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창으로 세상을 보십니까?

[서평] 최규진의 쓴 <근대를 보는 창20>

등록 2007.10.28 11:52수정 2007.10.2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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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를 보는 창20 한국 근대사를 다각도로 보여준다. ⓒ 서해문집

▲ 근대를 보는 창20 한국 근대사를 다각도로 보여준다. ⓒ 서해문집

창문이 마주 보이는 두 집에 A라는 여인과 B라는 여인이 살고 있었다. A라는 여인은 창문으로 B여인의 집을 바라보며 '저 집 여자는 도대체 청소도 안 하고 사나, 왜 저렇게 창문이 더러울까?'라며 B여인의 게으름을 비난했다. B여인은 창문을 통해 A여인 집을 바라볼 때마다 '저 집은 늘 저렇게 깨끗한 것을 보니 정말 부지런한 주부가 살고 있나 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더러운 것은 B집 창이 아니라, 바로 A집 창이었다. A여인은 더러운 자기 집 창문을 통해 상대편 집을 바라보니 늘 더러울 수밖에 없고, B여인은 깨끗한 자신의 집 창으로 밖을 바라다보니 모든 것이 깨끗해 보인 것이다.


탈무드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많은 것을 돌아보게 한다. 어쩌면 더러운 창문에 서서 상대를 비난하던 여인이 바로 나 자신은 아니었을까?


이제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지금까지 어느 쪽 창문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았다고 생각하는가? 앞으로 우리는 어떤 시각을 가지고 지나간 역사나, 우리가 사는 시대를 바라봐야만 할까?


사실 지금까지의 역사는 대부분 지배계급과 그 지배계급을 옹호하는 식자층에 의해 기록보존되어 왔다. 그들은 당연히 지배계급의 행위를 정당화하려고 수많은 민중의 삶을 배제한 채 그들의 시각과 입맛에 맞게 굴절되고 왜곡된 기록을 남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근대를 보는 창20>은 '인간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 묶음이 곧 역사'라는 의식으로 보통사람들의 근대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일반적인 역사책의 형식을 띠고 있지도 않고 지금까지 역사를 기록하던 연대기적 사건, 특히 정치와 사회적 사건에 편향된 방식을 취하고 있지도 않다. 그러나 이 책은 실제로는 역사의 주인공이면서도 지금까지 대부분의 역사에서 제외시켜왔던 민중 다수의 삶을 다각도로 살폈다.


책은 크게 제1부 '근대인 되기', 제2부 '근대인으로 살기', 제3부 '근대의 사람과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근대인 되기'에서는 서양의 시간 개념이 들어오면서 시간의 노예가 되어가는 과정이나, 신분제도의 붕괴, 남녀칠세부동석에서 유부남과의 사랑을 추구하는 자유연애 사상이 들어오는 등 삶의 변화를 흥미롭게 소개한다.


제2부 '근대인으로 살기'에서는 아지노모도라는 화학조미료에 입맛이 길드는 등 낯선 먹을거리의 등장, 백화점, 기차와 활동사진, 유성기 등 새로운 기기와 그런 기기에 길드는 모습들을 통해 근대인의 삶을 보여준다.


마지막 단락인 '근대의 사람과 사람'에서는 집 안에서 집 밖으로 나가 대외적 활동을 하게 된 여성, 어린이가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대접을 받게 된 어린이날 제정과 어린이라는 명칭, 청년, 노동자들의 삶 등을 소개한다.


그렇게 특정 시간과 공간을 살아가던 사람들이 남긴 모든 삶의 집합체가 역사라면 소수권자들의 사소한 삶일지라도 역사에서 배제시켜서는 안 된다.


<근대를 보는 창20>이라는 새로운 창을 통해 역사를 바라보는 동안 그동안 우리의 시야를 가렸던 모호함의 실체가 확연히 눈앞에 드러난다면, 책을 덮을 때쯤이면 역사의 주인공은 다른 이가 아닌, 바로 당신과 나 자신이라는 자부심을 되찾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근대를 보는 창20>/최규진 엮음/서해문집/ 1만1900원

2007.10.28 11:52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근대를 보는 창20>/최규진 엮음/서해문집/ 1만1900원

근대를 보는 창 20

최규진 엮음,
서해문집, 2007


#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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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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