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혜 머리 스타일로 해주세요"

드디어 단골로 다닐 미장원을 정했어요

등록 2007.11.15 19:23수정 2007.11.18 16:32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5일, 광명시로 이사 와서 두 번째로 그 미용실을 찾았다. 이사 와서 처음으로 갔던 미용실하고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살던 곳을 떠나 새로 이사를 오게 되면 바꾸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에 여자들은 미용실을 잘 선택해야 하는데, 그게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다.


광명시로 이사 와서 8월 중순경 머리 파마를 해야 했다. 평소 약간 웨이브만 있을 정도의 파마를 해왔다. 집근처에 있는 미용실로 갔다. 너무 곱슬거리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내 머리는 금세 나오니깐 30분 이상 놔두면 뽀글거린다는 말까지 해주었다. 미용사는 염려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단번에 머리를 아주 짧게 삭둑 잘랐다(성의가 없게 느껴졌다). 파마기로 머리를 마는 것을 뒤에서 본 딸아이가 “엄마는 곱실거리는 거 정말 싫어하는데요”라고 했다. 하지만 미용사는 “이거 그렇게 곱실거리지 않아요”라고 한다. 그래서 난 그를 믿고 끝까지 말 한 마디 안 하고 머리를 맡겼다.

그러나 파마기를 풀고 머리를 보니 뽀글거리는 것이 아닌가. 단발도 아니고 쇼커트도 아닌 머리였다. 얼굴이 더 크게 보이기도 했다. “어머나 이일을 어쩌면 좋아 머리가 너무 짧고 빠글거리잖아.”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마음에 정말 안 들었다. 그래도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마음을 달래며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머리마사지를 해준다고 해서 그 미용실을 또 갔다. 마사지를 해주면서 그가 묻는다.

“하룻밤 지나도 머리가 마음에 안 드세요?”
“그러게 이번에는 영 아닌 듯해요.”
“아니, 제가 보기에는 괜찮은데요.”


참고 있던 나는 “댁이 마음에 들면 뭐해요. 내가 마음에 들어야지요”라고 했다. 미용사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그때 내가 바랐던 대답은 “이번에 마음에 안 드셨으면 다음에는 잘해드릴게요”였다. 그 후로 내 머리를 보는 사람들은 “파마 새로 했나봐? 완전히 할머니 머리를 해놨네. 왜 이렇게  빠글거리게 했어?”라고 하기 일쑤였다.

그동안은 미용실을 갔다 와도 머리를 새로 했는지 안했는지를 모를 정도였는데. 보는 사람마다 한 마디씩 하니 그 미용실을 두 번 다시 가기 싫었다. 하여, 평소 길을 가다 미용실이 나오면 괜스레 기웃기웃 했었다. 새로 개척을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얼마 전 언니가 왔다가는 날, 지하철역까지 배웅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 미용실이 눈에 띄었다. 그 안에서 머리 손질 하는 사람을 지나가면서 보게 되었다. 한눈에 마음에 들었다.

하여, 10월 초순경에 머리를 자르기 위해서 새로 찾은 그 미용실을 가게 된 것이다. 너무 짧게 자른 머리를 새로 손질하기 위해서 45일을 기다려야만 했다. 미용실 의자에 앉았다. 그 미용실 원장은 “어떤 스타일로 해드릴까요?” 하고 묻는다. 난 용기를 내서 “지난번 TV드라마 <커피프린스>에 나오는 윤은혜 스타일로 해 주세요. 그 머리 예쁘더라” 하니깐 원장이 나를 쳐다보면서 “그 사람은 워낙 예쁘게 생겼잖아요” 한다. 조금은 멋쩍었지만 난 “그럼 난 머리라도 예쁘게 하고 싶으니깐 그렇게 해주세요”라고 했다.

미용사는 머리를 만지면서 “아니 윤은혜 스타일을 원하는 사람의 머리를 이렇게 빠글거리게 해놨으니…”라고 한다. “내말이 바로 그 말이에요”하고 그에게 머리를 내 맡겼다. 그는 “아직도 머리가 너무 짧아서 어떻게 손질하기가 어렵네요”라고 한다. 난 “대충 자리라도 잡아줘요. 머리 자르려고 45일이나 기다렸다 온 건데”라고 했다. 45일을 기다렸다는 소리에 그가 웃는다.

그의 솜씨가 보통이 아닌 듯했다. 아주 익숙한 솜씨로 머리손질을 마쳤다.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그가 머리 손질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집에 돌아와서 그가 가르쳐 준 대로 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35일이 지난 오늘(15일) 그곳에 두 번째로 가게 된 것이다. 의자에 앉으면서 “나 기억할런지 모르겠어요”했다. 그가 조금은 당황하면서 자신 없이 작은 소리로 “네~그게” 한다. 그러면서 내 휴대폰 뒷자리를 묻는다. “아~~ 네 이제 완전히 기억나요. 메모해 두었거든요. 윤은혜 스타일, 머리 빠글이라고요. 사실 한번 오신 손님은 기억 잘 못해요. 이렇게 특징을 적어 놓으면 그걸 보고 기억할 때가 많아요”라고 한다.

메모가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또  미용실에서도 메모로 기억을 한다는 것이 참신하게 와 닿았다. 머리 손질을 할 준비를 하는 그에게 말했다.

“내일 아주 중요한 모임이 있으니깐 신경 좀 써주세요.”
“네~~ 얼마나 빠글거리게 해놨는지 뒤에는 지금도 빠글거리네요.”

점점 내가 원하는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마음이 흡족했다.

그가 “그때 윤은혜 머리 해달라고 했을 때, 언니가 대답을 아주 멋지게 해서 더 기억이 나요. 오늘도 마음에 드세요?”라고 묻는다. “네 오늘은 지난번보다 더 마음에 드네요.” 난 머리가 아주 마음에 들어서 카드로 결제하지 않고 현금으로 계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발길이 가볍다. 머리가 마음에 안 들면 오랫동안 불만스럽다. 하지만 머리가 마음에 드니 당분간은 기분좋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앞으로 계속 다닐 단골 미용실은 그곳으로 정하기로 했다.
#미용실 #파마머리 #단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주로 사는이야기를 씁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제발 하지 마시라...1년 반 만에 1억을 날렸다
  2. 2 아파트 놀이터 삼킨 파도... 강원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
  3. 3 나의 60대에는 그 무엇보다 이걸 원한다
  4. 4 시화호에 등장한 '이것', 자전거 라이더가 극찬을 보냈다
  5. 5 이성계가 심었다는 나무, 어머어마하구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