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당한 '여성인권'

여성단체 "알몸사진이 국민의 알권리?"...이명박 여성비하 발언도 비판

등록 2007.09.17 10:16수정 2007.09.1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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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몸사진이 국민의 알권리?... 기막힐 노릇 ⓒ 우먼타임스

알몸사진이 국민의 알권리?... 기막힐 노릇 ⓒ 우먼타임스

 
[김선희 기자] <문화일보>와 <조선닷컴>(조선일보 인터넷판)의 신정아씨 누드 사진 게재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여론이 뜨겁다. 여성단체들은 사건직후 “일제히 모든 여성에 대한 폭력과 인권침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정치권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여성비하 발언과 이들 언론의 행태를 한 데 묶어 비판 성명을 내놓았다.

문화일보는 9월 13일자 신문의 1면에 ‘신정아 누드 사진 발견’이라는 기사를 게재하고 3면에 신정아씨의 누드 사진 2장을 공개했다. 누드 사진 공개는 물론 이 사진을 통해 신정아씨의 성로비를 단정적으로 추측하는 1면 기사의 선정적인 내용은 파문을 낳았다. 조선닷컴도 이날 톱기사로 누드 사진을 한동안 게재했다 삭제했다. 순식간에 포털 인터넷 검색 1~2위를 ‘신정아 누드’가 차지했고 이 사진을 최초 게재한 문화일보가 지하철 가판에서 동이 날 지경이었다.

파문이 커지자 문화일보측은 “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웠다. 이용식 문화일보 편집국장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알몸 사진을 싣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고 논란도 충분히 예상했다”며 “이 사진이 신씨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로비를 한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고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성단체들은 당장 비판을 쏟아냈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경악스럽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스포츠 신문에서도 존재하기 어려운 일로, 신문의 사회적 역할을 완전히 무시한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분노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연합, 서울여성의전화, 언니네트워크 등 6개 여성단체는 문화일보 폐간을 요구했다. 이들은 “문화일보의 보도는 인권의식의 실종, 여성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 여성 인권에 대한 매우 직접적인 위협”이라며 문화일보에 해당 기사의 즉각 삭제, 공식 사과, 관련기자와 편집진 총사퇴, 폐간을 촉구했다.

여성단체와 언론단체들은 9월 14일 문화일보사 앞에서 규탄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문화일보의 행태는 한 건 터트리고 보자 식의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작태로서 스스로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이라며 “문화일보가 더 이상 ‘언론이 아님을 선언하고 불매운동 등으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문화일보의 이번 ‘알몸사진’ 게재는 한국 사회에 내재된 여성비하와 성적대상으로만 여성을 바라보는 저급한 성 인식이 배경이 됐다”며 “바로 천박한 저질 상업주의 그 자체”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을 제외한 정치권과 대선 예비후보들도 문화일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여성단체 출신인 대통합민주신당의 이미경 최고위원은 14일 문화일보 보도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무리 잘못했다 해도 개인의 인권은 존중돼야 한다는 게 민주화된 사회의 언론관이고, 우리 모두가 향유해야 할 인권”이라며 “(문화일보의 보도는) 여성 인권을 떠나서 사회 전체의 품격을 가늠하는 그러한 문제이고, 자칫 선정주의로 빠지기 쉬운, 여러 사람의 인권을 해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국현 대선예비후보 캠프도 논평을 내고 “신정아씨 사건의 본질과는 무관한 선정적 보도로 금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후보측은 “국민의 알 권리를 왜곡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최소한의 인격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거스른 것” “정치든, 언론이든 모든 가치의 중심은 사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대선 예비후보는 14일 민주노동당 여성위원회의 문화일보사 앞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 “선정적 보도로 집단적 관음증을 불러내고 성을 상품화하는 문화일보의 보도는 정론지를 표방하는 언론이 갈 길이 아니다”며 “이 땅 언론과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흉기”라고 문화일보의 사과와 조치를 촉구했다.

특히 정치권 일부에서는 이번 문화일보 보도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최근 여성비하 발언을 싸잡아 비난하기도 했다. 대통합신당 정청래 의원은 14일 “이 후보의 마사지걸 발언이나 문화일본의 누드 사진 게재는 천박한 영혼과 천박한 상혼으로 천박하긴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황선 민주노동당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강안남자’스러운 문화일보와 ‘사필귀색’ 한나라당스러운 이명박 후보로 인해 이 나라의 인권의식이 그 바닥을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 우먼타임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 우먼타임스

술안주 삼아 성매매 비법을 전수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부적절한 여성 비하 발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정치권, 여성계, 시민사회는 물론이고 국민들 역시 “도를 넘어섰다”, “한 나라 대통령 후보로 기가 막힐 노릇”이라며 여론이 들끓고 있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이 후보는 지난 8월 28일 중앙일간지 편집국장 10여명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폭탄주를 돌려 마신 뒤 성매매 여성을 선택하는 노하우를 ‘인생의 지혜’의 사례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저녁식사에 참석했던 A편집국장은 “이후보가 현대건설 다닐 때 외국에서 근무한 이야기를 하면서 현지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선배는 마사지걸들이 있는 곳을 갈 경우 얼굴이 덜 예쁜 여자를 고른다더라.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얼굴이 예쁜 여자는 이미 많은 남자들이,,(편집자에 의해 일부 생략) 그러나 얼굴이 덜 예쁜 여자들은 서비스도 좋고,,,(편집자에 의해 일부 생략)”고 오마이뉴스는 전했다.


당시 자리에는 여성대변인인 나경원 의원을 비롯, 박형준 대변인, 주호영 의원 등도 배석했던 것으로 알렸다.


이에 대해 손학규 후보 캠프 우상호 대변인은 "일반 국민들도 사적인 자리에서 잘 하지 않는 얘기를 언론사 편집국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했다는 게 놀랍다. 게다가 여성대변인을 대동한 자리에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성매매 기술을 얘기한 것은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명숙 후보는 “광주민중항쟁, 부마항쟁도 ‘사태’라고 표현한 데 이어 관기 발언에 이어 마사지걸 발언까지 모든 상식을 깨뜨리는 최악의 수준이다.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은 집으로 돌아가 자신의 어머니와 아내, 딸들에게 먼저 사죄하라”고 밝혔다.


대통합신당 유은혜 부대변인은 “참 낯 뜨겁고 민망하다. 이것이 이 후보의 ‘매춘 합법화 공약’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도덕불감증을 퇴치하기 위해 범국민운동이라도 벌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여성위원회는 “서비스업이라는 미명하에 수많은 여성들이 성매매시장에 유입되고 인권을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책은 내놓지 못할망정 한 나라의 대통령 후보의 인생 지혜가 결국 ‘맛사지 걸’을 잘 고르는 방법이라니 성추행정당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손색이 없다”고 비난했다.


그동안 이명박 후보는 릴레이처럼 말실수를 쏟아내 물의를 일으켰다.


“애를 낳아본 여자만이 보육을 논할 수 있다(당 경선 중 박근혜 전 대표에게)”, “장애아로 판명되면 낙태해도 좋다”라고 해 빈축을 샀다.


지난 8월 경선 때 합동유세차 청주에 방문한 자리에선 정우택 충북지사와 나눈 농담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지사는 “어제 긴긴 밤 잘 보내셨습니까? (이 후보가) 예전 관찰사였다면 관기(고려 조선시대에 관청에 딸린 기생)라도 하나 넣어드렸을 텐데”라고 말했고, 이 후보는 “어제 온 게 정 지사가 보낸 거 아니었냐?”고 주고받았다. 그럼에도 이명박 후보는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지금까지 한마디 반성이나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연합,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여성계는 9월 13일 이명박 후보 측에 사실 확인과 아울러 평소 여성에 대한 시각과 양성평등 철학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는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이들은 “9월 15일까지 ‘공개질의’에 대해 답변이 오지 않을시 여성단체들은 이 후보가 오마이뉴스에 보도된 내용을 사실로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이에 대한 여성단체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 진 기자 jj@iwomantimes.com



 
2007.09.17 10:16 ⓒ 2007 OhmyNews
#여성 #우먼 #신정아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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