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무원 김용철 변호사 모른체 할 수 없었다"

이용철 전 청와대 비서관, 기자 간담회 통해 삼성 측 해명 반박

등록 2007.11.20 17:21수정 2007.11.21 11:38
0
원고료로 응원

이용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동 민주화를위한변호사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을 열어, 청와대 재직때인 2004년 1월 삼성이 보낸 돈다발을 되돌려준 과정 등에 관해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 권우성

이용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동 민주화를위한변호사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을 열어, 청와대 재직때인 2004년 1월 삼성이 보낸 돈다발을 되돌려준 과정 등에 관해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 권우성

 

전 청와대 비서관인 이용철 변호사가 20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기자간담회 10분 전에 도착한 이 변호사는  "얼굴이 알려지면 생활하는데 불편할까봐 인터뷰를 고사해왔는데 절대 피할 수 없다는 조언을 듣고 이렇게 기자간담회를 마련했다"며 "원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어제와 다른 내용은 없겠지만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민변 사무실에 모인 150여 명의 기자들은 어제의 기자회견 이후 연락이 두절된 이 변호사에게 갖가지 질문을 쏟아냈다.

 

이 변호사는 "뇌물을 건넨 것은 이경훈 변호사의 독자적인 행동"라는 삼성의 해명에 대해서 "삼성의 해명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삼성은 우리나라 수위의 기업답게 그 품위에 맞는 해명을 해라"고 비판했다.

 

또 "김용철 변호사가 인격이상자로 치부되는 현실, 노래방 불법영업 등 사안의 본질이 아닌 것들이 주목받는 상황에서 내가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사건의 진실이 규명돼서 우리 사회의 경제민주화가 진전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용철 변호사와의 일문 일답.

 

"우리나라 수위의 기업 삼성, 품위에 맞는 해명해야"

 

이용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 권우성

이용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 권우성

- 집에서는 어제 기자회견에 대해 어떤 반응인가.
"집사람은 (이 상황이) 재미있는 것 같습디다. 사실 집사람이 사진도 찾았고. 이렇게 이야기 해놓고 사진 자료 없으면 완전히 바보되는 것 아니겠나."

 

- 언제 자료를 공개하시기로 마음 먹으셨나.
"김용철 변호사 이야기가 한두 번 기사화될 때는 유심히 보지도 않았다. 그러다 PD수첩을 유심히 봤는데 제가 겪었던 것과 상당히 비슷한 거죠. 그 때 김 변호사의 이야기가 신빙성이 높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노래방 불법 영업 사실이나 인격적으로 이상한 사람으로 폄하되는 현실이 옳은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만약 제 경험을 밝히면 (김 변호사의) 주장을 보완해줄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 사건을 물로 본다는 것은 공직을 경험한 입장에서 양심에 반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 주 금요일부터 마음 먹고 자료를 찾아봤고 일요일에서야 (사진들이 담긴 CD를) 찾았다."

 

- 삼성은 이경훈 변호사의 개인적인 일이었지, 회사 차원의 일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삼성의 해명대로라면 이 건에 대한 진실은 세가지 경우 중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첫번째 삼성의 해명처럼 이 변호사가 삼성과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나한테 뇌물을 주려고 했을 가능성. 두번째 제가 있지도 않은 사실을 사진을 조작해 만들었을 가능성. 세번째 회사 차원에서 이 돈을 보냈을 가능성.

 

그러나 하나하나 따져나가보면 결국 한 가지밖에 남지 않는다. 우선 제가 있지도 않은 사실을 조작했다면 2004년에 사진을 찍으면서 해당되는 증거들을 만들어 나갔어야 하지 않나. 이 변호사의 명함과, 서울은행 표식이 있는 돈다발 묶음리본 등 정교하게 시나리오를 짜야 했다.

 

또 이 변호사가 독자적으로 나에게 돈을 줬다고 생각해보면 우선 이 변호사가 나에게 개인차원에서는 큰 돈인 500만원을 줘야 할 동기가 있었겠나. 묶음리본에 서울은행 표식이 있는 것으로 봐서 2002년 12월 이전에 인출한 돈으로 보이는데 당시 이 변호사가 내가 2004년에 공직을 맡을 것이라고 예상해서 2002년에 돈을 인출했다가 1년 이상 집에 보관한 후 택배로 보냈다는 이야기인데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

 

(황급한 사정이 있었든지, 실수로 붙어있었든지) '이용철(5)'이라고 적힌 포스트잇은 분류작업이 있었음을 의미한다. 그 두 가지 가능성을 제외하고 남는 것은 결국 회사 차원에서 이 돈을 보냈다는 가능성밖에 없다."

 

- 삼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삼성은 우리나라 수위의 기업이다. 그 품위에 맞는 해명을 해야 할 것이다."

 

- 삼성 측은 사진을 촬영하신 것을 몰랐나?
"공개하기 전까지는 나랑 부인만 알고 있었다."

 

"청와대가 초점이 아니라 삼성의 로비행위가 초점"

 

- 삼성 측이 돈을 건넨 시기가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 수사 시기와 맞물리는데. "어제서야 2003년 말에 김상조 교수를 만난 기억이 났다. 그러나 그것은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라 사적인 자리였다. 김 교수 입장에서는 내가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당시 그 사건은 소관 업무가 아니었다.

 

청와대에서 검찰의 기소여부나 법원의 판결에 대해 간섭해온 바도 없고 약발도 받지 않는다. 게다가 당시 대통령 대선자금도 수사받고 있었다. 관련 혐의로 이광재 의원이 소환된 날 청와대 인사가 검찰청을 방문해 언론으로부터 된통 혼나던 시기다. 그런 시기에 청와대가 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없다.

 

생각컨대 즉각적인 현안이나 구체적인 내용의 청탁을 원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만약 그런 현안이 있었다면 이 변호사가 조금이라도 대화 중에 내비쳤을 것이다. 그 뒤에 선물 이야기를 꺼냈다면 나도 당장 의심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내가 그것까지 염두에 둬놓고 선물 받겠다 하고 사진 찍은 뒤 불쾌하다며 돌려주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김 변호사의 말처럼 명절 때마다 선물을 돌려 앞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해 언젠가 활용하려는 사례가 아닐까 짐작한다."

 

- 청와대 비서진들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수사 중에 구체적인 사례 여부가 튀어나온다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전 청와대 비서관이었다는 점 때문에 초점이 청와대 쪽으로 가는 것은 맞지 않다. 김 변호사가 이야기한 것처럼 삼성이 우리 사회의 영향력있는 인사들에게 포괄적으로 뇌물 등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초점이기 때문에 청와대가 초점이 되는 것은 옳지 않다."

 

- 택배를 받은 직원이 택배회사에 대한 특별한 언급은 없었나?
"직원 입장에서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는 변호사한테 온 명절 선물에 대해서 특별히 신경쓸 것이 있겠나. 직원이 선물이 사무실에 도착했다고 알려줘서 바쁠 것 없으니깐 명절이 지난 뒤 집으로 가져오라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2001년 1월 26일에 택배가 집에 도착했다. 사진에 찍힌 날짜도 1월 26일이다. 택배 의뢰일을 보니 1월 16일, 구정 전 금요일인가, 일요일인가 그랬다.

 

어떤 기자분은 1월 27일에 돌려줬냐고 물어봤는데 그 다음날 돌려준 기억은 없다. 당시 최우선 현안이 그 사안이 아니라 특사니 재신임에 대한 법률적 검토, 사법개혁위원회에 대한 업무 등 쫓기는 사안이 많아 이 변호사와 시간을 맞춰 다시 건네줬다. 날짜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돌려준 장소는 기억이 난다. 프라자 호텔의 ㅂ일식집이었다. 만약 아직 그 일식집의 2004년 1월 말 예약자 명단을 보관하고 있다면 이 변호사나 내 이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변호사는 그 때 선물이 돈이었다는 것을 처음 안 건가? 당황하는 것처럼 보이던가?
"내가 '돈다발 입디다'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으로는 내가 500만원짜리 인격인가 하는 모멸감이 느껴졌다는 말도 했고….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당연하게 알았다는 표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배우들의 연기처럼 놀라는 것이 아니라 당황스러워 보였다. 어쨌든 굉장히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최소한 세 번은 했다."

 

이용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 권우성

이용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 권우성
 

- 2005년 X파일 때도 사진들을 공개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지 않았나
"그 때 공개했다면 굉장히 포괄적인 형태의 한 사례 정도가 되지 않았을까? 그 때는 지금과 같이 말해야겠다는 욕구? 그런 것을 느끼지 못했다. 예민하게 인식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리얼하게 일치되는 것도 있고 지금 저 양반(김용철 변호사)이 고립무원에 처해있는데 그가 말하는 상황을 경험한 내가 여전히 모른 체 하고 있는 것은 사람이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 이종왕 삼성 법무팀장이 김 변호사의 이야기가 날조됐다고 주장했는데 쇼라고 생각하시나?
"그것은 잘 모르겠다. 이 변호사와는 탄핵 시기에 자주 만났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는 사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물론 제가 그 일을 겪은 시기와 이 변호사가 삼성에서 근무한 시기가 맞지 않으니깐 그렇지 않을까 싶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경제민주화의 진전에 중요한 계기" 

 

- 김용철 변호사가 말한 명단에 이름이 있을지 모르는 압박감으로 공개한 것은 아닌가?
"뭐 숨길 것이 있나? 난 뇌물을 반환했던 사람인데 제가 꿀꺽 삼킨 것 같으면 이런 행위가 고해성사고 나 잡아가세요가 되지 않나? 그런 여부는 중요한 것은 아니다."

 

- 향후 어떻게 되어야 한다던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나?
"개인적인 주관이나 소신을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나는 대학 때 학생운동했고, 사시합격하던 해부터 10년 동안 경실련과 YMCA에서 소비자 운동도 했다. 민변 집행위원도 했고…. 이런 맥락을 큰 범주로 따져보면 한국사회의 민주화이고, 자세하게는 우리 사회의 경제 민주화에 관심을 많이 기울인 편이다. 이번 일이 경제민주화의 진전에 상당히 중요한 계기이고 전환점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IMF 이후 기업 투명성이 높아져 주가도 올라가지 않았나? 단기적으로 힘들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청와대에서 반부패 관련한 업무를 맡으면서 억울했던 것 중 하나가 각 언론사가 해가 바뀔 때마다 나오는 국가투명성지수나 부패지수를 들어 속된 표현으로 참여정부 들어 쥐뿔도 나아진 것 없냐는 톤으로 기사를 많이 썼는데 사실 국가투명성지수나 부패지수에는 공직 부패만이 아니라 민간부패도 포함된다. 아직 공직 부패에 비해 민간부패의 개선이 더디다.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실체를 규명하는 국가투명성지수도 올라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 당선축하금 부분도 특검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당선축하금 부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그런데 그것을 특정해서 포함시켜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비리 의혹을 전부 파헤치다 나오면 수사하면 되는 것 아닌가? 아직까지 실체가 나와있지도 않은 당선축하금을 특정시키는 것은 그야말로 '정치적'이다."

 

- 청와대 특검 반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그건 모르겠다. 내가 논평할 성격의 일이 아니다."

2007.11.20 17:21 ⓒ 2007 OhmyNews
#삼성 비자금 #이용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모임서 눈총 받던 우리 부부, 요즘엔 '인싸' 됐습니다
  2. 2 "개도 만 원짜리 물고 다닌다"던 동네... 충격적인 현재
  3. 3 카페 문 닫는 이상순, 언론도 외면한 제주도 '연세'의 실체
  4. 4 "4월부터 압록강을 타고 흐르는 것... 장관이에요"
  5. 5 윤 대통령 한 마디에 허망하게 끝나버린 '2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