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배칠수 "요즘 노 대통령, 안돼 보인다"

'노무현 성대모사'의 달인, "무조건 잘못됐다는 평가는 잘못"

등록 2007.11.30 08:19수정 2007.11.30 08:30
0
원고료로 응원

배칠수씨. ⓒ 권우성

배칠수씨. ⓒ 권우성

 

노무현 대통령의 성대모사로 유명한 개그맨 배칠수(35)씨가 임기말 노 대통령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잘못됐다고 평가받는 것이 안돼 보인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내 눈길을 끌었다.

 

배칠수씨는 29일 <오마이TV> '하승창의 쇼!1219'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지금 (노 대통령에 대한) 상황이 완전히 선과 악, 극과 극으로 갈라져 있다"며 "노 대통령을 나름대로 좋게 평가한다면 제가 악한 사람이 될 정도로 한쪽으로 몰려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배씨는 이어 "정권이 여러 번 바뀌는 것을 봤고, 여러 대통령의 임기 과정을 봐왔지만 공이 있으면 과가 있었다"며 "(노 대통령은) 효용을 보려면 시간이 좀 걸리는 일을 많이 한 것 아니냐"고 평가했다.

 

특히 배씨는 "생활이 힘드신 분들에게는 죄송한 말씀 같지만, 생활이 지금 당장 힘들어진 것이 무조건 잘못된 것으로 결론지어져서는 안될 것 같다"면서 "어떤 면에선 (노 대통령의 업적을) 지켜볼 부분도 많이 있는데, (노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잘못됐다고 평가받는 것은, 이런 말 뭐하지만, 안돼 보인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도 배씨는 "한편으로는 많은 분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이것은 좀 잘못된 것 같다' 이런 것은 (노 대통령이) 포용했어야 했는데, 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운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99년 인터넷방송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성대모사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배칠수씨는 전현직 대통령은 물론 이회창·이명박·손석희·최양락 등 유명인 20여명을 완벽히 성대모사해 인기를 끌어왔다.
 
특히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동료 개그맨 박명수, 김학도씨와 함께 MBC '3자토론' 프로그램에 출현, 16대 대선 후보자였던 노무현 대통령의 성대모사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SBS 드라마 '무적의 낙하산요원'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목소리 역할로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배칠수씨는 노무현 대통령 임기 초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난 노무현 추종자가 아니지만 좀 심하게 말하면 '차악'이라는 생각에 찍었다"면서 "지지기반이 약한 건 다 아는 사실인데, 이 정도 부작용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바보다. 이제 겨우 두 달 남짓인데, 실망했다느니, 그것 보라느니 호들갑 떨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노 대통령을 옹호하기도 했다.

 

"코미디는 코미디로만 봐달라"

 

한편 배칠수씨는 최근 출현하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 등에서 정치인 성대모사를 중단한 것에 대해 "못했다기 보다는 안했다는 쪽에 가깝다"며 "외압 때문이라는 말도 나오는데, 사실이 아니다. 특정 정당이나 선관위 때문이 아니라 평소에는 저희들을 사랑하는 팬들이 특정 후보의 팬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특정 후보의) 지지자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는 배칠수씨는 "정치 풍자를 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그 분들을 괴롭게 해야 할 권리는 없다"며 특정 후보측 지지자들의 항의를 의식해 자발적으로 성대모사를 중단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배씨는 "저도 어떤 선후배들처럼 특정 정당을 소신있게 지지하면서 '정말 이 분이 대통령이 되는데 도움이 되겠다'고 결심했다면, 정당 대변인들처럼 사석에서 독설을 할 수 있겠지만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며 "항상 풍자개그를 하는 코미디언으로서 중립적 위치에 서야 하고, 어떤 면에서는 사실을 근거로 정의의 편에 서야 하기 때문에 늘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씨는 "선관위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의 품위를 떨어뜨리거나 일방적인 비방을 하는 내용만 아니면 된다'고 하지만, '품위'라는 말이 상당히 모호하다"며 "어떤 코미디를 하다보면 품위와는 거리가 멀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해, 선관위의 '고무줄 잣대'를 꼬집었다. 선관위가 이런 저런 잣대를 들이대 대선과 관련된 개인의 UCC를 금지하는 것 역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배씨는 "정치인에 대한 성대모사를 하기 위해 그들이 자주 쓰는 어휘를 메모해두었다가 열심히 연구하고, 인터넷뉴스 등을 통해 정치 관련 자료를 찾는다"고 말했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은 즉흥 연설이 많아서 '에~ 말하자면, 에~ 다시말해서' 등 시간을 끄는 표현이 많이 들어가고, 노무현 대통령도 중간에 '뭐라 그러죠?' 등 말을 끊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주로 연설문을 많이 낭독해서 편안하게 액센트를 넣다보니, '이대한(위대한)' 등의 발음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배씨는 정치인에 대한 성대모사를 두로 편파성 논란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 "저희들은 한쪽에 대한 유불리를 만들만한 식견이나 마음이 없고, 능력도 안된다"며 "그저 코미디는 코미디로만 봐 달라"고 당부했다.

 

배씨는 현재 SBS 러브FM '배칠수·전영미의 와와쇼', 경인방송 써니FM '안녕하세요 배칠수입니다'를 각각 진행하면서, MBC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에 고정 출연하고 있다.

2007.11.30 08:19 ⓒ 2007 OhmyNews
#배칠수 #노무현 #성대모사 #개그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AD

AD

AD

인기기사

  1. 1 원룸 '분리수거장' 요청하자 돌아온 집주인의 황당 답변
  2. 2 나이 들면 어디서 살까... 60, 70대가 이구동성으로 외친 것
  3. 3 서울 사는 '베이비부머', 노후엔 여기로 간답니다
  4. 4 궁지 몰린 윤 대통령, 개인 위해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나
  5. 5 헌재는 지금 5 대 4... 탄핵, 앞으로 더 만만치 않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