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KPF 저널리즘 국제회의, 서울과 제주에서 열려

'아시아를 어떻게 볼 것 인가'를 주제로 열띤 토론 벌여

등록 2007.11.30 14:18수정 2007.12.04 15:46
0
원고료로 응원
a

2007 KPF 저널리즘 국제회의 회의에 참가한 패널들이 아시아 언론의 현실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 미디어오늘

▲ 2007 KPF 저널리즘 국제회의 회의에 참가한 패널들이 아시아 언론의 현실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 미디어오늘

 

27일 프레스센터 19층에서 ‘How we view Asia(아시아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한국언론재단이 주최하는 ‘2007 KPF 저널리즘 국제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 베트남 등 9개국의 기자와 언론학자들이 패널로 참가해 아시아 지역의 언론 상황과 각 나라의 언론이 같은 아시아 지역을 어떻게 보고 있는 가에 대해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아시아의 경제적, 정치적 발전상은 국가마다 다르다. 또한 언론이 처해 있는 상황도 제각각이다.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미얀마 등의 몇몇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아직도 정치 세력에 의해 언론이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민주화를 이루었다고 하는 한국이나 일본의 언론의 경우에도 또 다른 ‘권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이는 바로 경제 권력이다.

 

손동우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현재 삼성의 비자금 문제를 다루는 언론들의 태도를 보면 이를 확인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 위원은 ‘신문의 위기, 신뢰의 위기-이명박 보도와 삼성 보도를 중심으로’란 발표에서 일부 보수 신문들의 이명박 후보 BBK주가조작 연루 여부와 삼성의 로비사건 보도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사건 자체를 축소 보도하거나 변명을 해주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문이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정책이지, 해당 정당의 비리나 부패를 지지하고 옹호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손 위원은 다른 언론들이라고 결코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실제로 경향신문에서도 삼성 로비 사건을 보도하는 부분에 있어서 큰 진통을 겪었다고 고백했다.

 

물론 언론 특히 신문은 광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이 같은 고민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은 비단 아시아 언론의 고민일 뿐 아니라 서구 언론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정치세력이나 경제세력의 언론에 대한 압력은 언론 자체가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이 변하지 않는 이상 계속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언론의 공정한 보도는 언론인과 언론 스스로가 균형을 맞추며 외부의 압력과 싸워나가야 할 일인 것이다.
 
그렇다면 아시아 언론만이 가지고 있는 한계나 문제는 무엇일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관점의 문제다. 세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서구적인 가치관이나 시각을 가지고 세상을 보는 것이다. 언론인 스스로가 그러한 관점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아시아 언론은 정작 자신들이 발 딛고 서 있는 곳에 대해 제대로 인식할 수 없다.

 

최상용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는 “아시아 사람들은 교육을 받기 시작할 때부터 서양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로 “서구 사회의 아시아에 대한 무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라며, 여기에 “부정적인 편견에 까지 사로잡혀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대부분의 아시아 관련 뉴스의 소스는 서구 언론이나 통신사인 경우가 많다. 서구 언론들은 취재력이나 자본에 있어서 월등하기 때문에 아시아와 관련해 그만큼 많은 뉴스를 생산해 내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대하는 아시아와 관련된 뉴스의 대부분은 아시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서구 언론들의 편견과 주관이 들어가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아시아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지만, 서구의 언론을 거쳐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다음 문제는 스스로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데 있다. 아직까지도 국제 뉴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미국이나 유럽 국가와 관련된 것이다.

 

김수정 충남대학교 조교수는 ‘한국의 눈에 비친 아시아: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아시아 보도 분석(Analying News Coverage of Asia by Chosun Ilbo and Hankyoreh)’이란 연구 결과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국가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뉴스에 등장하는 경우가 미미했다고 말했다. 물론 과거와 비교 했을 때는 분명 양적인 면에서는 빈도가 늘어 났고 질적인 면에 있어서도 이해와 분석의 정도가 깊어진 것은 사실이나 아직까지도 미국이나 서구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는 낮은 편이라는 것이다.

 

Paragas Fernando 필리핀 딜리만대학교 조교수의 연구인 ‘필리핀 언론에서의 아시아 보도(Coverage of Asia in the Philippines)’에서는 결과가 조금 달랐다. 미국과 아시아의 뉴스 보도량의 차이가 1%가량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아시아 뉴스 중 95%가 스트레이트뉴스로 간략하게 다뤄지고 있고, 뉴스 공급원도 통신사가 제공한 것이 90%를 차지하고 있었다. 언론 스스로 아시아에 관심을 갖고 깊이 있는 보도를 하고 있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결과는 아시아 언론이 아시아에 대한 보도의 문제가 단지 아시아 관련 보도량을 늘리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도의 심층성 또한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서구적인 시점에서 흔히 아시아는 개발도상국, 독재와 시위 등으로 대변되는 이미지로 보도된다. 이러한 관점을 그대로 가진 채 보도양만 늘어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따라서 아시아국가들의 다양한 문화와 역사적인 배경을 이해하고 이를 공유하려는 노력이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 중요한 역할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 바로 언론이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 참석한 패널들은 아시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언론인의 수가 많이 부족해 그 역할을 수행하는데 한계가 있다는데 고민을 함께 했다. 이에 대해 태국 ‘Kom Chad Luek Newspaper’의 Apichattrisorn Boonrat 국제부편집장은 아시아 언론인들의 정기적인 교류와 교육을 하는 기회를 마련한다면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슈를 발굴해 내고 이를 공유하면서 아시아 지역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 ‘Lianhe Zaobao’신문의 Lim Kim Huat 국제부편집장은 “우리는 현재 한국인 특파원을 채용해 한국의 소식을 싣고 있다” 라며 “기사를 쓸 수 있는 언어적 능력(중국어나 영어)만 있으면 채용 기회를 주는 것이 아시아간의 거리를 좁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중요한 작업이 미지로 남아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다른 지역의 아시아 국가들을 바라보는  'View'에 대한 문제를 인식했다면 앞으로 그 'View'는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 것이며 무엇이 되어야 하는 가하는 것이다.

 

물론 당장 통일된 하나의 관점과 시각을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국가마다 현재의 발전 정도와 역사 그리고 당면한 문제들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시아 국가 언론들의 협력 필요성은 앞으로 아시아 국가들이 정치적, 경제적으로 가까워 질수록 더욱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가장 큰 첫 발걸음은 인식의 차이를 줄여가기 위한 '만남'을 자주 갖는 것일 것이다. 그래서 올해 첫해를 맞은 KPF 저널리즘 국제회의의 의미가 더욱 크다. 이번 회의를 시작으로 그 동안 소원했던 아시아 언론이 함께 뭉쳐 새로운 'Asian Standard'를 만들기를 기원해본다. 

2007.11.30 14:18 ⓒ 2007 OhmyNews
#국제회의 #KPF #한국언론재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원룸 '분리수거장' 요청하자 돌아온 집주인의 황당 답변
  2. 2 이렇게 어렵게 출제할 거면 영어 절대평가 왜 하나
  3. 3 궁지 몰린 윤 대통령, 개인 위해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나
  4. 4 [단독] 교육부, 초1 국정교과서 대량 리콜... 사상 초유 사태
  5. 5 헌재는 지금 5 대 4... 탄핵, 앞으로 더 만만치 않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