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 피해배상도 안하는데 무슨 파병연장”

등록 2007.10.30 10:03수정 2007.10.3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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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연장, 여진족의 경험을 배우자’라는 10월 29일자 기사에 대해 다른 사이트의 독자가 올린 댓글. ⓒ 화면 캡처

‘파병연장, 여진족의 경험을 배우자’라는 10월 29일자 기사에 대해 다른 사이트의 독자가 올린 댓글. ⓒ 화면 캡처

 

필자가 <오마이뉴스> 외에 글을 올리고 있는 또 하나의 사이트인 <원코리아>에서, ‘파병연장, 여진족의 경험을 배우자’라는 10월 29일자 기사에 대한 어느 독자의 댓글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처음에는 아이디를 읽지도 않고 곧바로 “나는 69년도에 월남을 다녀온 군인”이라는 첫 문장만 보고서, 혹 이 분이 파병연장 반대를 질책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분의 글을 읽어보니, 그와는 정반대였다.

 

이 분은 “미국을 위하여 돈 몇 푼을 받고서 목숨을 담보로 청춘을 바쳤건만 고엽제로 인한 피해의 배상을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미루고 있는 판국에 무슨 파병연장이냐고 말했다. 한국정부와 미국정부가 지난날 베트남전쟁 참전군인들에게 의리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군인들이 미국을 위해 계속해서 이라크에 있을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피해자가 양산될 것이 아주 자명한데도 무슨 놈의 의리를 내세우냐?”는 것이 이 분의 생각이다. 지난날 미국의 행태를 통해 미루어볼 때에 “우리는 미국을 바라고 살 수는 없으니까 이제는 내 실속을 차리는 게 지금의 할 일”이라고 이 분은 말했다.

 

베트남에서 전투부대가 아닌 지원부대에 13개월간 근무했다는 걸로 보아, 아마도 이 분 자신이 고엽제 피해자는 아닌 듯하다. 아마 자신과 함께 베트남전쟁에 참가한 전우들 중에서 고엽제 피해를 배상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그런 댓글을 쓴 것 같다.

 

이 베트남 참전군인의 댓글처럼, 미국은 기본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나라다. 자국 군인의 생명이 위험에 처하면 여덟 명을 희생해서라도 한 명을 구해내는 ‘라이언 일병의 나라’이지만, 동맹국 군인의 생명 앞에서는 초개를 버리듯이 얼마든지 초연해질 수 있는 나라다.

 

이라크전쟁이 한국인들의 전쟁도 아닌데, 게다가 그 미국이 지난날 한국에 대해 별다른 의리를 지키지도 않았는데, 한국이 한국 돈을 들여 젊은 한국 군인들을 미국의 전쟁터에 계속 내버려둘 이유가 있을까?

 

미국이 진정으로 의리 있는 나라라면 한국정부를 제치고라도 베트남 고엽제 피해자들을 어루만지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전쟁을 도왔다가 중대한 부상을 당했는데도 미국은 그들을 돌보지 않았다.

 

베트남 전쟁 때는 그나마 미국의 국력이 한창일 때였다. 그렇게 국력이 한창 왕성할 때에도 의리를 저버린 미국이 지금이라고 해서 한국 군인들에게 의리를 지키란 보장이 있을까?

 

이라크전쟁이 완전히 종결된 뒤에 한국이 또다시 느끼게 될 감정은 아마도 미국에 대한 말 못할 서운함과 배신감 뿐일 것이다. 결과가 비교적 명확히 예상되는데도, 그런 미국을 위해 우리 군인들을 저 멀리 중동에 그냥 내버려둘 이유가 있을까?

 

한국은 이제 아무런 의미도 없는 대미(對美) 짝사랑을 헌신짝처럼 내던져 버려야 할 것이다. 미국처럼 무책임한 ‘이성’을 위해 순정을 바칠 이유는 없을 것이다.

2007.10.30 10:03 ⓒ 2007 OhmyNews
#파병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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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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