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으뜸의 '학교숲'에 와 보실래요

[학교가 뭐 이래] 학교숲 가꾸기 - 창원 남산중학교

등록 2007.11.02 19:17수정 2007.11.0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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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있는 학교'가 있다. 경남 창원시 가음동에 있는 남산중학교. 가을이 되면서 학교는 온통 울긋불긋하다.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과 이웃 동네사람들까지 "우린 학교로 단풍구경 와요"라고 말할 정도.

학교 울타리에는 메타세쿼이어와 은행나무, 소나무, 회양목이 서로 키재기를 하며 열병하듯 서 있다. '남산동산' 옆에 있는 제법 큰 모과나무에는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는지 열매가 달려 있다.

학교는 크게 본관과 학생동, 2개 건물로 이뤄져 있다. 담쟁이 넝쿨이 건물 외벽을 휘감았고 가을이 되면서 온통 울긋불긋해진 것이다. 11년된 학교인데 수백년 된 것 같다. 화단에는 온갖 식물이 자라고 있다. 작은 연못에는 벼를 비롯한 수생식물들이 자라고 그 속에는 금붕어 등 어류들도 상당하다.

1996년 문을 연 이 학교에서 숲 가꾸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5년 전부터다. 체육 담당인 김희곤 교사가 적극 나서고 교사와 학생들이 힘을 보태 전국 으뜸의 ‘학교숲’을 만든 것.

처음에는 자문위원과 전문자문위원 등에게 수목 선정에 대한 조언을 들었고 이후 학교 토질과 일조량 등을 조사해 실정에 알맞은 수목을 선정하기 시작했다.

2003년부터 본관과 학생동 사이 공간을 집중적으로 가꾸어 나갔다. 당초 이곳은 잔디가 심어져 있었으나, 5년만에 울창한 숲으로 바뀌었다. '남산동산'을 만들고, 호두·살구·대추·감·밤나무가 심어져 있는 '유실수 동산'과 청포도·능소화·다래나무·멀꿀나무·등나무 등을 심어 놓은 '만경류 동산'도 만들었다. 잣나무·주목·전나무·구상나무·가문비나무·백송·금송·광나무 등이 있는 '상록수 동산'도 있다. 자투리 공간에는 코스모스와 해바라기·국화·봉숭아 등을 심었다.

해를 거듭하면서 수목은 늘어나기 시작했다. 김희곤 교사가 여기저기서 구해와 심기 시작했는데, 식물도감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바로 현장학습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생태연못에는 도롱뇽과 붕어, 잉어, 물방개, 물자라, 달팽이, 다슬기, 새우, 논우렁, 미꾸라지, 버들치 등이 산다.


학교숲 가꾸기는 (사)생명의숲국민운동과 경남도교육청, 창원시청 등에서 예산 지원을 받아 이루어졌다. 그 결과 학교숲가꾸기 운동을 벌이기 전후를 비교해 볼 때 녹지면적 비율은 7.3%에서 18.8%로 대폭 늘어났다.

이 학교숲에는 수목만 자라는 게 아니다. 새와 나비, 곤충도 서식하고 있다. 나무에 새집을 지었는데, 올해 박새와 까치가 알을 낳아, 지금은 새끼가 자라고 있기도 하다.

이 학교에선 학교숲을 활용해 다양한 교육을 하고 있다. 국어시간에는 단풍잎에 시쓰기와 책갈피 만들어 선물하기를 하고, 미술·음악시간에는 옥외 학습장에서 ‘아름다운 학교 그리기’도 하며, 과학시간에는 숲에서 다양한 실험재료를 확보한다.

올해 화단에는 고구마와 야콘을 심었다. 고구마는 줄기만 거두었고 아직 캐지는 않았다. 조만간 교사와 동아리 학생들이 참여해 함께 고구마를 캘 예정이다.

화단 한 귀퉁이에는 밀이 자라고 있다. 김희곤 교사는 "우리밀을 심어 지난해는 학생들이 밀사리를 하도록 했다"며 "처음에는 그게 무엇이냐고 하더니 밀을 불에 구워 손으로 비벼 먹어보더니 맛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며칠전 씨를 뿌렸더니 돋아났는데 내년 봄 밀사리가 벌써부터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환경지킴이기자단'과 푸른숲선도원, 환경소년단, 야생화반, 교사야생화동아리 등의 모임이 학교숲 가꾸기를 돕고 있다. 이 학교숲은 인근 동네 가족단위의 운동이나 휴식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문근호 교장은 "환경․생물 교육에 많은 도움이 된다"며 "학생들이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정서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교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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