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편입학 비리는 이명박 정책의 미래다

편입 과열의 피해는 결국 대학서열 체제가 빚어낸 것

등록 2007.11.01 16:23수정 2007.11.0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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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명 사립대에서 편입학과 관련한 비리로 총장이 사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금품과 편입학이 거래됐다는 의혹인데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변형 기여입학제가 된다.

수많은 학생들이 자살의 충동까지 느껴가며 공부를 한다. 오로지 학벌간판을 따기 위해서다. 그런데 유명 대학의 학벌간판이 돈으로 배분된다면 수많은 학생들의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돈과 배경이 당사자의 노력을 비웃는 사회는 결코 정의로울 수 없다.

예로부터 매관매직은 망국의 지름길이었다. 한국사회에서 일류 학벌은 곧 사회의 권력이다. 이것은 공적인 지배집단이나 마찬가지다. 돈이라는 열쇠를 통해 거기로 통하는 문을 열 수 있다는 기여입학제나 변형 기여입학제는 모두 변형 매관매직에 다름 아니다. 이것은 사회의 기강을 무너뜨리고 서민의 가슴에 절망을 심는다.

이번에 물의를 일으킨 대학은 또 의대에 관계자의 자녀들을 우선 편입학시켰다는 의혹까지 사고 있다. 편입학은 각 대학별로 자유롭게 관리되며 그 기준 또한 모호하다. 최소한의 기준이 되는 서류전형만 객관성을 담보하고 있을 뿐, 논술형 서류전형과 면접전형의 기준은 모호하기 이를 데 없다.

최근 지지율 1위의 대권주자가 대학입시 자율화를 공약하는 등 사회 지도층 사이에서 대학자율화의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서울대를 필두로 한 유명 대학들은 입시자율화가 곧 학문자율화라며 자신들의 존재의의를 입시자율성 쟁취에 두는 형편이다. 그러나 이번 편입학 의혹 사건이 대학자율화의 미래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사건은 이른바 명문대들의 윤리의식이 얼마나 위험한 수준인가를 다시 한번 보여준 사건이다. 또, 그런 학교들에게 자율성을 주자는 주장이 얼마나 무책임한 사고방식인가를 생생히 드러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객관적인 절차도, 기준도 없이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면 한국교육의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이명박 후보는 주장하며, 참여정부의 교육혁신위도 이런 식의 장기구상을 피력한 바 있다.


참여정부의 자율성 확대 방안은 입학사정관제(성적 뿐 아니라 개인환경, 잠재력 등을 두루 고려해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다. 이것은 각 대학이 학생들을 '자율적으로' '알아서' 판단해 입학시킨다는 것으로 편입 의혹 사건의 구조와 매우 유사하다.

3불정책과 입학사정관제는 서로 충돌한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사실상의 등급제를 실시할 수도, 사실상의 본고사를 실시할 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기여입학제까지도 가능하다는 것을 이번 사건이 보여줬다.

이명박 후보가 자신이 말하는 대학입시자율화는 결코 본고사 부활이 아니라는 근거도 역시 입학사정관제에 있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는 동시에 2불 폐지(고교 평준화와 고교등급제)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참여정부보다는 조금 더 정직하다고 할 수 있다.

편입 과열의 폐해는 결국 대학서열체제로부터 빚어지는 것이다. 입시 과열도 대학서열체제가 원인이다. 이 원인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다른 모든 것을 바꿔왔던 것이 지금까지의 교육개혁 역사였다. 그것은 모두 실패했다. 그리고 입학사정관제 등 지금 회자되는 정책들이 미래에 실패할 거란 걸 이번 편입 의혹 사건이 선구적으로 보여줬다.

그러므로 우리가 지금 이 시점에 주목해야 할 곳은 바로 대학서열체제와 일류 학벌의 권력독점이다. 대학서열체제를 어떤 식으로든 혁파하고 권력독점을 규제하지 않는 한 경쟁 과열은 막을 수 없고, 과열된 경쟁은 반드시 부모의 돈과 연결될 것이다. 심지어는 이번 사건처럼 '뒷돈 거래'까지 나타나게 된다.

오로지 자율성만을 앵무새처럼 외우는 정치권, 정부, 언론, 대학당국에 더 이상 현혹돼선 안 된다. 대학서열체제와 권력독점이 바로 진실이다. 이젠 진실에 눈을 뜰 때다. 대학평준화와 인재할당제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국본(준)의 성명을 보완한 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국본(준)의 성명을 보완한 글입니다.
#편입 #자율화 #대학서열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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