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마디 한자말 털기 (8) 명(名)-

[우리 말에 마음쓰기 153] '명대사'와 '멋진 말'

등록 2007.11.28 16:57수정 2007.11.2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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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리 활동이 없는 학교는 반찬이 없는 도시락 같아” 하는 명대사를 남기고 졸업한 아이들이 있었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  - 소노다 마사하루/오근영 옮김 <교실 일기>(양철북, 2006) 140쪽

 

보기글을 보면, 따온 글을 받는 ‘하는’을 썼으나 ‘라는’으로 고쳐야 알맞습니다. 아니면 ‘하고’로 쓰든지요. ‘하고’를 넣으면 “∼ 도시락 같아 하고 명대사를 남기고”처럼 됩니다. 이런 말은 자꾸 입으로 굴리며 익숙하도록 해야 하는데, 오늘날 학교교육은 말 한마디 올바르게 쓰도록 못 가르치고 있어서 탈입니다. 어쩌면 앞으로 열 해쯤 뒤가 되면, ‘라고-라는-하고-하는’ 같은 말을 알맞게 붙일 줄 아는 사람은 거의 남아나지 않을 듯해요. 말법이 와르르 무너지리라 봅니다. ‘하는’을 쓰고 싶다면, ‘라고 하는’처럼 쓰면 돼요. ‘졸업(卒業)한’은 ‘마친’으로 손보면 됩니다.

 

 ┌ 명(名) : ‘이름난’ 또는 ‘뛰어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   - 명가수 / 명문장 / 명배우
 ├ 명대사(名臺詞) : 영화나 연극에서 쓰인, 뜻이 깊고 훌륭한 대사
 │
 ├ 명대사를 남기고
 │→ 멋진 말을 남기고
 │→ 좋은 말을 남기고
 │→ 훌륭한 말을 남기고
 │→ 아름다운 말을 남기고
 └ …

 

있는 그대로, 느끼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 다가오는 그대로 말할 때가 가장 좋습니다. 바아갈 저녁노을을 보았다면 “바알간 노을”을 보았다고 해야 느낌이 살아나겠지요. 눈물이 나는 영화를 보았다면 “눈물이 나는” 영화를 보았다고 해야 다가올 테고요. 붉은빛을 볼 때는 ‘붉다’고, 불그스름한 빛을 볼 때는 ‘불그스름하다’고, 앵두 같은 고운 입술이라면 ‘앵두 같은’ 입술이라고 해야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듯 떠올릴 수 있습니다.

 

누군가 참으로 좋은 말을 했다면 “참 좋은 말을 했어”라 해야 고개를 끄덕일 수 있습니다. 참말 멋진 말을 했다면 “멋진 말이었어”라 하면 돼요. 더없이 훌륭했다면 “훌륭한 말씀이었습니다”라 하면 좋습니다. 아름답다고 느꼈다면 “그렇게 아름다운 말은 처음이었어요”처럼 쓰면 좋고요.

 

그런데 우리는 ‘좋다-멋지다-훌륭하다-아름답다’ 같은 말을 할 줄 모릅니다. 아니, 나날이 잊습니다. 그러며 고작 붙인다는 말은 ‘名-’ 한 마디. 너무 초라하지 않나요? 우리 마음이나 느낌이나 뜻을 거의 못 살리지 않나요? 우리 느낌을 죽이는 한편, 우리 말도 죽이고 있지 않나요?

덧붙이는 글 |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여러 가지 우리 말 이야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2007.11.28 16:57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여러 가지 우리 말 이야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외마디 한자말 #우리말 #우리 말 #명名 #명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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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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