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습니다. 그러나 배신당했습니다!"

거리로 나선 한 대학생의 '하소연'...제주교대 통폐합 반대 1인시위

등록 2007.11.29 10:47수정 2007.11.2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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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제주대와 제주교대간의 통폐합을 반대하며 제주교대생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가운데 한 어린이가 시위자의 피켓을 보고 있다. ⓒ 양호근


"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민주주의를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옛 제주세무서 사거리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던 권승용(제주교대 체육교육과 2) 학생은 괴로운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제주대학교와 제주교육대학교 간에 통폐합이 국회의원 심의통과와 국무회의만을 남기고 있는 가운데 28일 제주교대생 200여명이 제주시내 큰 사거리 등 도민들이 분비는 곳에서 통폐합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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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교대 권승용(체육교육과 2) 학생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양호근



  
정부에서 통폐합 결정을 거의 내렸다는 소식이 들어왔지만 제주교대생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겠다는 의지로 도민의 여론을 이끌고자 거리로 나선 것이다.

특히 제주교대생들은 그동안 진행됐던 제주대와 제주교대간의 통폐합이 학생들과 동문들의 의견은 완전히 무시한 체 진행됐고, 통합 시에도 정부가 내놓은 약속들을 지킬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우리라고 집에서 편히 쉬고 싶지 않겠어요?"


“우리라고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따뜻한 밥 먹고, 집에서 편히 쉬고 싶지 않겠어요? 공부도 해야 되는데 38일 동안이나 장기 수업거부를 하고 찬바람 맞으면서 왜 1인 시위를 하겠습니까? 정말 우리는 절실한 겁니다. 정말로 도민들이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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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제주대와 제주교대간의 통폐합을 반대하며 제주교대생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가운데 한 어린이가 시위자의 피켓을 보고 있다. ⓒ 양호근


권승용 학생은 상기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권승용 학생은 “김정기 전 총장이 말하길 학교의 세 구성원인 교수, 직원, 학생 중 두 개 구성원이 통합에 찬성했으니 민주적으로 찬성에 합의된 것으로 봐 합의서를 보냈다”며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한 행동에 학생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김 전 총장이 절차를 무시한 비민주적이고 독단적으로 두 학교간의 통폐합을 진행해 온 것을 보면 어떻게 교육자가 저럴 수 있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혀를 찼다.

지난 설문에 따르면 제주교대의 교수와 직원들은 80% 이상이 두 학교간의 통폐합을 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제주교대학생들은 이 자료를 갖고 학생들의 동의 없이 통폐합 신청서를 정부 측에 제출한 것을 가장 크게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또 교대학생들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은 거짓말을 일삼는 김 전 총장의 말을 믿을 수 없고, 정부 측도 확실한 약속을 해주지 않아 믿고 통폐합에 합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총장에게 욕설 들어보지 않은 사람 거의 없을 정도다"

권승용 학생은 “김정기 전 총장이 취임한 후 지난 2006년 초에는 ‘학생님들’이라는 호칭을 쓰고 나는 ‘교장선생님’이라고 학생을 위한 총장인 것처럼 하다가 지금은 ‘이XX, 저XX 하는 욕설을 하는 등 교대생 중에 욕설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또 “김정기 총장이 초기에는 통폐합을 적극적으로 저지하다가 거짓말을 일삼고 이제는 통폐합에 앞장서는 양면을 보고 더 이상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며 제주교대생들의 불신의 벽이 높다는 것을 보여줬다.

권승용 학생은 또 “정부 측에서도 제주교대가 제주대에 통폐합이 되더라도 복수전공을 할 수 없게 하는 등 초등교육을 지킬 수 있도록 하고 학습환경을 개선하고 교수임용도 늘려줄 수도 있다며 말했지만 확실한 약속보다는 가능성만 내비치는 정도여서 신뢰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제주교대생들은 도민들의 관심과 국민의 관심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권승용 학생은 또 “반대를 하고 계신 여섯 분의 교수님이 계신 것으로 아는 데 그 분들이 움직여 주시면 더 큰 힘이 될 텐데 아직 아무 말도 않고 계신다”며 통폐합에 반대를 하고 있는 교수와 직원들이 힘을 실어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또 1인 시위에 나선 이름을 밝힐 수 없다는 한 교대생은 “도민들 중에 교대에서 통폐합 반대하는 것을 보고 밥그릇 싸움으로 보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자신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하고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는 “통폐합 문제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나서부터는 이는 교육의 문제이며, 특수교육기관으로서의 교대의 기능을 지켜내야 함을 느껴서 지금은 강경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도민들이 이에 대해 자세히 알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부모님이 공부 안하고 시위하는 것에 걱정도 많이 하고 계셔서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부모님도 모두 이해하시고 도움을 주신다”며 “도민들께서 그냥 작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초등교육의 근간의 문제라고 봐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30일 서울서 전국 교대 학생들과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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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제주대와 제주교대간의 통폐합을 반대하며 제주교대생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양호근


한편 제주교대생 300여명은 오는 30일 서울로 올라가 교육부 후문 열린시민 공원에서 전국 교대에서 온 학생들과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제주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미디어제주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제주교대통폐합 #통폐합 #제주대 #제주교대 #1인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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