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구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서평] <통일시대의 북한학>

등록 2007.11.02 14:35수정 2007.11.0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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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시대의 북한학 ⓒ 당대

통일시대의 북한학 ⓒ 당대

김일성 주석의 생가라는 만경대의 방명록에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 통일 위업 이룩하자”고 썼다. 또 “6·25는 북한의 통일 전쟁이었으나 미군의 개입으로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들은 국가보안법 위반일까? 동국대 사회학과 강정구 교수가 북한 방문과 강연을 통하여 했던 발언들은 항상 국가보안법 논란에 휩싸이게 한다.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 시절 수사권 지휘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일으키게 한 장본인도 강정구 교수다. 개인적으로 강정구 교수 강연을 직접 들어본적은 없다. 그가 하는 발언과 행동이 국가보안법 논란을 낳기에 강정구 교수가 누구인지 알고 싶었다. 발언 한 꼭지만 따 보도하여 한 사람을 매도하는 우리나라 언론들의 하이애나 식 보도를 알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강교수가 쓴 책 한권을 찾아 읽어보기로 했다. '도서출판 당대'에서 나온 <통일시대의 북한학>이다. 1996년에 나온 책이라 시간이 지났지만 딱히 따로 구할 책이 없었다.

 

남북정상회담이 두 번이나 열렸지만 아직 우리는 북한이 어떤 나라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왕래가 있지만 남한 사회 역시 북한 언론을 직접 접하지 못하고 있다. 통제된 국가 권력과 언론이 보도하는 것만으로 북한 사회를 바라볼 뿐이다. 많이 나아졌지만 우리 역시 북한 사회를 한 번은 걸러진 상태에서 이해하고 있다.

 

한 사회를 이해하는 데는 인식론에 바탕한 방법론이 적용된다. 북한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 가치와 기준을 잣대 삼아 북한을 바라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북한 사회가 60년 이상 어떻게 형성해 왔는지를 정확하게 살피지 않고 북한 사회를 평가하는 것을 경계해야한다. 강정구 교수는 말한다.

 

"북한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 북한 사회주의 체제가 형성된 것은 조선 사회의 내적인 역사적 동력, 소련점령군의 역할, 북한 정권의 핵심인 김일성을 중심을 한 항일유격대의 올바른 역사적 위치 규명이 필요하다. 특히 김일성 정권이 아니더라도 북한 어떤 사회주의 집단에 의해서건 사회주의 체제가 형성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역사적 조건을 내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본문 16-26쪽)

 

상당히 논란이 될 수 있는 말들이다. 항일유격대의 올바른 역사적 위치 규명을 강조하는 부분은 강정구 교수가 하고 싶은 중요한 내용으로 읽혀진다.

 

"올바른 역사적 위치의 규명이 중요한 것은 남한 정권이 북한 정권을 단순한 괴뢰로 보거나 한 치의 정통성도 없다고 규정하는 근거를 가짜설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항일무장투쟁은 단순히 일본 식민지 무력투쟁만은 아니었다. 무장 투쟁에서 유격대 조직활동, 유격근거지 사회조직, 사회개혁, 조국광복회 10대 강령, 통일전선 형성, 인민과 유격대와의 관계, 유격근거지 토지개혁 등 항일무장투쟁에서의 역사적 경험과 역사실천이 해방 이후 북한의 사회주의체제 형성 및 혁명과 건설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지침었고 정통성의 뿌리였으며 주체사상과 결합되어 지도이념으로 자리잡았다." (본문 25쪽)

 

이 대목은 상해임시정부를 대한민국 탄생의 유일한 정통성으로 인정하는 우리 헌법에 근거하면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말이다. 북한을 아직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국가보안법을 따르면 더욱 더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1996년 당시 이런 주장을 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정상회담을 두 번이나 한 지금도 아직 국가보안법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평화체제와 통일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우리 중심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북한 사회 자체를 통해 바라볼 필요성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말했던 것처럼 '역지사지(易地思之)'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강정구 교수가 제시한 방법론은 조심스럽지만 북한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적용해볼 만하다.

 

"90년대 민족통일시대라는 민족사적 전환기를 맞아 우리는 기존의 편협했던 북한 연구의 옛 모습을 극복하고 전민족적 차원에서, 통일의 또 하나의 주체로서 북한을 자리매김하기 위하여 좀더 객관성, 역사성, 민족· 민중성, 실천성, 통일지향성이 담보되는 북한 연구로 지향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본문54쪽)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정세는 그리 녹록하지 않다. 강정구 교수가 제시한 방향과 방법대로 평화와 통일을 이룩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나라 내부를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결국 통일 주체는 남북한이다. 남북한 중심이 아니라 4개국 중심을 통일을 이룬다면 통일 한반도도 분단 한반도와 별 다를바가 없을 것이다.

 

통일 시대를 맞아 북한 연구를 더욱 심층적으로 하고 이해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한가지 좋은 일은 대학 여러곳에 '북한학과' 개설되어 단순 연구 차원을 넘어 매우 구체적이고 심층적인 북한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을 연구하는 목적이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을 떠나 북한 자체를 깊이 알아가는 것은 통일을 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국가보안법 상 북한은 '반국가단체'다. 하지만 이미 국민들 의식 속에는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 남북정상이 만나 민족과 한반도 미래 역사를 평화와 통일로 이룩하기 위하여 논의한 것은 국민들 의식 전환에 엄청난 동인이 되었다.

 

북한을 이념적인 적국으로 인식하는 경향은 많이 사라졌다. 이런 의식이 보수세력에는 당황스럽다.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붕괴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어느 누구도 북한 체제 자체를 동경하거나, 일인 숭배를 옹호하지 않는다. 공산주의 이념을 통일 시대 통치이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 우리는 민족주체성, 자주성, 인민성이 중심이 되고 인류 보편성과 평등성, 한반도 평화공동체를 위하여 협력해야 한다. 1996년에 지은 책이지만 남북정상이 두 번이나 만난 이 시점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고, 앞으로 이루어질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하여 우리가 어떻게 해야할지를 제시해주는 좋은 책이다. 강정구 교수의 생각 전부를 다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폭넓은 북한 알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통일시대의 북한학> 강정구 지음 ㅣ 당대 ㅣ 9500원

2007.11.02 14:35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통일시대의 북한학> 강정구 지음 ㅣ 당대 ㅣ 9500원

통일시대의 북한학

강정구,
당대, 1996


#강정구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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