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혈단신 강 여사, 시어머니의 강력한 포스

[캐릭터 열전 ⑪] 박원숙 명연기...공감대는 글쎄?

등록 2007.11.03 09:18수정 2007.11.0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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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새>에서 표독스러운 강여사를 연기한 박원숙 ⓒ IMBC

<겨울새>에서 표독스러운 강여사를 연기한 박원숙 ⓒ IMBC

세상에 모든 시어머니들은 어찌 이리도 독한 것이오! 표독스러움과 두 얼굴의 급전환쯤은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해내는 이 땅 위에 사는 시어머니들.

 

그런데 정녕 이러한 못되고도, 뻔뻔하며, 치밀하기까지 한 모습을 지닌 시어머니들이 존재할까? 이러한 물음을 뒤로 하고 일단 드라마 <겨울새>에서는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존재하고 있다.

 

바로 우리의 표독스러운 점이 아주 매력적인 여인 강 여사(박원숙 분)이다.

 

이름: 강여사
나이: 60세
직업: 임대업, 사채업  
재산: 표면적으로 드러난 건물 두 채, 숨은 땅들.
좋아하는 것: 상대에게 극존칭 사용하는

특기: 돈 뜯어내기, 육두문자, 며느리 구박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강 여사


가난한 미혼모로 아들 주경우(윤상현 분)을 홀로 키워낸 여장부. 시장에서 일수를 하며 남다른 재태크 실력으로 건물과 땅을 소유하며 그야말로 졸부가 된 강 여사. 그에게 유일한 희망은 금지옥엽 키운 아들에게 돈 많은 여자를 짝지워 병원을 세우는 것.

 

하지만 표면적으로 강 여사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만큼 탁월한 처세술로 남들에게는 교양과 지성을 겸비한 어머니로 알려졌다. 아마도 그것은 그녀의 주특기인 ‘극존칭’을 사용하는 습관 덕분일지도 모른다. 아들에게도 “아드님, 오늘은 뭐 드셨어요?”라고 물을 정도로 그녀의 극존칭은 사람을 기함하게 만들 정도의 힘을 지녔다.

 

하지만 알고보면 욕심 많은 그녀. 재산이 그렇게도 많음에도 지속적으로 재산 욕심을 보이며 돈 많은 여자를 며느리로 삼으려 한다. 그래서 탐색하던 중 강 여사 레이더망에 박영은(박선영 분)이 포착되고 아들과의 결혼을 추진한다.

 

영은에게 부자 양아빠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결혼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며 극존칭으로 며느리에게 예우를 대하며 점수를 따고 드디어 결혼을 성사시킨다. 이후 그녀는 차근차근 영은에게서 돈을 뜯어내기 위해 작업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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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을 오가는 칼만 안든 강도로 그려지고 있는 비현실적인 캐릭터 강여사. ⓒ IMBC

극과 극을 오가는 칼만 안든 강도로 그려지고 있는 비현실적인 캐릭터 강여사. ⓒ IMBC

영은이 양아빠에게 직접 가서 “30억을 무담보로 빌려주세요!”라고 당당히 말하고 거절당하자 급분노를 표출하며 영은을 구박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그녀는 도전한다.

 

“30억이 안 되면 20억만이라도 해주십시오!”

 

이 강력한 철판 포스를 내미는 강 여사는 알고 보니 아무것도 없는 영은이가 싫기만 하다.

 

거기에 아들이라고 며느리밖에 모르니,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들에게 강 여사는 은근 압박한다.

 

“나는 아들 없습니다. 살고 싶은 생각 하나 없습니다.”

 

주도면밀한 강 여사의 강력한 전술


사실상 두 얼굴을 가진 다중인격체로 보이기까지 한 강 여사는 산전수전을 겪은 만큼 주도면밀한 성격을 보인다.

 

영은이가 시집 올 때 혼수품으로 장만한 것들에 브랜드를 꼼꼼히 체크하고 가격이 얼마인지 체크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양아빠로부터 돈을 받지 못하자 본격적으로 영은이를 괴롭히고자 가정부와 살림을 도와주는 조카의 부인을 내보내 집안 살림을 영은이에게 전임한다.

 

그리고 “며느님의 솜씨를 봐야겠네요. 오늘 순두부찌개 해서 먹을까요?”라고 말하고는 막상 순두부찌개를 저녁식탁에 내놓자 얼굴이 돌변하며 이런 말을 남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음식이 순두붑니다.”

 

그뿐이 아니다. 웃으면서 “심심하시면 마늘 좀 까놓으세요”로 시작하는 가사 중노동을 강요하면서 아들에게는 착한 시어머니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아유, 아드님은 안 그러셔도 됩니다아. 며느님이 집안일을 해봐야 사람도 잘 부릴 수 있는 법입니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양극단을 오가며 주도면밀한 모습을 보이는 강 여사. 거의 칼만 안 들었지 강도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영은이로부터 돈을 뜯어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계산대로 되지 않자 혼전파혼을 트집 잡고는 돈을 요구한다.

 

강 여사를 연기하는 박원숙의 힘


끝없는 욕심을 부리는 우리의 강 여사. 사실 강 여사의 연기만 놓고 볼 때는 중견연기자 박원숙의 남다른 포스가 엿보인다.

 

표독스러우면서도 간교함을 보이며, 극존칭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세입자들에게 “야! 이 개××야, 너 뒈지고 싶어?”라고 육두문자를 서슴없이 날리는 강 여사이다.

 

그러한 이중적인 모습을 카멜레온처럼 연기하리란 쉽지 않다. 더욱이 강 여사의 경우 아들에게 집착하는 강도가 세고, 돈에 대한 욕심이 그야말로 하늘을 찌르는데 그것에 대한 원인은 등장하지 않은 인물이어서 시청자들을 설득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러한 캐릭터를 중년배우 박원숙은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극과 극을 오가는 캐릭터를 훌륭하게 연기하고 있다. 그래서 다만 설득력을 얻기 힘든 인물임에도 드라마 <겨울새>에서는 오히려 주인공들보다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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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보내고 여행을 떠나는 부모들이 등장하는 시대에 강여사는 구태의연한 캐릭터이다. ⓒ 삼성생명

시집을 보내고 여행을 떠나는 부모들이 등장하는 시대에 강여사는 구태의연한 캐릭터이다. ⓒ 삼성생명

 

강 여사, 아무 이유~ 없어!


이러한 인상적인 연기는 그야말로 ‘박원숙의 힘’이라고 해도 될 만큼 대단하다. 그런데 문제는 <겨울새>에서 보여주는 강 여사의 캐릭터는 설득력이 없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어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다.

 

사실상 요즘 시어머니들은 오히려 며느리 시집살이를 한다는 소리가 나오는 지금, 지극히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는 강 여사의 캐릭터는 과거에나 있을 법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모 광고에서 딸을 시집보내고 둘만의 여행을 떠나는 부모가 등장할 만큼 자식과 부모의 관계 설정이 예전과는 사뭇 달라지고 있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는 말처럼 부모가 자식에게 집착하기 보다는 본인들의 인생을 사는 데 많은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여전히 자식에게 기대고 집착하며, 며느리를 구박하는 시어머니인 강 여사의 캐릭터를 시청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여전히 고부간의 갈등 겪는 이들도 있다. 예전에 비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시’자가 붙으면 태도가 돌변하는 시어머니들이 있다. 그렇지만 <겨울새>에서 등장하는 강 여사의 태도는 조금 과하다.

 

그것은 그녀가 보이는 엽기적인 행태들이 단지 ‘돈’ 때문이라는 설정이 시청자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아들에게 집착하고, 돈에 집착하는 것이 단순히 과거에 미혼모로 어렵게 살았다는 단 하나의 모든 것을 집약시키기엔 지금은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한층 높아진 상황.

 

결국 강 여사의 행동에 타당한 이유나 명분을 주지 못한 채 그저 영은을 괴롭히기 위한 조연으로 전락해 드라마는 구태의연한 식상함을 보이게 되고,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은 외면하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겨울새>에서 강 여사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을 주지 못해 박원숙의 명연기는 빛을 바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조금 더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드라마를 새롭게 내놓았다면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었을 텐데, 12년 전 시어머니의 모습 그대로 강 여사를 그려내고 있어 제작진의 안일한 사고방식에 그 누군가 경종을 울렸으면 한다.

#겨울새 #강여사 #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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