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신>, 안티보다 잔혹한 무관심

대작과 맞불 편성, 문화적 격차 극복 못해

등록 2007.11.02 15:41수정 2007.11.0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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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북한 조선중앙TV 합작 드라마 <사육신> ⓒ KBS 제공

KBS-북한 조선중앙TV 합작 드라마 <사육신> ⓒ KBS 제공

흔히 '악플'(악성 댓글)보다 무서운 것은 무플이라고 했다. 최초의 본격 남북합작 드라마를 표방한 <사육신>이 극성스러운 안티팬보다도 잔혹하다는 시청자의 '무관심' 속에 쓸쓸히 막을 내렸다.

 

최종회 시청률은 겨우 2.2%(TNS 미디어리서치), 공교롭게도 남북정상회담 기간에 최저성적인 1.9%까지 곤두박질친 후 끝내 2% 고지를 돌파하지 못했다. 이 정도면 가히 케이블 TV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흔히 통상적으로 '망한 드라마'의 상징처럼 이야기되는 '애국가 시청률'도 보통 3~4%는 된다.

 

<사육신>은 또한 <천국보다 낯선>(SBS), <가을 소나기>(MBC) 등을 제치고 2000년대 이후 국내 지상파를 통하여 방송된 드라마를 통틀어 역대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제아무리 비인기작이라 할지라도 시청률 황금시간대인 수목 저녁 10시대에 편성된 드라마로서는 이례적인 결과라 할만하다.

 

공영방송인 KBS가 방송 80주년을 맞아 북한조선중앙TV에 제작을 의뢰한 <사육신>은 방송 최초로 국내 안방극장에 상영되는 '북드'(북한 드라마)라는 상징성으로 인하여 방영 초반 큰 화제를 모았다. 첫 회만 하더라도 7.3%의 성적으로 선전하며 기대를 높였으나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곤두박질쳤다.

 

통상적으로 시청률이 낮은 작품이라 할지라도 소수팬들은 있게 마련이지만, <사육신>은 팬들의 지지도를 가늠할 수 있는 홈페이지 게시판의 글이 종영 때까지 2000건을 채 넘지 못했다. 대중은 물론 마니아 팬들에게도 철저히 '관심밖'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드라마의 인기도를 가늠할수 있는 광고 편성도 <사육신>은 단 2개에 그쳤다.

 

<사육신>의 열혈팬까지는 아니어도, <태왕사신기>와 <로비스트>를 보다가 간간이 채널을 돌려가며 드라마의 전체적인 스토리 정도는 완주했던 '드문'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사육신>은 처음부터 마니아 팬조차도 만들 수 없는 명확한 한계를 지니고 있는 드라마였다. <사육신>의 실패는 역시 무리한 편성과 남북 방송문화의 이질성을 극복하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

 

대중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완성도의 북한 드라마를 평일 심야나 주말 오전 같은 시간대를 놔두고 굳이 시청률 경쟁이 가장 치열한 수목 황금시간대 미니시리즈 시장에 편성한 것을 두고, 처음부터 용기라기보다 무모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일각에서는 <태왕사신기>(MBC), <로비스트>(SBS) 같은 경쟁사의 대작들과 견줄 만한 마땅한 작품이 없다보니 '버리는 카드'로 내세운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있었다.

 

배용준, 송일국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과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블록버스터 드라마들이 판치는 가운데, 조연급이었던 조명애 정도를 제외하면 그나마 익숙한 얼굴을 하나도 찾을수 없었던 <사육신>은 처음부터 시청자의 시선을 끌어모으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여기에 마치 옛날 60∼70년대 고전극을 보는 듯한 어색한 화면과 빈약한 완성도도 큰 간극으로 작용했다.

 

사실 <사육신>은 드라마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극에 가까웠다. 역사물의 시대적 재해석과 드라마적 재구성에 익숙한 한국 시청자들의 눈에는, <사육신>은 교과서적인 내용을 평면적으로 나열한 재현극에 지나지 않았다. 인물들은 선과 악의 단선적인 캐릭터로 나뉘어져있고,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자의 예상을 뛰어넘지 못하는 단조로운 전개는 '퓨전 사극'에 익숙해져 있는 다수의 시청자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지루함으로 다가왔다.

 

물론 <사육신>이 남북 방송 교류에 첫 물꼬를 텄다는 업적은 단순한 시청률만으로 환산할수 없는 높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남북한 방송의 문화적 격차와 이질감을를 고려하지 않고  '북한 스타일'로 일관한 드라마는 남한 시청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대중들이 아직 북한식 정서에 전혀 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24부작이라는 긴 호흡의 대작을 추진한 것이나, 잘못된 편성시간대는 '합작'의 효과를 반감시켰으며, 오히려 대중에게 남북한 문화의 정서적 괴리감만을 확인시키는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장기적으로 남북 방송합작의 지속적인 추진을 위해서 <사육신>의 시행착오는 많은 교훈을 남긴다.

2007.11.02 15:41 ⓒ 2007 OhmyNews
#사육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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