 것도 아니다. 힘써서 그림을 사줬대봤자, 피카소 그림도 아니다.

 

뭐 잘못이야 했지만, 굉장치는 않다. 저 부산에서 해 드셨다는 어떤 건축업자 분에 비하면 조족지혈이 아니라 개미 발가락에 낀 때다.

 

여하튼 청와대 '빽' 써서 따낸 거 있으면, 일단 잡아넣으시고 그만큼 형량 때리면 된다. 편지 뒤져 '연애' 사실만 들추지 말고, '돈이 오간' 사실을 들춰야 한다. 그게 국민 세금이면 확실히 뒤지고, 그게 기업에서 준 돈이면, 그 기업이 그 돈 주고 무슨 혜택 받았나 뒤지면 된다. 그 기업도 피해자가 아니라 브로커에게 돈 건넨 청탁자니까. 신정아에게 '빽'이 돼줬던 고급 인사들은 그 '빽' 노릇하느라 '월권'한 사실을 뒤져 역시 죄를 물으면 된다.

 

'알 권리'가 한 여자의 '알몸을 볼 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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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서울여성의전화 등 12개 시민단체가 14일 오후 서울 충정로 <문화일보> 사옥 앞에서 '신정아씨 관련 인권침해와 선정보도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문화> 측에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 안윤학

민주언론시민연합·서울여성의전화 등 12개 시민단체가 14일 오후 서울 충정로 <문화일보> 사옥 앞에서 '신정아씨 관련 인권침해와 선정보도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문화> 측에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 안윤학

그런데 이게 뭔 짓인가? 검찰도 검찰이지만, '등대' 어쩌구 하면서 '비판 정신' 어쩌구 하면서 품격은 혼자 다 찾고 지성은 혼자 다 가진 듯이 구는 언론사가 하는 짓 봐라.

 

검찰이 신정아에 대해 브리핑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도 찾아낸다. 찾아내는 것도 어떻게 하면, 신정아란 허여멀건 여자를 팔아먹을까에 아주 머리 싸맸다. 정보가 나오면 "연애편지 100통" "피임기구에 쪽지" 이걸 정보라고 발가벗기고, '알 권리'와 독자들이 한 여자의 '알몸을 볼 권리', 아니 '호기심'도 구분 못하는 한 언론사는 아예 '누드 사진' 발견했다며 대서특필했다.

 

그러자 썩은 내 맡은 하이에나들이 올타구나 몰려들어서 썩은 고기 뜯어, 더 썩혀 팔아먹었다. 이게 무슨 '홍어회'냐? 그래서 조선닷컴은 "'신정아 올누드' 사진 발견했다"며 무슨 신대륙이라도 발견한 양 신정아 누드를 대문짝만하게 실었다. 중요 부문 가리면 다냐?

 

이건 '저널'이 아니다. 저널이 뭐냐? '잠수함의 토끼'다. 산소가 꺼져가는 잠수함에서, 그 사실을 제일 먼저 알아차리는 토끼다. 그런데 이건 잠수함의 토끼가 아니라, 스트립쇼 주선하느라 눈 시뻘건 토끼다. 아니, 길 가는 여자 잡아다 벌거벗겨 사진 팔아먹을 토끼다. 신정아는 지나가는 여자가 아니라고? 맞다. 그는 지나가는 여자가 아니다. 지나가는 여자는 차라리 고소라도 한다. 이건 완전 고소감이다. 그런데 그는 지금 도피 중이다. 도피 중인 여자가 고소할 리 없다. 이 신문이 이걸 몰랐을까? 장담하건대 법률 자문 다 받고 실었으리라는데, 한 수 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왜 터지나? 눈에 뵈는 게 없어서다. 사람은 안 보인다. 더구나 신정아란 인물이 사람으로 보였을 리 없다. 돈 덩어리, 특종감으로 보였겠지. 장사만 된다면 좋다. 장사만 된다면, 살인도 서슴지 않을 태세다. 비유가 과하냐? 직접 칼을 대야 살인이냐? 그럼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소릴 말아야 한다. '칼보다 강한 펜'이 사람 하나 못 죽이냐? 말로 죽이고, 사진으로 죽인다.

 

당신 자신이 어느 날 '성 로비' 운운하며, 남몰래 찍은 누드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신문에 났다고 생각해보라. 그냥 기분 더럽고 말까? 거기다 여자라면? 이 정도면 그가 훗날 죄를 치르고 감옥에서 나오더라도 완전 매장이다. 세상이 감옥이다. 이건 '저널'이 할 짓이 아니라, 여자 팔아 장사하는 브로커나 할 짓이다.

 

상도 없는 장사치 언론은 하이에나일 뿐

 

물론 언론사도 장사꾼이다. 어떻게든 기사를 팔아서 '이문'을 남기려 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장사치에게도 '상도'는 있다. 이문을 남기더라도, 사람을 죽이며까지 이문을 남기진 않는다. 사람을 살리며 이문을 남기기까진 못하더라도, 사람을 죽이는데 뛰어들어 이문을 남기는 게 언론인가? 차라리 그냥 군수업자라고 불러라. 하이에나라고 불러라.

 

독자의 알권리라고? 웃기지 말라. 솔직해져봐라. 정말 독자의 '알 권리'를 존중하는 장엄한 사명을 상기하면서,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독자님들의 '권리' 신장을 위해서 신정아 누드를 싣고, 남이 실은 신정아 누드를 퍼와 또 실었단 건가? 판매부수, 조회수 올리려고 그런 게 아니고? 웃기지 마라. 착한 척하지 마라. 고귀한 '언론의 임무'인 척 위선 떨지 마라.

 

그건 독자의 알 '권리'가 아니다. 그냥 알고 싶은 거다. 여자 누드를 보고 싶은 거다. 본능이다. 거기다 '성 로비' 혐의가 짙은 여자라니, 얼마나 잘났길래 하며 보고 싶은 거다. 그게 아니라고? 거짓말 마라. 그런 '원초적 본능'에 얼씨구나 올라탄 거다. 그걸 고귀한 척 '알 권리'라고 포장하지마라. 그냥 솔직히 '알몸을 볼 권리'라고 말해라. 차라리 그게 낫다.

 

살인자라고 해서 내가 그를 살인할 권리가 없는 것처럼, 그가 설사 '몸 로비'를 했다고 해도 그의 '몸'을 볼 권리는 없다. 그런 '권리'는 없다. 보여주기 싫어하는 사람 몸을 강제로 보는 게 '권리'인가? '공인'이라서? 그럼 가장 보고픈 톱스타 여배우들의 알몸을 '볼 권리'는 왜 주장하지 않나? 공인이고 그가 그 아름다운 '몸'으로 뜬 건데?

 

끝이 어디인가. 아직 멀었다. 이대로라면 '신정아 누드'를 넘어 '신정아 섹스 비디오'까지 출현하겠다. 물론 언론사는 '증거'이자, '알 권리'라며 자사 사이트에 동영상을 걸고? 그게 안 되면 '몸 로비'의 증거라며, 신정아가 얼마나 방중술에 뛰어난 인물인지 취재해 그의 잠자리 테크닉이라도 상세히 쓸 텐가? 아주 쇼를 해라. '언론'되긴 어렵지만, '짐승'은 되지 말자. 이 말이 그리 어렵나?

#신정아 #문화일보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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