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무기 수출, 자랑할 것이 아니다

'죽음의 사업'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행동 필요 ... 평화를 위한 로비스트 되자

등록 2007.11.21 15:13수정 2007.11.2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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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무기 수출국가로 부상하고 있는 한국은 최근에야 무기통제와 관련한 국제체제에 가입해 제도상으로는 국제수준에 미치지만, 통제의 실천은 매우 부족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근래에 터진 대우인터내셔널 ‘불법’ 무기 수출 사건을 일벌백계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들리지만, ‘합법적’ 즉 무기산업 자체에 대한 비판은 잘 들리지 않고 오히려 무기사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추세이다.

새만 좌우날개로 나는 것이 아니라 무기사업에 대한 공론이 한쪽에만 기울이면 공론도 민주주의도 평화도 똑바로 갈 수 없다. 한국의 무기사업에 대한 침묵을 고발한다!

한국은 왜 무기를 팔아야 하는가? 미국과의 ‘증오사랑이야기’ 때문인가, 북한과의 ‘불순한 관계’ 때문인가? 이는 어쨌거나 ‘죽음의 사업’에 종사하는 것에 대한 필요한 설명조건이 될지라도 충분한 변명이 되지 못한다. 한국에서 무기사업에 대한 비판적인 논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이 글의 출발점이자 논의대상이다. 먼저 ‘무기상인 대한민국’의 출세이력을 간단하게 살펴보자.

무기상인 한국 이력, 탄약에서 전투기까지

50년대, 60년대에 남한은 체제경쟁에 뒤처져 있었고 60년대 말에 북한의 남침사건이 잦아졌다. 마침내 70년대 초에는 미국이 아시아에서 손을 떼겠다는 닉슨독트린에 따라 남한에 주둔되어 있었던 미군 3만 명이 철수 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한국정부는 군대전력증강계획인 ‘율곡사업’의 일환으로 무기산업의 활성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탄약류나 부품류의 정도였지만 경제발전과 함께 무기와 무기체계를 생산하게 되었다.

북한을 직면하고 있는 남한은 자주국방 양육을 결심해 1975년에 47만 달러 규모의 방산수출을 시작했다. 32년 후인 현재, 2만여 명을 고용하는 국내 방산업체 수는 거의 90개, 연간수출액은 약 11억 달러에 달한다. 5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수출한 방산물자 중 탄약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올해 1월 기준의 통계에 의하면 현재 순위는 항공(23.8%), 함정(23.8%), 탄약(21.1%) 등이다. 세계의 무기수출국가들 중에 17위를 차지한 한국은 곧 10위권에 진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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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무기수출 실적 추이(1997~2007) 올해 들어 훈련기 KT-1 55대를 5억 달러에 터키로 수출하기로 했더니 미국 방위산업 전문지인 <디펜스포스>는 한국을 ‘세계정상급 무기를 생산하는 글로벌 파워’로 칭찬(?)할 정도이다. 한국은 이른바 제2단(段) 무기생산국가가 된 셈이다. 하지만, 이것이 자랑할 것인지는 진정한 고찰이 요구된다. ⓒ 자료=방위사업청


올해 들어 훈련기 KT-1 55대를 5억 달러에 터키로 수출하기로 했더니 미국 방위산업 전문지인 <디펜스포스>는 한국을 ‘세계정상급 무기를 생산하는 글로벌 파워’로 칭찬(?)할 정도이다. 한국은 이른바 제2단(段) 무기생산국가가 된 셈이다. 하지만, 이것이 자랑할 것인지는 진정한 고찰이 요구된다.


'죽음의 사업'에 대한 찬사? 언론에 비친 무기산업을 위한 주장들

한국의 언론, 학계, 정치계 등은 거의 전반적으로 무기산업과 사업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분위기이다. 요즘 뉴스를 보면 ‘이제 첨단 무기를 수출하는 국가가 됐다!‘라는 자랑의 어조의 보도를 쉽게 접하곤 한다. 경제일간지들은 순순히 방산업체들의 증권가치만 따지는 기사를 내보내고 진보적인 일간지조차 아무런 의구심으로부터 자유롭듯이 방산업체를 취업차원에서 소개하는 기사에서 윤리적이거나 정치적인 측면을 처음부터 논외로 하고 외국사례만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형편이다.

학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5여 년 연구논문이나 학위논문 대다수는 경영, 국방, 행정 등의 연구 분야에서 나왔고 계간지나 잡지도 역시 군사 분야는 대부분이다. 이에 맞게 내용이나 주장들도 어울린다. 논문제목들은 주로 ‘방위산업’ 혹은 ‘방산수출’이라는 명사에다가 ‘지원’, ‘강화’, ‘향상’, ‘증진’, ‘활성화’, ‘확대’, ‘촉진’, ‘효율화’, ‘발전’, ‘선진화’ 등이라는 동명사들이 붙여져 있다.

무기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수출을 관리하는 독립적인 방산수출지원청의 설립을 요구하면서 영국에서 이미 폐지하기로 한 방산수출지원청(DESO) 같은 기관을 제도의 핵심적인 개선방안의 모범사례로 소개한다. 경제(經濟), 정치, 사회, 환경, 젠더 등의 분야에서 나온 논문은 찾기가 어렵다. 예를 들면 <한국정치학회보>에서 발표된 논문들에서조차 한국 방산문제를 다루는 건수는 한두 개밖에 없는 형편이다.

정치계에서는 비판 대상으로서의 무기 수출은 큰 관심사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분쟁들이 아직도 자주 일어나는 동남아, 아프리카, 중동 등과 같은 지역 국가들을 대상으로 무기판매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일부 정치가들은 일종의 ‘골드러시’ 분위기를 조성하느라고 바쁘다. 정부 고위인사들은 거래대상국들을 방문하기도 하고 한국으로 초대한 결정력을 지닌 외국손님들을 귀빈으로 모시면서 훈장을 서훈하기까지도 한다.

무기관련 반쪽 논의의 균형잡기 필요... 반박 주장과 더불어 공론화해야

무기생산과 수출은 정말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그리고 국민의 ‘자긍심’에 그렇게 결정적으로 중요한가? 외국 학자와 활동가들은 무기생산의 효과에 있어 대안적인 시각들을 제시한다. 먼저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만, 특히 한국 같은 ‘졸업한 개발도상국’ 즉 갓 제2단 무기생산국이 된 나라들의 경우에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고 오히려 경제를 저해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민간업으로의 파급효과에도 회의적이고, 극히 예외를 제외하면 오히려 반대로 방산업으로의 파급효과를 진단한다. 외화벌이에 있어서는 보통 숨은 비용이 계산에서 빠지기 때문에 왜곡된 결과를 주장하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방산기반은 구조조정으로 대안적인 접근이 가능하고, 한국 같은 신 2단 무기생산국은 어차피 완전한 ‘의존(dependence)’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의지(reliance)'까지 털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아예 헛수고가 될 수 있다.

다음으로 정치적으로 무기 수출을 주창하는 자들은 안보를 주장하지만, 인간안보라는 차원에서 오히려 무기거래로 인해서 불안전, 즉 위협이 더 커진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무기를 제공하는 나라는 이 거래를 통해서 외교정치적인 권력을 획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대신에 이 국익이 누구에게 어떤 불이익이 되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죽음의 사업‘을 통해서 국가위상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뒤틀어진 사고방식으로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무기사업이라는 문제를 윤리적으로 고찰하고 인권보장을 요구하는 것을 과소평가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이다.

UN, EU 등의 국제적인 무기통제체제와 각 나라의 국내적 무기통제제도들 대부분은 윤리, 인권, 인간안보 등이라는 개념에 바탕으로 한다. 이렇게 볼 때 ’합법적인‘ 그리고 ’불법적인‘ 무기거래의 위선성도 분명해진다. 여하튼, 이와 같은 많은 반박의 주장들이 예전에 북한 인권문제처럼 아예 공론화되지 못하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반쪽의 공론에 지나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한국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언론, 학계, 정치계 등에서 무관심이나 지나치게 일방적인 주장만 존재하기 때문에 시민들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한국은 최근에 들어서야 세계적인 무기 수출국이 되어서 시민사회도 관련된 문제에 대해 아직 고민을 위한 충분한 여유(?)가 없었을 거다. 때문인지 시민사회에서도 무기 수출의 문제가 큰 쟁점이 되지 않고 있지만, 위에서 피력된 주장에 반박하는 사례는 다소 뜸하지만 있기는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무기판매의 문제를 언급을 하기는 하지만 심층 있게 연구하고 본격적인 운동을 벌인 적에 대해서 들은 적이 없다. 시민사회에서는 무기판매 즉 ‘전쟁수혜기업’의 ‘죽음의 산업’을 비판하고 평화운동으로서의 윤리적 고찰, 도덕적 지적과 불매운동을 제안한다. ‘사람을 죽이는 데 사용되는 무기의 생산이 공공연하게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주장되는 사회는 그리 정상적인 사회로 보이지 않는다’고 하고 ‘우리가 판매하는 무기가 최종적으로 어떻게 사용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생각도 필요하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예컨대 인도네시아로 수출한 경소형무기(예: 수류탄)는 친인도네시아 민병대가 동티모르에서 학살극을 벌였을 때 사용했다고 한다. 일부에서 ‘국가와 초국적 자본의 입장에서 군수무역이란 '국가안보'와 '이윤'을 위한 것이겠지만, 민중의 입장에서 군수무역이란 인권축소와 평화파괴를 의미할 따름’이라는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최근에 한 국내 방산업체가 ‘불법 무기수출’에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관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들린다. 이러한 비판들은 존재하고 중요하지만, 일정한 수준을 넘지 못함으로써 무기사업을 적극 지원하는 반쪽자리 공론을 키운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려울 거다.

심층 연구, 다양한 연대, 적극적 운동 등 제안...무기사업 판단 기반마련 당면과제

따라서 무기사업을 겨냥하는 활발한 운동이 시급히 요구된다. 먼저, 무기를 가장 잘 파는 국가들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태리 등등 다소 대표적인 소위 선진국들에서 수십 년 동안 벌어지고 있는 시민단체들의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무기사업 관련한 대표적인 외국 모범사례로는 영국 무기무역반대 시민단체(CAAT)의 반-DESO운동을 들 수 있다. CAAT는 70년대 중반부터 편지보내기, 서명운동, 국회의원교육 등 다양한 통로와 방법을 통해서 압박을 가해 결국 올해 여름에 고든 총리는 (한국의 방위산업청(DAPA)이 신설된 불과 18개월 후에) 방산수출지원청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던 시사점이 많은 사례이다.

다음으로 시민단체들은 국내외적으로 연대해서 교류활동을 통해서 경험과 지식을 공유해서 계획을 세움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활동을 시작할 필요 있다. 마지막으로 학계와의 협력을 통해 기본적인 지식을 축적하고 체계적인 전략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스웨덴 평화연구소(SIPRI), 독일 평화연구협력부(AGF), 본 국제컨버젼센터(BICC) 등 두뇌집단과의 협력을 생각해볼 수 있다.

무기 산업이라는 주제가 자주 감정적으로 논의된다고 해서 학문적으로 다루지 못한다는 변명은 정당성이 없다. 오히려 왜 논의가 이렇게 감정적일 수밖에 없는가가 연구의 첫 수수께끼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대우, 삼성, 현대, 두산, 기아, 엘지 등을 비롯해서 한국의 무기업체들의 신분은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폭로할 것도 없이 언론, 학계, 정치가, 활동가 등들은 무기사업의 윤리적, 정치적, 경제적 등의 정당성을 본격적으로, 널리 그리고 비판적으로 논의함으로써 무기사업에 대한 올바른 판단과 결정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당면과제이다.

평화를 위한 로비스트 되자!

무기매매를 미화하고 낭만화하는 <로비스트> 같은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만 같다. 하지만 실은 우리는 현실에서 산다. 한국 자이툰부대가 파병된 북이라크 지역에 거주하는 쿠르드족들은 곧 터키로부터 전반적인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터키군대는 전격하게 되면 한반도 산악지대를 위해 개발해 2000년에 터키로 수출한 자주포가 자이툰부대가 훈련시켜준 쿠르드족민병을 공격하는 데 쓰일 것이다.

때문에 한국군은 갑자기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문구가 적힌 전차의 포신을 직면하면 놀랄 필요 없다. 물론 전투하다가 자국의 방산업체들이 만든 무기에 직면하게 되는 군대의 사례들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특히, 세계패권전략에 따라 무기 수출을 가장 까다롭게 통제하는 미국은 그렇다. 어제의 ‘동맹’은 내일의 ‘적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방부조차 인정하듯이 무기는 토마토 같은 일반적인 거래물품이 아니다. 이른바 G8국가 회담에서도 무기를 ‘비생산적인’ 거래상품으로 규정된 바가 있다. 무기사업에 대한 잘못된 의식과 인식은 예컨대 성매매에 대한 의식만큼 잘못되었고 그만큼 고치기 어렵겠지만, 이제 무기사업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 우리 모두가 노력을 해서 평화의 로비스트가 되어야 한다!

무기생산 자체를 반대하는지 아니면 무기 수출을 한해서 반대하는지 등은 의논해야 할 것은 많고 복잡한 문제 중에 하나뿐이지만, 무기를 무조건적으로 생산하고 수출하는 것은 올바르지도 바람직하지도 못한 것이 명명백백한 사실이다.

덧붙이는 글 | 하네스 모슬러 기자는 독일에서 유학온 대학원생입니다.


덧붙이는 글 하네스 모슬러 기자는 독일에서 유학온 대학원생입니다.
#방위산업 #무기수출 #방산수출 #무기거래 #시민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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